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앱 개발? 세금 내면서까지 왜 합니까"
(사진 출처: 트위터 https://twitter.com/storyhe/status/391898644544110593)
"취미 삼아 만든 앱(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무료로 올릴 때조차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니… 앞으로 돈 안 되는 앱은 개발하지 않는 풍토가 생길까 걱정입니다."
한 개인 개발자가 이번 '앱 개발자 사업자 등록 이슈'에 대해 내뱉은 쓴소리다.
지난 20일 애플이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려는 국내 계정 개발자에게 사업자 등록 번호와 통신판매 등록 번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앱 판매로 얻는 수익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21일 오후 불만의 목소리가 마구 쏟아지자 이러한 절차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물론 '간 보는 것도 아니고 치고 빠지기냐'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완전히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사업자 등록 번호 요구 절차에 대한 정부와 애플의 공식 입장 발표가 없었기 때문. 앞으로 국내 앱 판매 수익에 대한 과세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돈을 번 대가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과세 방식'에 있다. 모바일 업계 전문가들은 개인 개발자도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면 앱 개발 의지가 꺾을 뿐만 아니라 국내 앱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등학생 앱 개발자? '언감생심'
만약 앞으로 개인 앱 개발자가 앱 마켓에 앱을 등록할 때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 등록이 필요하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앱 개발 생태계가 침체될 수 밖에 없다. 일단 취미로 앱을 개발하는 사람이 귀찮은 사업자 등록 절차를 거치려 할지 의문이다. '이런 앱 있으면 재밌겠다'고 아이디어가 나와도 돈이 안 된다면 쉽사리 현실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 개발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버리고, 사용자는 멋진 앱을 써볼 기회를 잃는 셈이다.
특정 개발자 집단에게 '사업자 등록'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일단 14세 이하는 아예 사업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이보다 나이 많은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실의 여러가지 제약이 학생 앱 개발자에게 큰 장벽으로 존재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많은 사용자의 불편함을 덜어준 '서울 버스' 앱도 고등학생 개발자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걸까. 사업자 등록 절차가 현실화 되면 청소년들의 뛰어난 아이디어가 꽃 피지 못하고 묻힐 수밖에 없다.
또한, 공무원을 포함해 겸직을 금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직장인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다. 직장 상사의 눈총과 퇴사 위험까지 무릅쓰고 앱 개발을 시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 준비생은 일자리를 구할 때 혹시 발목이 잡힐까 걱정해 사업자 등록을 꺼릴 수밖에 없다.
사업자 등록 번호 요구와 함께 외국인 개발자들이 국내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반드시 입력해야 하도록 변경됐다.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외국인 개발자들이 하나 둘씩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인 개발자가 국내 앱 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참고로 유료 앱을 올릴 때에만 사업자 등록 번호가 필요한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달리 애플 앱스토어는 무료 앱을 올릴 때에도 사업자 등록 번호를 필요로 하는 정책을 취했다. 언제든지 앱의 유/무료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 따라서 앱스토어는 사업자 등록 정책의 여파를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그 누가 좋은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꿈을 꿀 수 있을지 걱정이다.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는 문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와 애플 가운데 어디에 있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꽤 민감한 문제라 정부 관계자와 애플 관계자 둘 다 대답을 꺼렸다.
개인 개발자의 앱 수익은 한 달에 몇만 원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소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앱 수익에 과세한다 해도 정부가 얻는 것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많은 개인 개발자가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되면 '실업률 감소 효과', '앱 시장 현황 파악', '세수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당장 얻는 효과보다 추후 닥칠 손해가 훨씬 크다. '앱 개발 유망주 발굴 기회 저지', '앱 생태계 침체', '외국 시장으로 전문 인재 유출' 등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거시적인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