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금 더 특별한 21:9 모니터, LG전자 34UM95
과거에는 TV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매할 때 화면 크기를 주로 고려했다. 대형 제품이 드문 시절이라, 크기가 조금만 커도 시야가 확 트인다. 하지만 요즘은 선택기준이 제법 다양해졌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크기나 성능 그리고 디자인 등이(물론 가격도) 다양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주 용도가 게임인 사람이라면 모니터의 응답속도나 화면 주사율 등의 성능을 고려하고,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프로 등 전문적인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은 색 정확도나 선명도 등을 고려한다. 다중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화면 비율이나 해상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사람은 모니터 하나에 창 여러 개를 열어 자료를 검토하거나 문서를 작성한다.
다중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 중 21:9 비율의 모니터를 쓰는 사람도 있다. 화면 비율과 해상도가 일반적인 모니터보다 가로로 길기 때문에, 모니터 하나에 더 많은 창을 열어놓을 수 있다.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할 제품은 시중의 21:9 모니터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해상도까지 한 단계 높아진 'LG전자 34UM95'다.
전문가를 위한 고해상도 21:9 모니터
필자는 지금까지 29인치 크기에 *풀HD급 해상도(2,560 x 1,080)를 지원하는 21:9 모니터 하나와 24인치 16:9 모니터 하나를 다중 모니터로 구성해 사용해 왔다. 이때 모니터 2대 만으로도 3대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한 효과를 냈다. 21:9 모니터 화면을 반으로 나누면 일반 HD(1,280 x 720) 모니터 2대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1:9는 흔히 게임이나 극장 상영용 영화감상에 최적이라고 알려진 제품이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다중작업에도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로 해상도 기준
그런데 LG전자가 이번에 출시한 34UM95는 지금까지 필자가 사용한 제품보다 5인치나 크며, 해상도도 *QHD급(3,440 x 1,440)이다. 가로 해상도만 보면 UHD(3,840 x 2,160) 수준이다.
해상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창 3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 계산하면 창 하나의 크기는 1,147 x 1,440으로, 가로 크기가 HD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웹 페이지를 좌우를 자르지 않고 제대로 표시할 수 있다. 게다가 세로 해상도는 HD의 두 배로 워드 파일이나 PDF 같은 전자문서를 읽을 때도 스크롤을 내릴 필요 없이 한 화면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여러 직종에서 유용하다.
1. 포토샵 작업 시 소스를 불러오기 편하다
우선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프로 등의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포토샵의 경우 화면을 16:5(가로 기준) 정도로 분할해, ‘16’의 영역에 포토샵 화면을 열어놓고 ‘5’의 영역에 작업용 소스 파일이 들어있는 폴더를 열어놓을 수 있다. 이때 폴더에 있는 파일을 포토샵 작업 화면에 바로 끌어다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단축키를 사용해 파일을 불러오는 것 보다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디자인을 전공한 필자의 친구는 작업 시 폴더에서 소스 파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파일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가져올 수 있어 편리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2. 동영상/음악 작업 시 타임라인을 크게 볼 수 있다
프리미어 프로, 파이널컷, 큐베이스 등 비디오/오디오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보통 이런 작업을 할 때 생성하는 '트랙'은 가로 방향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화면이 가로로 길수록 스크롤을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도 한 번에 볼 수 있는 트랙이 길어 작업 편의성이 높아진다. 보통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각 모니터의 베젤(화면 테두리)때문에 화면이 끊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21:9 모니터는 이런 느낌 없이 작업할 수 있다. 게다가 해상도 역시 높아 미리 보기 화면(동영상 편집 시)도 풀HD나 QHD 모니터를 사용할 때보다 더 크게 볼 수 있다. 실제로 21:9의 화면 비율과 3,440에 이르는 가로 해상도는 필자가 학창시절 동영상/음악을 편집하면서 느꼈던 ‘트랙 이동’의 불편함을 크게 줄여줬다.
3. 파노라마 사진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조금 특별한 경우지만, 파노라마 사진이나 동영상도 더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보통 16:9 모니터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열면, 가로로 길고 세로로는 아주 짧게 나온다. 파노라마 사진은 가로 해상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사진을 세로 해상도에 맞게 키운 뒤, 사진을 좌우로 움직이며 감상한다. 34UM95는 가로 해상도가 3,440에 이르며, 화면 비율도 가로로 긴 파노라마 형태기 때문에 이런 사진을 보기 적절하다.
4. 증권, 금융, 일반 사무, 번역 등 다중 작업에 적절하다
증권이나 금융 관련 종사자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여러 창을 열어도 해상도가 충분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주가지수나 증권시세 등 여러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사무직도 두어 개의 엑셀 파일을 열어 자료를 비교/대조하는 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전문 작업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는 고등학생이라면 화면 한쪽에 동영상을 재생하고, 다른 한쪽에는 수업자료를 열어 이를 함께 볼 수 있다. 원어 자료를 번역해야 하는 대학생이라면 화면을 세 부분으로 나눈 뒤 원어 자료, 사전, 워드 프로세서를 동시에 열어 사용할 수 있다.
편의성 높은 화면분할 소프트웨어
물론 다른 중소기업에서 출시한 저가형 21:9 모니터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필자가 LG전자의 21:9 모니터 제품군을 선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LG전자가 제공하는 전용 화면분할 소프트웨어 'Screen Split' 때문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화면을 1~4분할하는 9종의 기본 값을 제공한다.
이 소프트웨어로 화면을 분할한 가상의 영역 위에 열려있는 창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으면, 나뉜 영역에 맞게 화면이 자동 배치된다. 화면 크기나 위치를 일일이 조절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자가 기본 값(프리셋)을 만들 필요도 없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게다가 나누는 비율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면을 3분할한 뒤 가운데 창의 비율을 더 키우고 싶다면, 창 한쪽 끝을 마우스로 잡고 늘리면 된다. 한번 바꾼 창 비율은 사용자가 다른 기본 값을 선택하기 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작업 환경에 맞게 조절해 사용하면 된다.
원하는 기본 값을 미리 등록할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사실 기본 제공하는 9개의 기본 값 만으로도 작업 대부분을 할 수 있다. 만약 다른 화면 구성이 필요하다면 그때마다 간편하게 조절하면 될 일이다.
전문가를 위한 편의기능도 눈에 띄어
사실 해상도나 화면비율만으로는 전문가용 제품이라 말하기 어렵다. 34UM95는 전문가를 위한 성능과 편의기능도 갖췄다. 우선 '읽기모드'다. 읽기모드는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 파장의 빛(블루라이트)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이론상 파장이 짧은 청색 빛은 자외선과 가깝기 때문에 에너지가 높다. 이런 이유에서 학계에서는 블루라이트가 수면장애나 망막 손상을 일으킨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34UM95은 녹색톤과 적색톤 2종류의 읽기모드를 제공한다.
이외에 화면의 깜빡임을 없앤 '플리커 세이프(Flicker Safe)'기능도 갖췄다. 사실 일반적인 모니터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깜빡이는데, 이 깜빡임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피로해진다. 34UM95는 이런 현상을 없앴으며, 여기에 앞서 말한 읽기모드까지 제공해 장시간 모니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눈을 보호해준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도 지원한다. 캘리브레이션이란 모니터의 색 온도, 밝기, 명암 등을 원색에 가깝도록 교정해주는 기능이다. 캘리브레이터라는 장비(별도 구매)를 통해 진행하는 작업으로, 이 작업을 마치면 모니터의 색 표현이 정확해진다. 사실 이는 매우 고난도의 작업이지만, LG전자는 한글화한 보조 소프트웨어 'True Color Finder'를 기본 제공해 캘리브레이터만 있으면 초보자도 손쉽게 모니터 색상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다.
모니터 해상도를 감당하기엔 DP가 최적
후면 입출력 단자는 DP 1개, HDMI 2개, 선더볼트 2개 등을 갖췄다. PC에서 흔히 쓰이는 DVI나 가장 범용성 높은 D-SUB는 없다. 하지만 이는 단점이 아니다. D-SUB로 전송할 수 있는 해상도는 2,048 × 1,536으로, 이 제품이 지원하는 해상도에 크게 못 미친다. 즉 D-SUB를 갖춘다 하더라도, 화면을 제대로 표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DVI라면 DVI to DP 혹은 DVI to HDMI 등의 변환 젠더나 케이블을 사용해 연결할 수 있다. 이때 최대 해상도는 지원하지만, 화면 주사율을 30Hz와 50Hz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화면 주사율이란 모니터가 1초 동안 얼마나 화면을 많은 빈도로 표시하는가를 나타낸 수치다. 보통 모니터는 그래픽 카드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아 위에서 아래로 차례대로 표시하는데, 50Hz라는 말은 이 과정이 1초 동안 50번 일어난다는 의미다.
HDMI로 연결했을 때도 주사율은 30Hz와 50Hz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HDMI가 지원하는 대역폭의 한계 때문이다. 만약 이 제품을 최대 해상도에 최대 주사율(60Hz)로 사용하려면 DP나 선더볼트로 연결해야 한다.
이밖에 USB 업스트림 단자 하나와 일반 USB 단자 3개(1개는 USB 3.0)을 갖췄다. 모니터와 PC를 USB 업스트림 케이블로 연결하면 모니터를 USB 허브처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제품을 최대 해상도와 주사율로 사용하려면 그래픽카드의 성능도 뒷받침돼야 한다. 내장 그래픽을 사용한다면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하스웰 이상(HD4400)이어야 하며, AMD HD7000이상, NVIDIA 지포스65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야 한다. 물론 이는 최소 사양이다. 최대 해상도로 게임을 구동할 때, 앤티 앨리어싱(Anti-Aliasing)이나 수직동기화 등의 그래픽 효과를 적용한다면, 초당 화면 표시수(fps)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이 해상도에서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걸맞은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작 편의성도 눈에 띈다. 보통 모니터에는 전원버튼을 포함해 4~5개 정도의 조작 버튼이 있는데, 이 제품은 버튼 하나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누르는 것 외에 버튼을 조이스틱처럼 4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설정 항목을 옮겨 다닐 수 있으며, 음량도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세로로 배치된 버튼 여러 개로 조작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2014년 6월 말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120만 원이다. 해상도나 화면비율 등 희소성과 제품의 성능/기능을 따지면 충분한 가격이다. 모니터 제조사는 보통 16:9나 16:10처럼 대중적인 비율의 제품을 주로 출시한다. 생산단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런 희소한 제품은 제품 생산을 위해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들어야 하니 그만큼 생산단가가 높아진다. 희소성의 가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 제품은 대중이 아니라 특정 직엄군에게 필요한 제품이다. 필자는 학창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사진/동영상을 촬영 및 편집을 주로 했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동영상 공모전 수상자 명단에 이름도 제법 많이 올렸으니,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하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트랙 이동이다. 과거에는 편집할 부분을 찾기 위해 +/- 버튼으로 트랙을 키우고 줄여가면서 Page UP과 Page Down, 방향키 등을 수없이 눌러댔지만, 이 제품은 그런 작은 불편함까지 줄여준다. 써본 사람은 안다.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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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