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4] CES 2014로 풀어보는 올해의 IT 전망
흔히 세계 3대 IT 전시회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MWC(Mobile World Congress),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를 꼽는다.
같은 IT 전시회라도 세 전시회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MWC는 모바일 제품과 기술에 대해 논하는 자리다. 단독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애플, 구글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의 잔치라는 얘기다. IFA는 베를린에서 열린다는 지리적 특성 상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주로 출품된다.
CE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만큼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전시된다. 여기에 한 가지 특징을 더 품고 있다. 1월 초에 열리다 보니 한해 IT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CES 2014에선 UHD(울트라HD, 4K), 사물인터넷,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프로세서 등 5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2014년, UHD TV의 원년 되나?
HD(1,366x768)를 거쳐 풀HD(1,920x1,080) 해상도에 머물러 있던 TV가 또 한번 큰 도약을 하려 한다. 이번엔 UHD(3,840x2,160)다. UHD TV 자체는 작년 CES 2013에서 공개된 후 제품 판매를 시작했지만, 제품 가격이 비싸고 UHD 콘텐츠가 매우 부족해 큰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UHD TV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가격을 낮춰 소비자가 입맛에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55, 65, 85, 105, 110인치 등 5가지 크기의 UHD TV를 선보인다. 55인치 TV와 65인치 TV는 일반 TV와 유사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으로, 일반 사용자가 별다른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85인치 TV와 110인치 TV는 화면 외곽에 철제 프레임을 두른 타임리스 갤러리 디자인을 적용한 고급 제품으로, 초대형 UHD TV를 원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해나갈 예정이다.
LG전자는 49, 55, 65, 79, 84, 98, 105인치 등 7가지 크기의 UHD TV를 전시한다. 49인치 TV와 55인치 TV는 UHD TV 대중화를 위한 첨병이며, 65, 79, 84, 98인치 TV는 대형 UHD TV를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고급 제품이다.
또, 두 회사 모두 105인치 커브드(휘어진) UHD TV를 선보인다. 화면 비율 21:9, 해상도 5K(5,120x2,160)의 이 제품은 화면 크기가 매우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휘어 있어 영화, 다큐멘터리 등 21:9 비율로 제작된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OLED가 아닌 LCD임에도 화면을 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원래 LCD는 자체발광하는 OLED와 달리 화면을 휘는 것이 쉽지 않다. LED 광원을 화면 전체에 골고루 뿌려주는 것이 힘들기 때문. 이번 105인치 UHD TV는 이러한 커브드 LCD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규모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UHD TV 시장을 선도해온 일본 가전업체들의 반격도 거세다. UHD TV 시장 만큼은 반드시 수성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큰 힘을 쓰지 못한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 역시 다양한 크기의 UHD TV를 선보인다.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여주는 곳은 소니다. 소니는 색상 재현력이 뛰어난 65인치 UH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넷플릭스, 소니 마켓 등에서 UHD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전용 콘텐츠 재생기를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세이키는 1500달러(약 160만 원) 내외의 저렴한 50인치 UHD TV를 선보인다. 세이키는 대만 홍하이 정밀(폭스콘)과 샤프가 함께 출자한 조인트 벤처다.
사물인터넷, 생활 속으로 파고들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PC,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에어콘, 세탁기 등 모든 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이렇게 연결된 제품을 하나의 단말기로 모두 제어할 수 있다.
일단 가장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CES 2014에서 사물인터넷을 구체화한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을 시연한다. 삼성 스마트홈은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냉장고, 에어콘, 세탁기, 카메라, 로봇청소기 등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묶어주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집에 도착하기 앞서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에어컨, 조명 등을 조작할 수 있고, TV를 보다가 "굿나잇(Good Night)"이라고 말하면 TV, 에어콘, 조명 등이 함께 종료된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을 연동시키기 위한 연결 표준규격 SHP(Smart Home Protocol)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업체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홈챗'이라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공개한다. 홈챗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냉장고,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 등을 원격 제어하는 서비스다. 제어 뿐만 아니라 집 안 모니터링 및 콘텐츠 공유 기능도 지원한다. 사용법도 매우 쉽다. 네이버의 SNS 서비스 라인(Line)을 통해 명령을 내리면 된다. LG전자는 연동되는 가전 제품을 점점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스마트를 만나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란 정보(인포메이션)와 놀이(엔터테인먼트)를 하나로 결합한 단어로, 자동차를 운행할 때 필요한 도로 정보와 지겨움을 달래줄 여흥 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자동차 네비게이션과 카 오디오 시스템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
물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는 기존 네비게이션, 오디오 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나 윈도 또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임베디드 형태로 내장해 다양한 앱을 추가할 수 있다.
플랫폼도 다양하다. 아우디는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를 채택했고, 포드는 MS와 손잡고 윈도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GM과 기아자동차도 다양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인다. 두 회사의 시스템이 어떤 운영체제 기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등장
구글 글라스의 높은 활용도는 웨어러블 기기(디바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 받는다. 여기에 자극 받은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14 기간 동안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기어'의 후속작 '갤럭시기어2'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기어는 갤럭시노트3, 갤럭시S4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제품으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갤럭시기어2는 배터리 사용 시간, 활용도 등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을 개선했을지 기대된다.
LG전자는 범용성을 추구한 갤럭시기어와 달리 헬스케어라는 특정한 목적에 집중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인다. '라이프밴드 터치'라고 이름 붙인 이 손목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칼로리 소모량과 걸음 수, 움직인 거리 등을 체크한다. 나이키 퓨얼 밴드, 아디다스 마이코치와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소니 역시 '스마트워치3'를 공개한다. 스마트워치3는 갤럭시기어와 마찬가지로 시계 형태의 제품이며, 스마트폰과 연동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퀄컴도 지난해 공개한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토크'를 자사 부스에 전시할 계획이다.
점점 진화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모바일 프로세서의 진화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제작사가 CES 2014에서 자사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전시한다. 인텔은 4세대 아톰 프로세서 베이트레일과 LTE 통신칩셋을 하나로 합친 '원칩 솔루션', 64비트로 완전히 전환된 '개량형 베이트레일'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퀄컴은 기존 스냅드래곤800에서 그래픽 프로세서를 대폭 강화한 '스냅드래곤805'를 전시한다. 스냅드래곤805는 아드레노420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해 PS3, XBOX360에 버금가는 3D 그래픽 처리능력을 갖췄으며, UHD 해상도/HEVC(High Efficiency Video Coding) 코덱으로 생성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LTE 통신칩셋도 원칩 솔루션으로 포함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대폭 강화한 '테그라K1' 칩셋을 공개한다. 테그라K1은 엔비디아 지포스 타이탄에 적용된 최신 그래픽 아키텍처 '케플러'를 적용한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로, CUDA(엔비디아의 GPGPU 기술)를 탑재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때 그래픽 프로세서가 메인 프로세서의 성능을 보조한다. ARM 코텍스 A15 기반 32비트 프로세서와 ARMv8 기반 64비트 프로세서를 함께 출시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