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기본 앱 삭제, 왜 기존 스마트폰은 안 돼요?

안수영 syahn@it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대한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선탑재 앱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23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용자는 스마트폰 및 OS 구동에 필요한 필수 앱을 제외한 다른 앱들을 삭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은 구글, 통신사, 제조사 관련 앱을 미리 탑재한 상태로 출시됩니다. 이런 앱들은 사용자가 루팅을 하지 않는 이상 삭제되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앱은 60~80여개인데요, 대부분은 사용 빈도가 낮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앱들이 스마트폰 메모리(RAM)를 차지하거나 전력을 소모하는 것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정책으로 불만을 해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본 앱 삭제 기능은 올해 4월부터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적용되며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에 많은 사용자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용자에게 앱 삭제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지요.

스마트폰 기본 앱 삭제, 왜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패치를 통해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와 제조사, 통신사에 직접 문의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기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기본 앱 삭제 기능 추가 시 간헐적 오작동, 부팅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앱을 삭제하는 데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긴다니, 얼른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내부 저장소가 있습니다. 내부 저장소란 스마트폰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이나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그런데 내부 저장소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이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듯이, 스마트폰 내부 저장소도 여러 파티션(하나의 저장 장치를 여러 부분으로 분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필요한 자료를 종류별로 따로따로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스마트폰 내부 저장소는 시스템 영역, 데이터 영역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스템 영역은 스마트폰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담은 곳이며, 데이터 영역은 일반 앱이나 사진, 연락처 등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데이터 영역에 보관한 것은 사용자가 손쉽게 삭제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방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찾아보고 버리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고, 내 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그런데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은 시스템 영역에 저장됐습니다. 시스템 영역은 스마트폰이 구동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것을 담아둔 구역이고, 그렇기에 사용자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시스템을 잘못 건드리거나 수정할 경우 스마트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막아둔 것이지요. 마치 아버지가 비상금을 감춰둔 금고처럼, 누나가 비밀 일기를 숨겨둔 서랍처럼 아무나 접근할 수 없도록 자물쇠가 잠긴 곳입니다. (비상금이나 비밀 일기를 건드렸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소동이 벌어지지요)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이 (이처럼 복잡하고 예민한) 시스템 영역에 저장되어 있다 보니, 이를 건드리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시스템 영역을 수정할 경우 스마트폰 부팅 문제 및 치명적인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적용하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 삭제에 대해 삼성전자에 문의했으나, 삼성전자의 설명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에서 기본 탑재 앱을 삭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스마트폰 개발 단계부터 연관됐기 때문이다. 만약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삭제해도 기기에 오류가 없다면, 굳이 업데이트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신사(KT)

KT의 설명도 비슷했던 만큼, 좀 다른 질문을 추가했습니다. 기본 앱 삭제 기능은 올해 4월부터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데요, 해당 스마트폰에도 삭제되지 않는 앱(필수 앱)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KT는 올레마켓, 고객센터, 모카트리, 올레 Wifi 접속이 해당됩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고객 지원 및 편의, 단말기 고유 기능과 관련한 앱은 필수 앱으로 남겨둔 것입니다. 올레마켓과 고객센터는 고객 편의, 모카트리는 NFC, 올레 Wifi 접속은 와이파이 기능을 제공하고자 한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저 4가지의 앱도 굳이 삭제하지 못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그리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폰이나 구글 래퍼런스폰(넥서스 시리즈 등)은 통신사 앱이 없지만 사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요. '정 필요하다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면 그만 아닌가'라는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동통신 3사
이동통신 3사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 정말 지울 수 없나

기존 스마트폰에서 선탑재 앱을 삭제하려면 루팅을 하는 방법이 유일합니다. 루팅이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일반 사용자가 관리자 권한을 획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루팅을 하는 것은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루팅한 스마트폰은 보안에 취약하고 A/S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루팅을 하다가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벽돌' 증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초보 사용자가 루팅을 하기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요.

기본 탑재된 앱을 완전히 삭제하지는 못하지만, 해당 앱을 보이지 않도록 설정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구동하는 것을 막아 메모리를 차지하거나 배터리를 소모하는 증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바로 환경설정 앱에서 '애플리케이션 관리' 메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각 단말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본 기사에서는 갤럭시노트2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먼저 스마트폰에서 환경설정 앱을 실행하고 '더보기' 메뉴를 선택한 뒤 '애플리케이션 관리자' 메뉴에 진입합니다. '다운로드' 메뉴에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목록이 나타날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관리자
애플리케이션 관리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앱을 선택합니다. '사용 안 함' 버튼을 누르면 해당 앱이 비활성화됩니다. 스마트폰 앱 목록에서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데이터 삭제'를 먼저 누른 뒤 '사용 안 함'을 터치하면 메모리 용량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 비활성화
스마트폰 앱 비활성화

스마트폰 앱 비활성화
스마트폰 앱 비활성화

앱을 지웠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플리케이션 관리자 메뉴에서 화면을 오른쪽으로 넘기면 '해제되었습니다' 메뉴가 있을 텐데요(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전체 메뉴에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삭제한 앱이 고스란히 있을 것입니다. 해당 앱을 선택하고 '사용'을 누르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비활성화한 앱 다시 사용
비활성화한 앱 다시 사용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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