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즐기는 방법, 소니 NWZ-ZX1

이상우 lswoo@itdonga.com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보이스 오브 코리아, 불후의 명곡, K팝스타, 위대한 탄생…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의 인기를 끌어온 방송이다. 방송사나 프로그램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음악'이 주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봤을 때 우리나라 사람의 '음악 사랑'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기업이 오직 음악만을 위한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50만 원을 넘나드는 헤드폰부터 200만 원대에 이르는 휴대용 음원 재생기까지…. 소니역시 이런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소니는 지난해 말 HRA(High Resolution Audio)라는 콘셉트의 고성능 기기를 발표하면서 음악가는 자신이 표현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사용자는 음악에 관한 새로운 정의(定義)와 감동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오늘 소개할 제품은 소니가 최근 선보인 고성능 음원 재생기 NWZ-ZX1이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우선 음악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질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3가지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우선 '무손실 음원(24bit, 192kHz)'이다.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곡을 녹음해 CD에 담기 위해서는 파일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16bit, 44.1kHz), 이때 음 정보가 일부 손실된다. 연주한 곡은 아날로그지만, 이를 파일(디지털)로 만들면서 비슷한 음역대의 소리를 하나로 뭉쳐버리기 때문이다. 비스듬한 경사로를 계단처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파일을 MP3로 만들 때는 용량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음역대를 뭉쳐버리고, 당연히 더 많은 손실이 일어난다. 무손실 음원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시 말하면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원음을 거의 그대로 들려준다.

다음으로 이 무손실 음원을 그대로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 NWZ-ZX1은 여기에 해당한다. 간혹 무손실 음악 파일을 넣어도 이를 재생할 수 없는 음원 기기가 있는데, 이는 해당 제품이 이런 음원(보통 FLAC 포맷)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같은 제품은 코덱을 내려받아 이를 재생할 수도 하는데, 이때 재생하는 소리는 무손실 음원의 소리가 아니다. 만약 스마트폰이 MP3 수준의 음질밖에 재생할 수 없는 기기라면 무손실 음원이라도 MP3 정도의 음질밖에 재현할 수 없다. 무손실 음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여기에 맞는 음원 재생 기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마지막으로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등의 '리시버'다. 리시버는 전송받은 디지털 정보를 실제 소리(아날로그)로 바꿔주는 장치다. 만약 이 장치의 성능이 낮다면 아무리 좋은 음원을 재생한다 하더라도 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출력이 낮고 드라이버 크기가 작은 저가형 이어폰을 사용하면 음량을 키웠을 때 찢어지는 소리가 나거나 섬세한 소리를 표현하지 못한다.

NXZ-ZX1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4.1 젤리빈)를 탑재한 무손실 음원 재생기다. 최대 24bit, 192kHz의 무손실 음원을 정확하게 재생한다.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라 기존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별도 소프트웨어 없이 케이블 하나만 있으면 음원을 PC에서 기기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USB저장소 방식과 MTP 방식 모두 지원). 물론 무선 네트워크(와이파이)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앱 마켓에서 영화 콘텐츠를 구매해 감상할 수도 있고, 멜론이나 지니 등의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안드로이드 기반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바로 '배터리 지속시간'이다. 소니가 밝힌 사용시간은 최대 32시간이지만, 이는 단순히 음악만 감상했을 때다. 만약 와이파이를 활성화하고 웹 서핑을 한다든가, 백그라운드에서 앱을 실행하고 있다면 배터리소모는 더 커진다. 여기에 운영체제 구동하고 화면을 켜는 전원까지 더하면 사용 시간은 10시간 내외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수준이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물론 이것을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제품의 기본 기능인 무손실 음원 재생에만 사용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큼 오래 쓸 수 있다. 와이파이나 웹 서핑 등은 부가적인 기능일 뿐이며, 외부 조작 버튼이 있어 곡 탐색을 위해 화면을 켤 일도 없다. 사용자가 쓰기 나름이라는 의미다.

NWZ-ZX1은 스피커를 기본 내장했다. 보통 내장스피커는 크기가 작고 출력이 낮아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기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이 제품의 내장스피커는 음향 강화 기술인 '엑스라우드(xLOUD)', 내장스피커 음질 자동 조절 기능인 클리어 페이즈(Clear Phase) 등을 적용해 한층 더 높은 음질을 구현한다. 내장스피커로 하이든 현악 4중주를 감상해보니 저음의 묵직한 맛은 부족하지만,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고음이 제법 깔끔하고 선명하게 들렸다. 이 정도면 내장 스피커는 만족스럽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이 제품은 무선통신 기술로 블루투스와 NFC를 갖췄다. 만약 블루투스 스피커나 헤드셋에 NFC 기능이 있다면 번거로운 연결과정 없이, 간단한 접촉만으로 두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참고로 블루투스 연결 시 기기(NWZ-ZX1)에서는 음량을 조절할 수 없다. 음량조절은 스피커에서만 할 수 있다. 음량조절 기능이 없는 스피커나 헤드셋을 연결하면 고정된 음량으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제품의 주요 조작 버튼은 외부에 있다. 이 외부 버튼으로 음량을 조절하거나 곡탐색(재생/일시정지, 이전곡/다음곡)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각 버튼에는 볼록하게 표시가 돼 있어 주머니에 넣고도 손가락만으로 어떤 버튼인지 가늠할 수 있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무손실 음원의 용량은 아주 크다. 4분 내외의 MP3 파일은 보통 크기가 6~7MB 정도며, CD음질 파일은 40~50MB 정도다. 24bit/192kHz에 이르는 무손실 음원은 100MB 이상이다. 이런 음원을 다수 저장하려면 그만큼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 NWZ- ZX1의 내장 메모리는 128GB다. 이 정도면 무손실 음원을 약 1,000곡 내외로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은 없지만, 내장 공간이 충분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NWZ-ZX1은 MP3, WMA, WAV, FLAC, Apple Lossless(애플 무손실 포맷) 등의 포맷을 지원한다. ogg 등의 일부 포맷을 지원하지 않지만, 기기의 용도가 무손실 음원(FLAC)을 재생하는 것이니 사용자에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아 보인다.

가장 원음에 가까운 파일인 DXD 포맷(24bit, 382.4kHz)과 5.1채널 음원 파일(24bit, 96kHz)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음원을 재생하면 음악 재생 애플리케이션에 오류가 발생해 강제 종료된다. 사실 DXD 포맷의 파일은 LG G2 등에서 재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것과 비교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제 소리를 들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질 좋은 음악감상을 위해서는 무손실 음원과 고성능 리시버가 모두 필요하다. 음원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24bit, 192kHz)을, 리시버는 젠하이저 모멘텀을 사용했다. 미리 설명하지만, 필자는 황금귀가 아니다(물론 손실 압축 음원과 무손실 압축 음원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다만 필자의 귀로 느낀 그대로를 글로 표현해봤다. 1악장 도입부의 짧고 굵은 관악기 소리는 깊이감이 있고 무거우며, 울림이 강했다. 이어지는 현악기 소리도 선예도가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활이 현 위에서 미끄러질 때 나는 소리가 제대로 들린 점이다. 이 정도면 해상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NWZ-ZX1은 이어폰 단자를 황동 소재로 처리해 저항을 줄였고, 제품 내부에서도 독립적인 전원을 사용해 헤드폰 좌우 음향 간섭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음질 왜곡을 최대한 줄였고, 리시버의 특징적인 음색을 듣기에도 좋다. 예를 들면 '젠하이저 모멘텀'의 섬세하고 시원한 해상력, '오디오테크니카 이어수트 ATH-ESW9'의 깊고 부드러운 소리 등 각 제품이 지닌 개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니 NWZ-ZX1
소니 NWZ-ZX1

제품 가격은 79만 9,000원. 아무에게나 함부로 추천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이 제품의 음질을 확실하게 체험하려면 전자음으로 만든 대중가요가 아닌, 생악기로 연주한 클래식 음악이 좋다.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만족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가수의 목소리를 주로 내세운 대중가요가 늘고 있다는 점. 무손실 음원은 이런 가수의 호흡이나 감정까지도 전달한다.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속 시원히 말하련다. 사고 싶으면 사고 아니면 말라고.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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