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나우와 Xbox Live... 클라우드 게임, 아직 갈 길 멀다

강일용 zero@itdonga.com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경쟁사와 달리 소니는 CES 2014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강조했다. 핵심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Playstation Now, 이하 PS 나우)'다. PS 나우의 원리는 간단하다. 소니가 구축한 클라우드 서버에서 PS3, PS2, PS1 게임을 실행한 후, 이 화면을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기기에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화면을 전송받을 수 있는 기기도 다양하다. 소니의 최신 비디오 게임기 PS4 뿐만 아니라 휴대용 게임기 PS 비타, PS3, 소니의 스마트TV 브라비아(2014년 모델 대상), 소니의 스마트폰/태블릿PC 엑스페리아 등이다. 해당 기기 사용자가 PS 나우 서비스에 가입하면, 비디오 게임기(HW)와 게임(SW)를 구매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S 나우는 1월 말 북미에서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며, 3분기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미국의 유명 IT 매체 더버지와 엔가젯은 PS 나우를 CES 2014 어워즈 '최고의 게임 경험'과 '최고의 SW'로 선정했다. 그렇다면 PS 나우는 왜 이렇게 호평을 받은 걸까. 그 얘기를 하기에 앞서 클라우드 게임이란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실행되는 건지 한번 자세히 알아보자.

클라우드 게임의 태동

지난 2005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쿠타라기 켄(久夛良木健) 전CEO는 PS3를 공개하면서 다소 엉뚱한 발상을 내놨다. 전세계 PS3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PS3 게임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것.

원리는 이렇다. 모든 PS3가 항상 풀 퍼포먼스(최고 성능)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 상태로 휴식 중인 PS3도 있을 것이고, 높은 퍼포먼스를 요구하지 않는 게임을 실행 중인 PS3도 있을 것이다(유휴상태). 반면 어떤 PS3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 모든 퍼포먼스를 끌어내고 있을 터. 이 PS3가 성능의 한계 때문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유휴상태의 PS3에 보내 대신 처리하게 한다. 이를 통해 PS3는 기계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어 더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개념이다. 분산컴퓨팅, 즉 클라우드와 완벽히 동일하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란 개념이 생소하던 그 당시부터 쿠타라기 전CEO는 클라우드 게임을 꿈꿨다.

물론 그의 꿈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사용자들이 클라우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내 돈 주고 구매한 PS3의 프로세스 자원을 (전력을 소모해가면서) 타인에게 지원해줘야 하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PS3의 성능이 예상보다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프로세서의 성능은 충분했지만, 3D 게임을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한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이 기대 이하였다. 때문에 유휴상태의 PS3가 존재할 수 없었다(결국 소니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활용하는 계획을 포기하고, 남아도는 프로세서의 성능만 한군데 모아 스탠퍼드 대학 질병연구센터에 기증했다). 가장 큰 문제는 클라우드의 핵심 ‘중앙집중 서버’의 부재였다. 클라우드를 완성하려면 분산컴퓨팅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중앙집중 서버가 필요한데, 당시에는 이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게임의 형태

쿠타라기 전CEO의 꿈은 사그라졌지만, 그가 남긴 아이디어는 클라우드 게임 완성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소니가 PS 나우를 통해 구현한 방식이다. 중앙집중 서버에서 게임을 실행한 후, 게임 화면만 동영상 형태로 여러 기기에 전송해준다. 인터넷에만 연결돼 있으면 기기의 성능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화려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둘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Xbox Live를 통해 구현한 방식이다. 게임 자체는 비디오 게임기(Xbox One)에서 실행하지만, 비디오 게임기가 처리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면 중앙집중 서버(윈도 애저)에서 성능을 임대해준다. 인터넷 대역폭의 한계 때문에 3D 그래픽을 더 유려하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AI 연산 정도는 중앙집중 서버에서 대신해줄 수 있다.

PS 나우와 Xbox Live의 차이

Xbox Live와 PS 나우는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자라고 할 수 없다. PS 나우가 추구하는 목적은 '소니 콘텐츠 생태계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과 '게임 인구 확대'다. PS 나우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소니 제품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PS 게임을 맛본 사용자들이 PS4, PS비타 등 소니의 비디오 게임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소니는 이 같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CES 2014에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비욘드: 투소울즈(Byond: Two souls)' 등 PS3로 발매된 명작 게임을 PS 나우로 시연했다.

더라스트오브어스
더라스트오브어스

반면 Xbox Live는 '부족한 성능을 보조한다'는 클라우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 이를 통해 하드코어 게이머가 만족할만한 뛰어난 게임을 제작한다는 게 MS의 전략이다. 시작은 EA의 FPS 게임 '타이탄폴(Titanfall)'이다. 거대한 전장에서 48명의 캐릭터가 전쟁을 벌이는 게 이 게임의 콘셉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사용자가 실제로 조작하는 캐릭터는 12개에 불과하다. 남은 캐릭터는 AI가 조작한다. 그렇다고 AI가 바보일 것이라 생각하면 금물. AI는 Xbox Live의 중앙집중 서버에서 조작한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민첩하고 영리한 행동을 보여준다. 또,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중앙집중 서버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사람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줄 전망이다.

타이탄폴
타이탄폴

PS 나우가 주목받은 이유

사실 PS 나우가 새롭다거나 놀라운 개념은 아니다. 시중에는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가득하다. 놀랍게도 이 분야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선구자다. PS 나우와 같은 방식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2012년에 상용화했다. LG유플러스의 C게임즈, KT의 올레 게임타니움 등이 그 사례다.

완성도도 높다. 스마트폰, 스마트TV, 셋톱박스 등 다양한 기기로 고사양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패드를 연결하면 제법 즐길 맛이 난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경우 블루투스 게임패드를 연결하지 않아도 터치스크린 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 C게임즈
LG유플러스 C게임즈

그렇지만 이통통신 3사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은 PS 나우만큼 큰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부족한 콘텐츠와 좁은 국내 시장 등을 그 이유로 지적할 수 있겠다. 이통통신 3사는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충분하지만, 정작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핵심인 게임 보유량이 턱 없이 모자랐다. 국내에서만 서비스하고 해외로 진출하지 못한 점도 크다.

반면 PS 나우는 지난 20년 동안 게임 산업을 진행해온 소니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다. 20년 간 축적된 PS 게임 콘텐츠를 고스란히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기술력이 발전하면 PS3, PS2 게임 뿐만 아니라 PS4 게임마저 클라우드로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용자가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그런 면에서 PS 나우의 경쟁자는 밸브(Valve) 스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밸브도 구체적인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계획을 내놨다. 스팀머신, 엔비디아 실드 등에 스팀에서 판매 중인 PC 게임을 클라우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스팀에서 판매 중인 PC게임이 적지 않은 만큼 그 파급력은 PS 나우 못지 않을 전망이다.

밸브 스팀머신
밸브 스팀머신

클라우드 게임의 한계, 지연시간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PS 나우 포함)은 HD 해상도(1,280x720), 30프레임으로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해상도와 프레임 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의 관건은 지연시간(latency)이다. 지연시간이 60ms를 초과하면 게이머들은 게임패드를 통한 입력과 TV를 통해 나타나는 게임화면이 불일치한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버튼을 눌렀는데, 화면 속 캐릭터는 한 템포 늦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현재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지연시간은 120~140ms 내외다. 아무리 둔감해도 화면 반응이 느린 것을 눈치챌 수 밖에 없다. RPG, 시뮬레이션 등 정적인 게임 장르는 별문제 없이 즐길 수 있지만, FPS, 액션, 스포츠 등 동적인 게임 장르를 즐기자니 미흡하다.

때문에 클라우드 게임 사업자는 다양한 최적화 기술을 동원해 지연시간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80~100ms다. 60ms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인터넷 환경으론 무리다(약 40ms가 손실된다). 80ms 정도만 되도 일부 초인 FPS/액션 장르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PS 나우 역시 80ms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연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원된 기술의 핵심은 '패킷 데이터 압축'이다. 영상 데이터를 압축해 최대한 빠르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소니는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재작년 미국의 클라우드 게임 회사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씨나우(See now) 등 클라우드 게임 회사와 협력해 패킷 데이터를 줄이는 데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제 아무리 최신 기술이 동원돼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것 만은 못하다. 중앙집중 서버가 위치한 IDC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클라우드 게임은 한결 쾌적해진다. 국내에서 PS나우가 제대로 서비스 되려면 IDC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니가 국내 또는 아시아에 IDC를 구축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IDC 구축이라는 면에서 소니보다 한참 앞서나가는 MS도 가장 가까운 IDC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존재한다.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소니, MS, 밸브)는 국내에 IDC가 없고, 국내에 IDC를 갖춘 사업자(이동통신 3사)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국내에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상용화되기 앞서 극복해야 할 벽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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