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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북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

강일용

지난 23일, 시장조사기관 NPD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구글 '크롬북(Chrome Book)'이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대체 왜 불티나게 팔린 걸까. 아니 그것보다 크롬북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 거지? 한번 자세히 알아보자.

NPD는 2013년 1월 부터 11월까지 미국 커머셜(Commercial, 기업 및 교육) 시장에서 판매된 전체 PC, 노트북 1440만대 가운데 9.6%가 크롬북이라고 밝혔다. 2012년 점유율이 0.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노트북 판매량으로 한정하면 점유율은 21%까지 올라간다. 2013년 미국 커머셜 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 5대 가운데 1대는 크롬북인 셈. NPD의 발표를 분석하면 약 140만대를 판매했음을 알 수 있다.

NPD 그룹이 공개한 커머셜 시장에서 크롬북 판매량

크롬북은 어떤 제품인가요?

크롬북은 구글의 데스크톱, 노트북용 운영체제 '크롬OS'를 탑재한 제품을 말한다. 시중에서 흔히 크롬OS를 클라우드 운영체제라고 표현하는데, 엄밀히 말해 틀린 표현이다. 크롬OS는 구글이 리눅스를 '크롬 웹브라우저만' 실행할 수 있도록 뜯어 고친 운영체제다.

'크롬 웹브라우저만 실행할 수 있으면 대체 그것으로 무얼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 답은 인터넷과 웹앱(Web App, 웹브라우저로 실행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인터넷과 웹앱을 통해 노트북, 데스크톱의 역할을 하는 거다. 대부분의 웹앱이 클라우드에서 실행되거나, 클라우드 관련 기능을 품고 있기에 '크롬OS=클라우드 운영체제'라는 표현이 퍼진 것으로 풀이된다.

크롬 웹브라우저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치챈 사용자도 많겠지만, 크롬북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전제인 제품이다.

크롬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이메일도 보낼 수 있고,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문서작성 웹앱 '구글독스'나 'MS 오피스365'를 활용하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PDF 파일도 읽을 수 있다. 앵그리버드, 컷더로프 등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크롬 웹브라우저는 사진 감상, 정렬, 편집 기능도 갖추고 있고, MP4 형식 풀HD 해상도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다. 인터넷, 문서작성, 동영상 감상, 게임...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기능이며, 크롬북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물론 포토샵, 오토캐드 등 무거운 전문가용 앱은 실행할 수 없다. 하지만 크롬북의 콘셉트를 감안하면 실행할 이유가 없다. 애당초 크롬북은 사용자들이 노트북에서 가장 자주 활용하는 기능만 추려낸 제품이다.

구글 크롬북

크롬북의 장점은?

크롬북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현재 시중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에이서, 삼성의 크롬북이 199~249달러에 불과하다(약 20만~25만 원).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못지않다. 저렴한 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제품 원가다. 일단 크롬OS는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운영체제다. 여기에 프로세서로 인텔 셀러론, 삼성전자 엑시노스5 등을 채택해 관련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프로세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인데, 크롬OS는 x86과 ARM을 모두 지원한다)

휴대성도 뛰어나다. 제품 크기는 11~13인치에 불과하다. 두께도 얇고, 무게도 가볍다. 누구나 손쉽게 휴대할 수 있는 제품이란 뜻. 저렴한 가격, 문서작성과 웹서핑에 특화돼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때 큰 인기를 구가한 넷북의 후계자라고 평가해도 되겠다.

운영체제가 가벼운 데다, 프로세서도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만큼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다. 약 6시간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롬북은 어떻게 사용해요?

크롬OS 형태는 생각보다 윈도와 닮았다. 정확히는 윈도7을 참고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일단 크롬OS 를 실행하면 바탕화면이 나타난다. 바탕화면엔 문서, 이미지 등 사용자의 파일을 진열해 놓을 수 있다.

화면 왼쪽 하단, 윈도에선 시작 버튼이 있는 자리엔 '크롬 버튼'이 있다. 이를 누르면 크롬 웹브라우저가 실행된다. 크롬 버튼을 우클릭하면 크롬북에 설치돼 있는 웹앱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윈도로 치면 모든 프로그램), 크롬북 또는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있는 파일을 검색할 수 있다. 화면 하단에는 자주 사용하는 웹앱을 진열해 놓을 수 있다. 지메일, 유튜브, 크롬 웹스토어 등 일부 웹앱은 기본 설치돼 있다. 현재 실행 중인 웹앱은 (윈도7처럼) 화면 하단 태스크바에 표시된다.

웹앱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연결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HTML5 또는 구글 기어즈(크롬 웹브라우저의 확장 기능)를 활용한 일부 웹앱은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다. 구글은 이를 오프라인 앱이라 칭하고 있다.

PC용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웹앱은 대부분 크롬북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크롬 익스텐션도 마찬가지다. PC용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일부 익스텐션(예: 네이버툴바)을 제외하면 모두 크롬북에 설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서랍처럼 웹앱 서랍을 추가했다. 전체 메뉴 구성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유사하다. 요약하자면, 크롬북에선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적당히 섞은 듯한 오묘한 맛이 난다. 윈도와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요소다.

크롬 웹스토어

기업과 교육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로 진출하는 것이 관건

크롬북이 불티나게 팔린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커머셜 시장 판매량이라는 점이다. 커머셜 시장은 기업(B2B)과 교육 기관(초등, 중, 고등, 대학교)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컨슈머 시장과 차이가 있다.

크롬북이 커머셜 시장에서 잘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과 교육기관은 크롬북만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 시장의 화두는 클라우드 오피스다. 일단 기업이 업무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CRM/ERP 솔루션은 이제 완전히 웹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SAP B1, 오라클 JD 에드워즈, MS 다이나믹스 등 대부분의 CRM/ERP 솔루션은 웹 브라우저만 실행하면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구글독스, MS 오피스365 등을 붙이면 문서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캐논, 제록스 등 엔터프라이즈 프린터 업체 역시 웹브라우저만 실행하면 따로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아도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클라우드 문서출력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즉, 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솔루션이 클라우드(프라이빗/퍼블릭)를 품고 웹앱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웹앱인 만큼 모두 크롬북에서 실행할 수 있다.

구글 빈스 우 크롬OS 매니저는 "클라우드 오피스 보급이 활성화되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크롬OS와 크롬북은 클라우드 오피스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빈스 우 매니저는 크롬북을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내며, 멀리 떨어진 직원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미 구글 내부에선 크롬북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시장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일단 크롬북은 교육 시장에 보급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저렴한 공급가'를 갖추고 있다. (슬프게도) 인터넷 외에 할 수 있는 작업이 적어 수업 시간 도중 딴 짓을 할 수 없다는 것도 크롬북이 교육 시장에서 선호 받는 이유다. 심지어 인터넷조차 교육용 내부 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게 제한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웹앱 실행이 차단된다. 되는 게 너무 많아 학생들이 딴 짓을 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윈도8.1 태블릿PC보다 선호 받을 수밖에 없다.

커머셜 시장의 약진에 비해 컨슈머 시장은 다소 조용하다. 크롬북이 차세대 노트북으로 각광 받으려면, 컨슈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컨슈머 시장을 얻지 못하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컨슈머 시장에서도 최근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존은 2013년 연말 쇼핑시즌 기간 동안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된 노트북 가운데 삼성 크롬북(3세대)과 에이서 크롬북(3세대)이 판매량 1위와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쟁쟁한 윈도 노트북, 맥북 등을 제치고 얻은 성적이기에 의미가 크다.

크롬북의 장점을 설명 중인 구글 빈스 우 매니저

국내시장에선 못 만나요

앞에서 말했지만, 크롬북이 불티나게 팔린 곳은 미국이다. 국내와는 동떨어진 얘기다. 사실 국내에선 지난 2011년 삼성전자 '크롬북 시리즈5'가 정식 발매된 이후 크롬북의 맥이 끊겼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크롬북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LG전자는 크롬OS를 활용한 데스크톱을 제작했다).

마냥 제조사 탓을 할 수는 없다. 팔리지 않을게 뻔한데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크롬북이 국내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웹 환경이 오직 PC와 PC용 플러그인 위주로 설계돼 있기 때문.

액티브X 탓에 리눅스, OS X에서 인터넷 뱅킹과 관공서 홈페이지 접속을 할 수 없는 것은 유명하다. 당연히 크롬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크롬북으로 PC용 크롬에서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게 설계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인터넷 뱅킹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슬프게도 불가능하다. 이 역시 순수 웹앱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PC용 플러그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안을 https와 웹앱으로 구현하는 해외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애당초 국내 웹 환경이 세계 기준과 따로 노는 가장 큰 이유가 PC용 플러그인이다. 액티브X는 PC용 플러그인의 대표 사례라 가장 크게 욕 먹고 있을 뿐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가 크롬북의 가장 큰 가치인데, 정작 국내에선 인터넷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국내 웹 환경을 PC용 플러그인을 지양하도록 바꾸기 전까지 크롬북 도입은 요원하다. 평소 같으면 구글과 제조사 탓을 하겠지만, 이번 만큼은 국내 웹 환경이 문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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