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액세서리를 벗어나지 못한 '갤럭시 기어'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device, 입는 컴퓨터)가 각광받으면서 너도나도 스마트 시계를 출시하고 있다. 소니, 퀄컴에 이어 이번에는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 제품을 어디에 써야할지 사용자는 물론이고 제조사조차 잘 모른다. 스마트 시계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에 시계줄을 달고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차라리 더 '스마트'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쪽은 기능도 더 많고, 배터리도 더 오래가며, 결정적으로 제품을 하나만 충전해도 된다.
삼성전자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모바일 언팩 행사를 개최하고, 스마트 시계 갤럭시 기어(Galaxy gear)를 공개했다. 갤럭시 기어는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기(Android Device)다.
갤럭시 기어는 1.63인치 크기의 정사각형 슈퍼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해상도 320x320), 190만 화소 카메라, 속도 800MHz의 모바일 프로세서, 용량 315mAh의 배터리 등을 탑재했고, 변형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실행된다.
갤럭시 기어는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연동해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 주는 제품이라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명했다.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갤럭시 기어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전화' 기능을 내장했다. 또, 삼성전자의 음성 인식 기능인 'S보이스'를 활용해 전화, 일정, 알람, 날씨 등을 갤럭시 기어의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 기어로 메일, 문자의 수신 여부를 확인한 후 곧바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면 해당 메일, 문자의 전문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이 기능에 '스마트 릴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한 시계줄에 달린 카메라와 '메모그래퍼' 기능을 활용해 놓치기 쉬운 일상을 사진 또는 짧은 동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음성 메모 기능을 활용해 중요한 대화를 녹음할 수도 있고, 저장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도 내장했다.
갤럭시 기어를 착용한 상태로 스마트폰과 1.5미터 이상 떨어지면, 휴대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긴다.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폰의 소리, 진동 기능을 실행시키는 기능도 내장했다. 휴대폰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이밖에 7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을 내장하고 있다.
또, 삼성 앱스를 통해 갤럭시 기어 전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것도 주목할 점. 스마트 시계를 위한 최초의 전용 장터다. 이를 통해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에서 벗어나, 여러 개발자가 개발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 기어는 10 종류의 기본 시계 화면을 제공하며, 검은색, 회색, 녹색, 베이지색, 오렌지색, 로즈 골드색 등 6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9월 25일부터 전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미국 출시가는 299달러(약 32만 원)로 확정).
갤럭시 기어 자체는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이다. 유출된 디자인과 달리 정식 디자인은 깔끔하고, 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활용도다. 현재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기어의 기능은 모두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하다. 갤럭시 기어가 '진정한' 스마트 시계로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당당히 하나의 기기로 우뚝 서야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시계이기에 가능한 독자적인 앱과 기능이 필요하다.
삼성 앱스를 통해 갤럭시 기어에 다양한 앱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소식이다. 갤럭시 기어의 자립 가능성을 한층 높여 준다. 하지만 다른 스마트 기기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앱의 숫자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 구글이 자사의 웨어러블 컴퓨터 '구글 글래스'의 출시를 계속 미루면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만 진행하는 이유를 삼성전자는 정녕 모르는 걸까.
사양에 비해 낮은 배터리 용량도 불안요소다. 사용자는 번거롭게 매일 충전해야하는 시계를 원하지 않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