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프로2와 서피스2, MS 이게 정말 최선인가요?

강일용 zero@itdonga.com

윈도8 태블릿PC의 기준을 세우고자 태블릿PC 서피스 프로, 서피스RT를 출시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또다시 새로운 윈도8 태블릿PC를 선보였다. 오는 10월 등장하는 윈도8.1용 태블릿PC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다. 바로 '서피스 프로2(Surface Pro2)', '서피스2(Surface2)'의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직접 제작한 태블릿PC 서피스 프로2와 서피스2를 공개했다.

서피스 프로2는 윈도8 태블릿PC 서피스 프로의 후속작이다. 극적인 변화가 있는 제품은 아니다. 외관상 차이는 전무하다. 프로세서를 3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에서 4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하스웰)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그 외 사양은 예전과 같다. 모델별로 4~8GB에 이르는 메모리, 64~512GB에 이르는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화면 크기 및 해상도도 10.6인치, 풀HD(1,920x1,080) 그대로다. MS가 관련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신에 따르면 크기 및 무게도 전작과 유사하다.

서피스프로2
서피스프로2

가장 큰 특징인 서피스 펜도 건재하다. 세밀하게 압력을 감지하는 디지타이저(전자펜)다. 저장공간은 마이크로SD 카드로 확장할 수 있고, 외부 화면 출력은 미니DP를 통해 가능하다.

물론 아예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받은 좁은 거치대(킥 스탠드) 각도를 개선했다. 약 60도 각도로 세워야 했던 전작과 달리 60, 45도 두 가지 각도로 제품을 세울 수 있다. 한결 편리하게 터치스크린을 사용할 수 있는 셈.

무엇보다 운영체제가 변한 게 크다. 윈도8에서 윈도8.1로 강화됐다. 윈도8.1은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을 상당수 개선한 운영체제다. 시작 버튼이 부활했고, 모던UI 타일을 한층 세밀하게 꾸밀 수 있으며, 해상도에 맞춰 자동으로 화면을 최적화해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한층 빨라지고, 태블릿PC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기능을 내장한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11도 함께 제공한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전력 소모가 한층 줄어든 하스웰 덕분이다. MS는 행사장에서 전작보다 배터리 성능이 75% 향상됐다고 밝혔다. 전작의 배터리 사용시간이 4시간 30분 내외였으니(윈도8 태블릿PC인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서피스 프로는 7시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MS는 성능도 20% 향상됐다고 전했는데, 하스웰이 성능 개선보다 전력 소모를 줄이는데 주력한 프로세서인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가 성능 향상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HD4400인지 아이리스5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세서로 i5-4200U를 내장했다고 외신이 보도한 점을 감안하면 그래픽 프로세서는 HD4400에 무게가 실린다.

가격은 64GB 모델을 기준으로 899달러(약 97만 원)부터 시작한다. 전작과 같은 가격이다. 제일 비싼 모델은 512GB 모델, 1,799달러(약 194만 원)다. 구매자에게 MS의 클라우드 저장공간 '스카이 드라이브' 200GB를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10월 22일부터 미국, 영국, 홍콩 등에 발매하며 국내 발매일은 아직 미정이다.

서피스2는 윈도RT 태블릿PC 서피스RT의 후속작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보였던 전작보다 하드웨어 성능이 한층 강화됐다. 일단 화면 해상도가 HD(1,366x768)에서 풀HD(1,920x1,080)로 강화됐다. 서피스 프로2와 같다. 화면 크기는 10.6인치 그대로다.

서피스2
서피스2

프로세서도 엔비디아 테그라3 쿼드코어 프로세서에서 테그라4 펜타코어 프로세서로 강화된다. 테그라4는 현재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00, 삼성전자 엑시노스5 옥타와 대등한 성능을 갖춘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다. 이를 통해 MS는 전작보다 훨씬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USB3.0도 지원한다. 지원하지 않았던 전작과 대조적인 모습. 외부 화면 출력은 전용 케이블을 통해 할 수 있다. 서피스 프로2와 마찬가지로 킥 스탠드 각도도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저장공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32, 64GB 두 가지다. 용량이 부족하면 마이크로SD 카드로 확장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최대 10시간이다.

운영체제는 윈도RT 8.1을 사용한다. 윈도8.1과 마찬가지로 윈도RT에 다양한 편의기능을 추가한 운영체제다. 윈도RT 8.1은 윈도용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고 전용 앱을 윈도 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해야 한다. 원래 윈도RT는 MS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2013 RT를 무료로 기본 제공했다. 윈도RT 8.1은 여기에 아웃룩2013 RT를 추가했다.

가격은 32GB 모델 기준 449달러(약 48만 원)부터 시작하며, 모든 구매자에게 스카이 드라이브 200GB를 2년 동안 무료 제공한다. 발매일은 10월 22일이며, 국내 발매일은 서피스 프로2와 마찬가지로 아직 미정이다.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워커버(Power Cover)다. 파워커버는 배터리를 내장한 키보드 커버다. 화면 보호와 함께 제품 사용시간을 늘려준다. 경쟁 제품과 비교해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단점으로 지적받은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 프로2를 보완해줄 전망이다.

서피스 뮤직 킷(Music Kit)도 재미있는 액세서리다. 음악 편집을 한층 용이하게 도와준다. MS는 뮤직 킷 발매와 함께 뮤직 킷 활용 사례 공모전도 함께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제품을 모니터, 프린터 등 외부 장치와 한결 수월하게 연결할 수 있게 도킹 스테이션도 함께 발매한다.

서피스프로2
서피스프로2

MS는 두 제품과 함께 기존 서피스RT 판매도 병행한다. 재고가 상당히 많이 남은 탓이다. 가격은 많이 내렸다. 32GB 모델을 349달러(약 37만 원)에 판매한다. 다만 현재 국내에선 서피스RT를 학생 및 교직원 할인 프로모션으로 22만 원에 판매 중이다.

지금 MS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가 아닌데...

깜짝 발표는 없었다. 7~8인치 서피스 미니(가칭)도 공개되지 않았고, 2K 이상의 초고해상도를 갖춘 서피스 프로도 등장하지 않았다. 성능을 대폭 개선한 아톰 프로세서 '베이트레일'을 내장한 신형 서피스도 없었고, 노트북용 프로세서와 대등한 성능을 갖췄음에도 방열팬이 필요하지 않아(팬리스) 극도로 조용한 하스웰Y 프로세서를 내장한 신형 서피스 프로도 뜬 소문에 불과했다.

그냥 무난하게 프로세서만 교체했다. 제품을 발표한 당사자가 태블릿PC 시장 후발주자인 MS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는 움직임이다. MS 경영진은 정말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다양한 형태의 폼팩터(제품 형태)는 다른 제조사의 몫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윈도8 태블릿PC의 상황은 좋지 않다.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최악을 간신히 면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윈도8의 1분기 태블릿PC 시장점유율은 7.4%에 불과하다. 윈도RT의 상황은 한술 더 뜬다. 처참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삼성전자에 이어 MS의 강력한 우군이었던 에이수스마저 손을 뗐다. 이제는 MS의 자회사가 된 노키아 무선 사업부에서 출시할 제품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MS가 뒷짐지고 물러 앉아 표준만 제시하면 나머지 제조사들이 알아서 시장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은 빗나간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MS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MS가 뉴욕 행사장에서 강조한 '일(Work)과 여흥(Entertainment)의 통합'은 예전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RT를 발표할 때 보여준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 콘셉트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체험하지 않았나.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며 윈도8 태블릿PC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MS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사용자와 제조사에게 다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윈도8 태블릿PC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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