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2014] 카메라의 미래, '초보자'와 '충성고객'을 잡아라

나진희 najin@itdonga.com

CP+2014
CP+2014

앞으로 디지털카메라 트렌드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현재 전세계 카메라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일본 카메라 업체가 대거 참여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카메라 영상 관련 행사 'CP+2014'를 토대로 카메라 시장의 대략적인 흐름은 잡아보자.

'입문자'를 확보하라

스마트폰이 도입되며 그 위치가 흔들리는 전자 제품이 꽤 있다. 디지털카메라도 그중 하나. 실제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입지는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콤팩트 카메라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0년 1억 1,897만 대에서 2013년 5,880만 대로 3년 사이 반으로 줄었다(IDC 자료). 위기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

다만, 그렇다고 카메라 산업 전체의 존폐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소비자들이 오히려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 DSLR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 스마트폰의 결과물을 뛰어넘는 '사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졌어도 중요한 순간까지 담기는 아직 무리다. 그 누가 자신의 결혼식 사진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싶겠는가.

니콘 광고선전부 신도 토시노리 과장(GM)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 것"이라 말했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사진 촬영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덕에 사진 찍는 맛을 알아가면서 카메라 구매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니콘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보급형 DSLR인 'D3300'을 지난 1월 7일 출시했다. 이 제품의 주요 타깃은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다. D3300은 아이의 성장 과정을 멋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공략했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만족하던 사용자들은 아이가 생기면서 카메라 구매를 고려한다. 니콘은 초보 사용자도 겁먹지 않고 손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쓰기 쉬운', 그러면서도 스마트폰보다 확연히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보급형 DSLR'을 주제로 D3300을 개발했다. 캐논도 지난 13일,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G1X Mark2'를 출시했다. 쓰기 편하면서 사양은 높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제품이다.

CP+2014
CP+2014

같은 맥락에서 니콘은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D3300으로 찍을 수 있는 체험존을 부스 내에 마련했다. 전문 사진 강사가 어떻게 하면 아이의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지를 1:1 맞춤 교육해주는 코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짜증 내지 않도록 장난감, 스케치북 등을 코너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CP+2014
CP+2014

여성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도 많이 준비했다. 일본 잡지 '여자카메라'와 협업해 특별히 뽑은 여성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부스 한쪽 벽면에 전시했다. 또한, '하루 한 장 사진 일기', '벚꽃 예쁘게 찍기', '여성 사진 작가 워크숍' 등 다양한 여성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보급 기종에서 여성 사용자 비율이 높아져 가는 현상을 고려한 것.

'충성도'를 높여라

DSLR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대표적인 기종이다. 한번 니콘으로 시작한 사람은 계속 니콘만, 캐논으로 시작한 사람은 캐논만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래도 브랜드마다 제품 조작 방식도 다르고 렌즈 등의 호환도 어렵기 때문.

그렇기에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니콘의 보급형 DSLR을 구매한 사람은 이후 니콘 렌즈와 풀프레임 바디의 DSLR을 구매할 확률이 다른 브랜드로 옮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업체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노릴 수 있다.

CP+2014
CP+2014

어떻게 하면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제품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내가 비싼 돈을 내고 산 제품을 나중에도 별탈 없이 쓰고 싶다'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각 업체는 CP+2014 행사장 부스 내에 자사의 기나 긴 역사와 뛰어난 광학 기술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전시해 놓았다. 니콘은 NIKKOR 렌즈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제품의 견고함과 정밀함을 나타내는 자료를 알기 쉽게 설명한 코너도 있었다.

CP+2014
CP+2014

얼마 전 출시한 'Df'도 오랜 매니아층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디지털 카메라 이전의 SLR 카메라를 사용하던 그 느낌을 구현하려고 디자인부터 버튼 설계까지 공을 들였다. Df를 사용하며 f, fm 시리즈를 썼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거기다 니콘의 구형 NIKKOR 렌즈(비 AI 렌즈 포함)도 Df에 장착해 쓸 수 있도록 했다. 몇십 년 전에 구매했던 렌즈를 지금도 쓸 수 있다니. DSLR 사용자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제안이 또 있을까.

사실 니콘, 캐논 등 전세계 카메라 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은 이러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CP+2014 부스를 찾은 중장년층 관람객을 보며, 국내 업계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카메라 업체는 기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얼마만큼 얻고 있을까. 국내 카메라 업체가 몇십 년 전 출시한 제품을 여전히 활용할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