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소프트가 줌(ZUM)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
이스트소프트. 백신 '알약', 이미지 뷰어 '알씨', 압축 프로그램 '알집' 등 PC사용자에겐 알(Al) 시리즈로 유명한 국내 개발사다. 이러한 이스트소프트가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으니, 바로 검색 포털 서비스 '줌(zum.com)'과 웹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Swing browser)'다. 줌인터넷 정상원 부사장을 만나 이스트소프트에게 줌 서비스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정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후 이스트소프트에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개발자로, 알툴즈(Altools) 기획을 거쳐 줌인터넷에 합류했다.
사용자가 줌 서비스에 갖는 가장 큰 의문은 왜 하필 검색 포털 서비스냐는 것이다. 네이버, 다음, 구글, 네이트 등 1강 3중 구도로 굳어 있던 국내 검색 포털 서비스 시장에 발을 디딜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 부사장은 이에 대한 답을 들려줬다.
"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가 포화상태인 검색 시장에 뛰어들어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검색 포털 서비스 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기본적으로 B2C(소비자 대상) 기업입니다. 하지만 기존 B2C SW(알 시리즈)만으론 성장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죠. 그때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까, 기존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개선할까. 우리는 개선(검색 포털 서비스)을 선택했습니다. 왜 SNS(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SNS는 생각보다 시장이 작습니다. 사업 기회가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바늘구멍입니다. 많은 SNS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얼마나 되나요?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SNS가 블루오션인줄 알고 뛰어들었고 실패의 쓴잔을 들이켰습니다"
"검색이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다음만으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찾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은 한국 사용자에게 적합한 형태가 아닙니다. 많은 정보를 보여주지만 거기서 필요한 것을 찾기 힘들죠. 우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네이버, 다음이 다루지 않는 것도 사용자에게 보여주며, 구글보다 편한 검색 서비스입니다"
"조금 추상적인가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검색 포털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검색 포털 서비스는 관문을 뜻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잠시 들리는 곳이죠. 필요한 정보를 찾은 후 즉시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검색 포털 서비스는 관문과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되도록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 속에 묶어 두려 합니다. 온갖 콘텐츠를 직접 제공해 자사 홈페이지가 인터넷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날이 증가하는 인터넷 속 정보를 모두 품을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방대한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검색 엔진을 직접 개발했고, 지금도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를 묶어둘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카페, 이메일 등 사용자의 외부 유출을 막는 서비스는 개시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구글이 이런 분야에선 독보적입니다만, 글로벌 서비스다 보니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뉴스 서비스죠. 구글 뉴스 검색은 매체가 직접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구글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웹 크롤링으로 찾아주는 방식입니다. 특정 시간마다 한 번씩 업데이트하다 보니 속보 전달에 약하고, 언론사가 검색을 막아둘 경우 뉴스 제공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줌은 이 부분만큼은 국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언론사로부터 직접 뉴스를 제공받아 사용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줌의 메인 화면에 뉴스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해 12월 줌 서비스는 코리안클릭 기준 검색 점유율 1.32%로 네이트를 제치고 검색 점유율 국내 4위로 올라서는 파란을 일으켰다. 네이버나 다음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고착화된 국내 검색 포털 서비스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사용자가 늘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또한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용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 줌인터넷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일단 현재 줌 서비스의 사용자 현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작년 월 순방문자(UV)는 코리안클릭 기준 600만~700만 명입니다. 검색 점유율은 4위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목표는 순방문자 1,000만 명입니다" (편집자 주: 월 순방문자 1,000만 명을 달성할 경우 국내 10대 사이트에 진입할 수 있다)
“사용자 증가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이스트소프트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줌 서비스를 알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를 통해 줌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의 재방문 비율이 점점 증가했습니다. 쿠팡, 그루폰,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 등 소셜커머스와 협약을 맺고 소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를 개시한 점도 사용자에게 호평 받았습니다. 실시간 검색과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점도 한몫했고요"
"사용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 다양한 계획도 세워뒀습니다. 일단 '스윙 브라우저'와 '이글루스' 그리고 '타임트리',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네요. 스윙 브라우저는 한국 웹 환경에 최적화된 웹 브라우저입니다. 크롬은 빠르지만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고, 구형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느립니다. 신형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제한돼 있죠. 스윙 브라우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빠르고, 액티브X로 구성된 홈페이지에도 접속할 수 있습니다. 구형 윈도 운영체제에도 설치할 수 있고요.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도 품고 있죠. 이 스윙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에게 줌 서비스를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또, 많은 사용자가 이용 중인 블로그 서비스 이글루스를 SK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인수해왔습니다. 이글루스는 원래 줌인터넷 박수정 대표이사님이 개발한 서비스입니다. 창업자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거죠. 이글루스를 되찾은 후 깜짝 놀랐습니다.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내부 소스와 인프라가 엉망이더군요. 일단 통계, 검색, 에디터 등 필요한 기능을 재빨리 추가했습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이글루스를 정상화하고 줌인터넷의 주력 서비스로 내세울 예정입니다. 정비가 완료되면 이글루스의 콘텐츠도 줌 메인화면에 노출되기 시작할겁니다"
"타임트리는 사용자가 특징 키워드에 관련된 내용을 직접 추가할 수 있는 소셜 타임라인입니다. 사용자가 추가한 콘텐츠를 시간순으로 보여줍니다. 사용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쳐오기 마련이다. 줌인터넷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줌 서비스를 진행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궁금해졌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가 기존 검색 포털 서비스에서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을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한 점'입니다. 명백히 불편한 부분인데, 사용자들은 거기에 익숙해져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 겁니다. 이러한 인식을 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됐습니다"
"사실 출발 지점이 다른 것도 문제였습니다. 경쟁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IT 업계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확장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모바일 환경은 단순히 글, 그림 크기를 줄인다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PC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사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경쟁자는 PC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모바일에 주력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해 일단 PC에 주력했고 모바일을 조금 소홀히했습니다. 때문에 원래 세워뒀던 계획의 절반밖에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바일에 집중해 나머지 절반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죠"
정 부사장은 과거엔 이스트소프트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줌인터넷 소속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이스트소프트와 줌인터넷은 어떻게 다른걸까.
"이스트소프트와 줌인터넷은 자매 회사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성장한 기업이지만, 줌인터넷은 성장할 기업입니다. 투자자들이 줌인터넷의 가능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별개의 법인으로 분리했습니다. 과거 이스트소프트는 검색 기술을 개발하던 도중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온넷M&S(이글루스를 SK커뮤니케이션에 매각한 박 대표이사가 설립한 개발사)와 협력해 이스트M&S란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여기에 줌 서비스를 위해 분사한 이스트인터넷이 합류했습니다. 결국 이스트M&S와 이스트인터넷은 하나로 뭉쳤고, 그 결실이 줌인터넷입니다"
"성장을 위해 사업모델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검색 포털 서비스의 핵심인 검색어 광고는 다음과 제휴를 맺고 제공 중입니다. 또한 자체 개발한 검색 도구 '클라우드 서치 엔진'을 오픈 API 형태로 타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YTN입니다. 얼마 전 YTN은 자사 홈페이지 검색에 클라우드 서치 엔진을 도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 부사장에게 사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봤다.
"언제나 직원들에게 강조하지만, 핵심은 사용자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해나갈겁니다. 또한 많은 사용자가 방문하는 검색 포털 서비스로서 사회적 책임이 발생한다면, 이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사업진출 초기인만큼 성장에 좀 더 비중을 두려 합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