어떤 웹 브라우저가 가장 좋아요?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애플 사파리, 그리고 오페라소프트웨어 오페라까지. 그야말로 웹 브라우저 춘추전국시대다. 이제 아무런 생각 없이 IE6, 7, 8을 쓰면 시대에 뒤떨어진 원시인이라는 소릴 듣기 딱 좋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할까? 일반적으론 알기 힘든 각 웹 브라우저의 특징과 언제 어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알아보자.
비교는 2014년 7월 기준 가장 최신 웹 브라우저인 IE11, 크롬35, 파이어폭스30, 사파리7, 오페라22로 진행했다. 측정에 사용된 PC는 인텔 코어 i7-4770 프로세서, 엔비디아 지포스 650TI, 8GB 메모리, 64비트 윈도7 운영체제로 구성돼 있다(사파리 제외).
무엇이 가장 빠를까?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 다름 아닌 가장 빠른 웹 브라우저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선 일반적으로 크롬이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사실일까?
웹 브라우저의 자바 스크립트 처리 속도를 측정해주는 '선스파이더 벤치마크 1.0.2'로 각 브라우저의 실제 속도를 비교해봤다. 이 프로그램은 PC의 성능이나 인터넷 속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웹 브라우저의 속도를 측정해준다. 낮을 수록 처리 속도가 더 빠른 것이다.
그 결과 IE 80.5ms, 크롬 140.1ms, 파이어폭스 138.3ms, 사파리 134.9ms, 오페라 147.9ms로 측정됐다. IE가 다른 웹 브라우저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가장 빠른 웹 브라우저인 것으로 드러났고, 그 다음 사파리 > 파이어폭스 > 크롬 > 오페라 순이었다. 다만 네 웹 브라우저간 속도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왼쪽부터 IE,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순이다>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다. 인터넷 상의 소문이 사실 틀렸다는 뜻이니까. 이러한 소문이 퍼진 데는 MS의 책임이 크다. 사실 기존 IE(IE6, 7, 8, 9)는 다른 웹 브라우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다. 이때 생긴 편견이 최신작인 IE11까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 벤치마크 결과를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웹 사이트 구성 형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추후 웹 브라우저가 업데이트되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메모리 점유율은 어떨까?
사용자들이 두 번째로 궁금해하는 점. 웹 브라우저가 사양에 얼마나 민감하냐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웹 브라우저의 메모리 점유율을 확인해봤다. 일반적으로 메모리 점유율이 낮으면 낮을 수록 저사양 PC에서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선 파이어폭스가 가장 쾌적하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OS X은 메모리 점유 방식이 윈도와 달라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파리는 이번 비교에서 제외했다)
일반 네이버 웹 페이지 하나만 띄워봤다. 그 결과 IE 78,532KB, 크롬 219,028KB, 파이어폭스 112,996KB, 오페라 163,260KB로 측정됐다. IE > 파이어폭스 > 오페라 > 크롬 순으로 메모리 점유율이 낮았다. 이 역시 편견을 깨고 IE가 저사양에서 가장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로 나타났다.
웹 브라우저의 방식 차이 때문에 한 페이지(탭)만 띄워놓고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네이버, 다음, IT동아,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등 총 7개의 웹 페이지를 동시에 띄운 후 메모리 점유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IE 286,076KB, 크롬 455,428KB, 파이어폭스 234,224KB, 오페라 432,980KB였다. 파이어폭스 > IE > 오페라 > 크롬 순이었다.
종합하면 저사양PC에서 하나의 탭만 띄울 경우 IE가, 여러 탭을 띄우고 작업을 진행할 경우 파이어폭스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 브라우저만의 독특한 기능
성능과 메모리 점유율만이 웹 브라우저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를 고를 때에는 각각의 독특한 기능이 가장 크게 선택을 좌우한다. 어떤 독특한 기능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자.
IE의 가장 큰 특징은 전용 플러그인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100대 민간 홈페이지 가운데 액티브X를 사용하는 홈페이지를 집계한 결과 75개 홈페이지가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공서 홈페이지는 말할 것도 없다. 아직 국내에선 액티브X 없이 인터넷을 하는 것은 힘들다. IE가 국내에서 애용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크롬은 모바일 크롬과 연동된다는 점과 다양한 웹앱(Web App)이 존재하는 크롬 웹스토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국내 점유율이 90%가 넘는 만큼 많은 사용자가 크롬 연동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연동을 통해 자주방문하는 홈페이지, 북마크(즐겨찾기), 방문한 홈페이지 목록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크롬 웹스토어에는 앵그리버드, 컷더로프 등 게임부터 구글시트, 에버노트, 원더리스트 등 생산성 관련 앱까지 다양한 앱이 준비돼 있다. 사용자는 이를 설치해 크롬의 기능을 더 유용하게 확장할 수 있다.
<크롬>
파이어폭스는 강력한 리눅스 운영체제 지원과 부가기능이 특징이다. 다른 웹 브라우저는 리눅스 지원이 소홀하거나, 아예 출시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 파이어폭스는 리눅스 우분투, 수세 리눅스 등 다양한 리눅스에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오픈소스를 선호하는 모질라 재단의 특징 상 리눅스용 파이어폭스는 윈도우용 파이어폭스와 동일하게 업데이트 된다. 부가기능은 다양한 기능(익스텐션)을 추가할 수 있는 앱 장터다. 크롬 웹 스토어와 같다. 사실 이쪽이 원조다. 다만 크롬 웹스토어가 워낙 매섭게 성장해 이제 둘을 비교하면 파이어폭스쪽이 떨어진다. 그래도 구글 번역기, 광고 차단기, 플래시 비디오 다운로더 등 다양한 웹앱을 갖추고 있으니 취향에 맞춰 선택하자.
<파이어폭스>
사파리는 애플의 컴퓨터 운영체제 OS X에 최적화된 점이 눈에 띈다. OS X에는 마우스 없이도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스처 기능이 추가돼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굳이 마우스 커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앞과 뒤 페이지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작은 글씨도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사파리는 이러한 OS X의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또한 OS X 10.9 매버릭스 이후부터 추가된 에너지 절약 기술도 제대로 지원한다. OS X용 크롬 웹 브라우저는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전력을 크게 소모하지만, 사파리는 같은 작업을 해도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 맥북 사용자라면 사파리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
<사파리>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은 '오페라 터보' 기능이다. 이는 웹 페이지를 불러들일 때 소모되는 데이터량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특정 웹 페이지를 보여 주기 앞서, 유럽에 위치한 오페라의 서버에서 해당 웹 페이지를 압축한 후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플러그인은 모두 정지시킨다. 이를 통해 데이터 소모량을 줄일 수 있고, 인터넷 접속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도 쾌적하게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인도, 아프리카 등 제 3세계를 위한 기능이다. 메뉴 화면에서 오페라 터보를 선택하면 활성화할 수 있다. 압축률도 선택 가능하다. 다만 오페라 터보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https로 보안 기능을 활성화한 페이지나 일부 홈페이지에는 접속할 수 없게 되니 주의하자.
<오페라>
그래서 가장 좋은 웹 브라우저는?
여기까지 읽느라 다들 수고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생길 거다. "대체 어떤 웹 브라우저를 쓰라는 거지?"
정답은 없다. 여기서 필자는 "일단 모든 웹 브라우저를 다 설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웹 브라우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모두 접해보고 그 가운데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좋은 웹 브라우저다.
다만 모든 웹 브라우저는 되도록 최신 버전으로 사용하자. 최신 버전이 더 빠르고,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앞에서 IE가 가장 빠르다고 적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최신 버전인 IE11의 얘기다. 예전 IE는 타 웹 브라우저와 비교해 한참 느리며, 웹 표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웹 브라우저 시장 현황
이대로 끝내긴 아쉬우니 사족을 길게 덧붙인다. 웹 브라우저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과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알아보자.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6월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IE 53.38%, 크롬 19.34%, 파이어폭스 15.54%, 사파리 5.28%, 오페라 1.05%다. IE가 예전같은 맹위를 떨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다.
<넷애플리케이션>
반면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스탯카운터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이에 따르면 2014년 6월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 45.44%, IE 20.98%, 파이어폭스 17.94%, 사파리 10.32%, 오페라 1.37%다. 크롬이 IE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스탯카운터>
같은 시장을 조사한 것인데 왜 이렇게 다른걸까. 조사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넷애플리케이션은 실제 사용자(UV, Unique Visitors)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한다. 해당 웹 브라우저의 실제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스탯카운터는 트래픽(PV, Page View)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한다. 특정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 상에서 비중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결국 사람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할 것인지, 아니면 웹 브라우저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할 것인지 관점의 차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선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방법이 맞다. 실제 사용자수는 여전히 IE가 크롬을 앞선다. 하지만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라는 단계를 거쳐 웹 사이트에 접속한다는 인터넷의 특징을 감안하면, 스탯카운터의 조사 방법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웹 사이트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사용자가 아니라 웹 브라우저이기 때문이다.
웹 브라우저를 중시하는 특징상 스탯카운터는 신규 서비스에 민감하다. 스탯카운터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9~11월에 IE의 PV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PV에 영향을 줄 만큼 IE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바로 IE 11이 출시된 때다. 향후 IE 12(가칭) 등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두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조합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크롬과 사파리 사용자는 IE 사용자보다 인터넷을 오래, 많이 사용한다. PV가 UV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것이 그 증거다. 헤비 유저(Heavy user)가 많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IE는 그 반대다. UV에 비해 PV가 너무 낮게 나타난다. 라이트 유저(Light user)의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넷애플리케이션과 스탯카운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IE의 초강세다. IE의 점유율이 88.69%(넷애플리케이션), 73.28%(스탯카운터)로 나타난다. 크롬의 경우 6.4%에 불과한 사용자가 22.39%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분투(?) 중이다. 국내 크롬 사용자는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헤비 유저 중의 헤비 유저이지만, IE의 기세를 꺽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IE와 크롬, 어느 웹 브라우저가 1위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기업도 이점을 이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E 관련 얘기를 할 때 언제나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구글은 그 반대다. 스탯카운터의 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크롬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조사 결과가 아니라 조사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눈'이다. 눈을 갖춰야 기업과 시장조사기관의 일방적인 발표를 걸러 들을 수 있는 관점이 생긴다.
※본 기사는 네이버 소프트웨어(http://software.naver.com/)의 스페셜리뷰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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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