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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PC 공공조달 막으니 중소기업 손해? '진실게임' 시작

김영우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대표 되는 이른바 스마트기기가 큰 인기를 끄는 것과 반대로, 기존의 PC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올 3월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세계 PC 시장은 전년도에 비해 출하량이 9.8%가 감소했다. 특히 데스크탑의 경우, 2008년에 노트북에 판매량을 추월 당한 이후 한층 심한 침체를 겪는 상태다. 이런 상황은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PC업체들이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곳이 바로 공공기관 조달용 PC 시장이다. 민간용 PC 시장이 매년 크게 줄어드는 것이 비해, 공공기관용 PC 시장은 매년 4,000억원 규모로 꾸준하게 예산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트북이 주도하고 있는 민간용 PC시장에 비해, 공공기관용 PC 시장은 데스크탑의 비중이 제법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데스크탑 PC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비해 개발이나 생산 과정이 간단해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조달PC

그리고 정부 산하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2년 말, 데스크탑 PC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용 데스크탑 PC 시장에서 대기업의 참여 비율은 2013년에는 50% 이하, 올해는 25% 이하로 제한되었으며, 2015년 부터는 전면적으로 참여가 금지된다. 조달청의 나라장터(http://shopping.g2b.go.kr/) 에서 내년부터는 대기업의 데스크탑PC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제도는 논의 단계부터 대기업 측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2011년,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시장에서 대기업의 전면적인 참여를 즉시 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산업 전반에서 제도적으로 대기업의 비중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데스크탑 PC 시장을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격론 끝에 이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대신 2012년부터 공공기관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대기업의 비중을 낮추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데스크탑 PC를 지정했다.

"대기업 참여 제한하니 오히려 협력 업체들이 피해"

한편, 최근 들어 이 제도가 순효과 보다는 역효과가 더 많은 '나쁜 규제'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는 대기업의 공공부문 PC 공급 참여 배제를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 건의서에 따르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OEM)제품을 공급하거나, 대기업 PC의 유통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제품의 공공기관 납품 물량 감소로 인해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취지의 제도가 이렇게 오히려 다양한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이익 창출 기회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올해도 공공기관 데스크탑 PC 시장에서 대기업의 비중을 전년과 같은 5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진흥회의 주장이다.

"대기업 조달 참여 제한은 합당, 긍정적 효과도 이미 가시화"

진흥회의 이런 주장에 대해 상당수 중소기업에서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PC를 납품하는 11개 중소기업들이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인 정부조달컴퓨터협회 관계자는 "해당 제도 시행 이후,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 PC를 구매하는 수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밝히며, "일부 업체들의 피해는 주로 대기업의 생산라인 해외 이전 및 전반적인 PC 시장 축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 실시 이후로 매출 뿐 아니라 인력 고용율 및 공장 가동률까지 높아졌다"며, "최근 대기업들이 PC부분 사업을 점차 축소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 자리를 중소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대신하는 것이 순리인데, 공공 시장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PC 시장 축소의 피해는 그대로 중소기업만 떠안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

한편, 또 다른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공공부문 PC 시장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한 정부 정책의 취지 자체는 옳지만, 대기업이 기업 규모가 작은 자회사를 설립해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혜택을 보는 부작용은 방지해야 할 것"이라며 "공공 조달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제도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의 품질을 향상 시키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관한 의견을 모으고 효과를 분석하는 등, 올해 안에 제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조달용 PC 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 제도가 기존 정책 그대로 이어갈지, 혹은 수정안이 나올 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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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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