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2인치 + QHD + 피벗 = QX323QHD
고해상도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해상도가 높으면 한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엑셀을 예로 들면, 풀HD(1,920 x 1,080) 모니터에서 한 화면에 Z열까지 나타나지만, QHD(2,560 x 1,440) 모니터에서는 이보다 9개 정도 더 많은 열이 보인다. UHD(3,840 x 2,160) 모니터에서는 이 장점이 더 커진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600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같은 크기의 모니터에서 전체화면으로 볼 때, 해상도가 높은 모니터가 사진을 더 선명하게 표시한다. 화면을 구성하는 점(픽셀)이 더 작고 세밀하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앞서 말한 이점들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UHD 모니터는 상당히 비싸,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에게 QHD 모니터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UHD가 풀HD보다 4배 선명하다면, QHD는 HD보다 4배 선명한 셈이다.
현재 모니터 시장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27인치 QHD 모니터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물론 비슷한 크기/가격대에도 UHD 모니터가 있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형 패널을 탑재하거나 기능이 단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27인치가 QHD에 적절한 크기라고 알려졌지만, 모든 사람이 여기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널찍한 대형 모니터를 원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큐닉스 32인치 QHD 모니터다(제품명: 큐닉스 QX323QHD 슈퍼울트라 피벗). 이 제품은 현재 국내 시판 모니터 중 드물게 30인치 이상인 QHD 모니터다. 여기에 피벗, 엘리베이션, 틸트, 스위블 등을 지원하는 다기능 스탠드를 갖췄으며, 전문가 눈높이에 맞춘 성능과 기능도 탑재했다. 지금부터 이 제품을 자세히 알아보자.
QHD + 32인치의 매력
같은 해상도일 때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독성이 높아진다. 작은 화면에 고해상도를 구현하려면 픽셀을 그만큼 작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 텍스트나 아이콘 등도 더 작게 보인다(물론 윈도 해상도 설정을 통해 텍스트나 아이콘 크기를 강제로 키울 수 있다).
다음으로 몰입도가 높아진다.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화면이 시야에 꽉 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나 게임 등의 콘텐츠를 즐길 때 유용하다.
물론 크기가 크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같은 해상도라면 크기가 작을수록 픽셀 크기가 작아지는데, 그만큼 선명도(PPI, Pixel Per Inch)도 높아진다. 반대로 같은 해상도에서 크기가 커질수록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의 크기도 커져서 상대적으로 선명도가 떨어진다.
다중작업에 적절
필자가 작업용으로 사용하는 모니터의 해상도는 2,560 x 1,080이다. 이 모니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중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로 해상도는 풀HD 수준이지만, 가로 해상도가 QHD 수준이라 창 2개를 동시에 열어 사용할 수 있었다.
QX323QHD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모니터보다 세로로 해상도가 더 길어(1,440), 문서 가독성까지 높아졌다. 이전 모니터가 A4용지 2/3만큼만 보여줬다면, QX323QHD는 A4용지 전체를 보여주는 셈이다. 웹 브라우저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접속해보면 스크롤 바를 내리지 않아도 메인 화면의 콘텐츠 대부분을 볼 수 있다. PDF나 워드 등의 문서 파일도 한 화면에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읽기 수월하다.
참고로 이 제품은 화면 자동분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으니, 'WinSplit Revolution' 등의 소프트웨어(개인 무료)를 함께 사용하면 작업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4가지 조절 기능을 갖춘 스탠드
스탠드를 먼저 살펴보면, 틸트(전면 기울기 조절), 스위블(좌우 조절), 엘리베이션(높낮이 조절), 피벗(시계방향 회전) 등 4가지 조절기능을 갖췄다. 틸트와 엘리베이션은 모니터를 사용자 눈높이나 자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앉은 자세로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은 목이나 허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 높이를 조절해 사용한다. 이때 스탠드 아래에 받침대나 두꺼운 책 등을 받치는데(필자는 평소 월간지 네 권 정도를 받친다), 이 제품은 자체적으로 높낮이나 전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스위블 역시 유용한 기능이다. 스탠드는 고정된 상태로 화면만 좌우로 움직여, 작업 내용을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 보여주기 수월하다.
피벗은 스마트폰을 세로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 때 세로로 긴 전자 문서를 볼 때 가독성이 높아지며, 웹 페이지를 볼 때도 유용하다. 세로 화면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세로로 촬영한 사진을 보거나 편집할 때다. 인물 전신사진은 카메라를 세워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로 화면에서 이런 사진을 보면 좌우에 여백이 생기고 사진을 한 눈에 보기도 어렵다. 이때 피벗 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돌리면 세로 사진을 꽉 찬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화면 자동회전 기능은 없으니 바탕화면 해상도 설정에서 디스플레이 방향을 세로로 바꿔줘야 한다.
전문가를 위한 기능과 성능도
QX323QHD는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 전문직 종사자나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기능과 성능도 다수 갖췄다.
우선 명암비는 3,000:1로 일반 모니터보다 우수하다. LCD는 화면에 빛을 내기 위해 패널 뒤에 조명(백 라이트) 갖추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순수한 검은색을 나타내기 어려운 제품도 있다. LCD 모니터가 검은색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는 명암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명암비란 화면에서 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의 차이를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명암비가 높을수록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질감이 살아난다. 그림자 밝기 차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패널은 시야각이 넓은 VA패널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색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대형 모니터일수록 이 점이 중요하다). 이밖에 화면은 눈부심 및 빛 반사 방지 코팅을 했다.
좀 더 정확한 색상 표현을 위해 팩토리 캘리브레이션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큐닉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제품의 색상 교정용 컬러 프로파일을 제공한다. PC에 이를 설치하면 모니터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정확한 색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모니터 사용 환경이나 개별 제품의 미세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캘리브레이션 장비를 통해 직접 색을 교정하는 작업)보다는 조금 부족하다.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블루라이트 감소 기능도 갖췄다. 블루라이트란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나오는 청색 파장의 빛으로, 자외선과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안구 건조증 및 망막 손상을 유발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니터의 색감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이 블루라이트를 크게 줄일 수 있는데, QX323QHD의 경우 하단에 있는 EYE 버튼을 누르면 화면 색상이 불그스름하게 바뀐다.
EYE 버튼 옆에 있는 G 버튼은 게이머를 위한 버튼이다. 이를 누르면 화면 명도 등 설정을 FPS 게임에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마 값을 낮추면 어두운 곳에 있는 사물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데, 이를 통해 적을 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사율 오버클럭 기능도 흥미롭다. 보통 모니터는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그려내는데, 주사율이란 이 과정이 1초당 얼마나 이뤄지는가를 나타낸 값이다. FPS나 레이싱 등 화면이 빠르게 표시되는 게임을 할 때, 초당 화면 표시수(Frame per Second)가 모니터 주사율을 초과하면 화면이 가로로 찢어지며 표시되는 상황이 생긴다(이를 막는 것이 수직 동기화다). QX323QHD는 그래픽카드 설정을 통해 화면 주사율을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지포스 계열 그래픽카드는 NVIDIA 제어판에서 사용자 정의 추가를 통해 높은 주사율 모드를 만들어 사용하면 되고, AMD 계열 그래픽카드는 별도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참고로 이 오버클럭 기능은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따라 한계가 있다.
입출력 단자는 듀얼링크 DVI, HDMI 1.4 2개, DP 1.2 1개, 음성 입력/출력 단자 등을 갖췄다. 단자가 제법 넉넉한 편이라 PC 외에도 콘솔이나 셋톱박스 등을 추가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5W 스피커 2개를 내장했기 때문에 별도 스피커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음질은 크게 나쁘지 않아서, 소리에 민감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무난하게 쓸 수 있다.
전문가를 위한 제품… 일반인이 쓰기엔 부담
제품 가격은 2014년 6월 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 67만 9,000원이다. 보통 27인치 QHD 모니터가 30만 원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경쟁사가 출시한 32인치 QHD 모니터보다 3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이 필요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큰 화면, 다기능 스탠드, 전문가를 위한 성능, 주사율 오버클럭 및 가상 UHD(Virtual 4K) 등은 일반인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지만, 전문가에게는 없으면 아쉬운 기능들이다. 즉 그들에게는 충분히 값어치를 할 물건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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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