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를 위한 최고의 장난감, QX10
소니의 괴작(?), 스마트폰용 렌즈 사이버샷 QX10, QX100이 11월 국내에 출시된다. 출시에 앞서 잠깐 QX10을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QX 시리즈는 고배율 줌과 대형 이미지 센서 부재라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극복해줄 수 있는 제품이다. QX10은 광학 10배 줌렌즈를, QX100은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QX 시리즈는 LCD 화면이 없다. 오직 렌즈와 센서만 존재한다. LCD 화면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대신 한다. QX 시리즈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온전한 하나의 디지털 카메라가 탄생한다는 뜻.
일단 외관부터 말해보자. QX10은 디지털 카메라에서 렌즈만 뚝 떼어낸 것처럼 생겼다. 두께는 4cm로 상당하지만 지름 자체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전용 가방 없이 호주머니에 넣어 다녀도 될 정도다.
제품 뒷면에는 스마트폰에 붙일 수 있도록 전용 집게가 존재한다. 4~5인치 스마트폰이라면 모두 붙일 수 있다. 하얀색 스마트폰이라면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는 아니고, 나름 어울리는 편이다.
자체적인 버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품 측면에는 전원 버튼, 촬영 버튼, 광학 줌 조절 버튼이 존재 한다. 또, 배터리 충전 상태와 마이크로SD 카드 장착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소형 흑백 LCD 창을 내장하고 있다.
연결은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기능을 활용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 기기끼리 연결해주는 기술이다. QX10의 전원을 켜면 근처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목록에서 QX10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선택한 후 전용 비밀번호(QX10 배터리 커버와 메뉴얼에 적혀있다)를 입력하면 연결된다. 이 상태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해 소니 플레이 메모리즈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촬영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연결이 완료되면 스마트폰 화면에 QX10 이미지 센서에 투영된 세상이 나타난다. 이제 QX10의 촬영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 화면 속 촬영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동영상 전환, 이미지 해상도 등 몇 가지 간단한 설정, 광학 줌 등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조작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은 두 군데에 저장된다. QX10에 넣어둔 마이크로SD 카드와 스마트폰 저장공간에 동시에 저장된다. 마이크로SD 카드가 없어도 촬영 후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 마이크로SD 카드는 일종의 보험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도중 사진이 유실될 것을 대비해 넣어두는.
셀카만큼은 세계 제일
QX10은 멀리 있는 사물도 광학 10배줌을 이용해 가까이 있는 것처럼 찍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흉내 낼 수 없다. 렌즈 규격의 경우 밝기 F3.3~5.9, 환산화각 25~250mm다. 광학부터 망원까지 하나의 렌즈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QX10의 이미지 센서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이 부분이 아쉬운 사용자는 QX100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대동소이하다. 그래도 이미지 프로세서와 렌즈의 차이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보다는 나은 화질을 보여준다.
동영상 촬영 능력도 제법 괜찮다. 동영상 촬영도중 광학 줌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기능을 사용하려면 사진 촬영과 달리 반드시 마이크로SD 카드가 필요하니 주의할 것.
QX10은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이용해 무선으로 연결되기에 제품과 스마트폰을 꼭 붙여둘 필요가 없다. 대략 5m까지 떨어져 있어도 된다. 때문에 일반 콤팩트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는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활용법은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자와 피사체가 동일한 촬영기법을 뜻한다)다. 카메라 렌즈를 본인에게 향하게 하고 스마트폰 화면으로 각도 확인해가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카메라보다도 셀카에 최적화돼 있다.
단체 촬영에도 적합하다. QX10 하단에 존재하는 삼각대 연결 구멍을 이용해 제품을 삼각대에 거치한 후 렌즈 앞에 옹기종기 모여보자. 예전에는 LCD 화면 확인이 힘들어 감에 의존해가며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QX10은 스마트폰 화면을 이용해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앵글을 선택한 후 촬영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쯤에서 눈치챈 사용자도 있겠지만, 태블릿PC(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갤럭시노트8.0 등)도 뒷면에 부착할 수 없을 뿐이지 QX10과 연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태블릿PC의 떨어지는 카메라 성능을 보조해줄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활용법이 있으니 사용자가 직접 고민해보길 바란다.
여담으로 QX10 기본 화질은 스마트폰과 유사한 2M 수준에 맞춰져 있다. 사진 용량이 많이 늘어나고, 전송시간이 길어지지만 화질을 최고수준으로 높이고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QX10의 진가가 드러난다.
처음 등장한 제품이다 보니 단점이 좀...
QX10은 지금까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실험적인 제품이다 보니 생각치도 못했던 단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일단 제품을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앱만 실행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제품을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하고 앱을 실행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상황을 찍기엔 적합한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움직임이 빠른 사용자는 7초, 조금 굼뜬 사용자는 10~15초 정도 걸린다.
소니는 NFC 태그 기능을 이용해 제품을 접촉하면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NFC 인식률이 별로 좋지 않아 그냥 와이파이 리스트에서 찾아서 연결하는 게 더 빨랐다.
무선으로 연결한 것 치곤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움직임은 부드럽다. 문제는 신호 혼선이다. 외신에서 지적한 것처럼 주변에 와이파이 신호가 많으면 화면이 뚝뚝 끊기거나, 신호가 유실돼 제품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제품 연결이 끊어지면 QX10을 와이파이 리스트에서 제거해야 다시 연결되는 버그가 존재한다.
설정 메뉴 부재도 단점이다. 사진 품질, 셀프타이머 등 기초적인 촬영 메뉴만 조작할 수 있고,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등 고급 설정은 건드리지 못한다. 자동 카메라와 다를 바 없는 셈. QX10에선 큰 문제가 아닌데, 나름 고급 카메라를 지향하는 QX100에선 플레이 메모리즈 앱 업데이트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플래시가 없는 점도 아쉽다.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정 안되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플래시라도 사용할 수 있게 플레이 메모리즈 앱을 업데이트해주길 기대한다.
배터리 용량이 적은 탓일까. 촬영매수도 조금 적다. 일반 콤팩트 카메라가 보통 300컷을 지원하는데, QX10은 200컷 정도 촬영하면 배터리 충전이 바닥난다. 뭐... 200컷이나 쓸일이 있겠냐만. 배터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어디서나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구할 수 있으니 이 부분 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QX10은 장점이 명확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은 제품이다. 장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에겐 최고의 제품이지만, 일반 사용자에겐 추천하기 힘든 제품이라는 뜻. 스마트폰용 카메라/렌즈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개척한 소니의 괴짜행보에 동참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주목해도 좋다. QX10은 28만 9,000원, QX100은 58만 9,000원이며, 11월 중순부터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음은 QX10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