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니면 삽질? 소니 QX10, QX100

강일용 zero@itdonga.com

문득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소니는 참 특이한 제품을 많이 내놨다. 저장매체로 CD를 사용하는 카메라, 캠코더를 내장한 노트북, 300만 원짜리 초소형 디지털 카메라 등 시장성은 생각하지 않고 독특한 제품을 일단 출시하고 보는 성향이 강했다. 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있지만.

그런데 최근 다시 '소니스러운' 제품을 출시하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엔 '스마트폰용 렌즈와 이미지 센서'다. 이름은 소니 사이버샷 QX10, QX100. 설명만 들어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 속에 렌즈와 이미지 센서가 이미 내장돼 있는데, 대체 스마트폰용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어디에 쓴다는 걸까. 한번 자세히 풀어보자.

QX10
QX10

스마트폰이 따라할 수 없는 장기를 선보여라

스마트폰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메라 시장의 중심은 이미 미러리스와 DSLR로 넘어간지 오래다. 그렇다고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 콤팩트 카메라 제조사도 나름의 자구책으로 스마트폰과 경쟁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답이 두 가지, 고배율 줌렌즈와 대형 이미지 센서다. 멀리 떨어져 있는 피사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찍을 수 있고, 한층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둘 다 스마트폰은 흉내 낼 수 없는 디지털 카메라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한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현재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는 제품은 고배율 줌렌즈를 탑재한 제품과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제품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서 소니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얼마 전 사이버샷 DSC-WX100이라는 광학 10배 줌을 탑재한 콤팩트 카메라와 사이버샷 RX100 II라는 대형 이미지 센서를 내장한 제품을 출시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하나로

SNS가 사진의 유통경로를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어 개인 앨범에 보관했다면, 이제는 SNS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한다. 카메라 제조사도 이런 대세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와이파이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페이스북, 구글 플러스,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여기서 제조사들은 한 가지 영감을 얻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하나로 합쳐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삼성전자의 스마트 카메라 '갤럭시카메라'와 '갤럭시NX'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비쌌다. 카메라 부품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실행을 위한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통신칩셋을 내장하려다 보니 카메라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합친 것 만큼의 가격이 나오게 됐다.

소니 개발자들은 삼성전자의 사례를 유심히 분석한 모양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보다 저렴하게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온 방법이 이거다. 카메라에서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떼어내, 이를 스마트폰에 붙인다. 그리고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통해 훨씬 고화질, 고배율의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콘셉트로 탄생한 제품이 QX10과 QX100이다.

QX10
QX10

QX100
QX100

QX10과 QX100은 어떤 제품?

QX100은 RX100 II, QX10은 DSC-WX100과 동일한 제품이다. 같은 렌즈,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때문에 사진 결과물도 동일하다. 단지 카메라 조작부와 LCD 화면만 없을 뿐이다. 카메라 조작부와 LCD 화면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두 제품 모두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와이파이를 통해 이미지 센서에 들어온 풍경을 스마트폰 화면에 송출한다. 연결방법은 무선 인터넷에 연결할 때와 같다. 스마트폰으로 두 제품이 내는 신호를 찾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연결하면 된다. NFC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면 한층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두 제품과 스마트폰을 붙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안드로이드, iOS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연결 가능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소니의 전용 애플리케이션 '플레이 메모리즈 모바일'을 실행해야 한다. 이 앱을 통해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두 제품의 슬롯을 통해 마이크로SD 카드에도 저장할 수 있다. 또, 두 제품 모두 광학 손떨림 보정(OIS)을 지원한다

QX100은 칼자이스에서 제작한 F1.8이라는 매우 밝은 렌즈와 크기 31.2x8.8mm의 2,00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보다 훨씬 크고, 미러리스 카메라와 보급형 DSLR에 내장되는 APS-C 센서보다는 조금 작은 이미지 센서다). 이를 통해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해 피사체를 강조하는 촬영 기법)을 표현할 수 있다. 최대 3.6배 광학줌을 지원하며, 환산화각은 28~100mm다.

RX100 II
RX100 II

QX10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크기의 1,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내장했지만, 대신 광학 10배줌을 지원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피사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촬영할 수 있다. 렌즈 밝기는 F3.3이며, 환산화각은 25~250mm다.

물론 두 제품이 RX100 II, DSC-WX100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동영상 기능 면에서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원래 60프레임 촬영을 지원하는데 30프레임으로 다소 낮아졌다. 또, 무손실 압축 촬영(RAW)도 지원하지 않는다.

단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일단 초기 구동속도가 느리다. 약 7초 정도 걸린다고 외신들이 입을 모았다. 재빨리 사진을 찍어야 할 때 불리한 요소다. 또, 스마트폰과 별도로 충전해줘야 한다. 상당히 번거로운 부분. 게다가 촬영매수도 일반 디지털 카메라보다 적은 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데, 사무실 등 무선 공유기가 많은 실내에서는 와이파이 신호에 혼선이 생긴다. 때문에 두 제품과 스마트폰 간의 연결 속도가 느려지거나, 연결 자체가 끊어질 수도 있다.

가격은 QX100이 500달러(55만 원), QX10이 250달러(22.5만 원)이며,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두 제품이 어떤 성적을 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렇게 독특한 제품이 등장한 것 만으로도 반갑다. 스마트폰 사진 화질에 아쉬움을 느낀 사용자라면 눈 여겨 봐도 좋지 않을까.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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