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무엇으로 보나? 단말기를 둘러싼 '세 가지 시선'

안수영 syahn@itdonga.com

전자책에 적합한 단말기. 태블릿PC인가, E-ink 단말기인가, 아니면 '제3의 단말기'인가?

전자책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단말기'를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 공략을 고심하고 있다. 각 업체들이 전자책을 보는 기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의 요구에 걸맞은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으면 전자책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예스24 김기호 대표는 "전자책 단말기를 보급해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좋은 환경에서 전자책을 보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자책을 감상하는 기기'를 둘러싼 각 업체들의 전략은 각각 다르다.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폰, 태블릿PC, PC, 전자책 단말기 등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자책 시장이 갓 성장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과연 어떤 단말기로 접근하는 것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 만큼 각 업체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교보문고와 한국이퍼브는 e-ink 단말기에 집중하는 추세다. 리디북스는 기존 태블릿PC로 전자책을 읽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인터파크는 태블릿PC과 전자책을 결합한 기기인 '비스킷탭'을 선보이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교보문고-한국이퍼브, "종이책을 닮은 e-ink가 제격"

크레마 샤인
크레마 샤인

교보문고와 한국이퍼브(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이 공동으로 출자한 전자책 전문기업)는 'e-ink(전자잉크) 단말기'를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문고는 지난 2월 전자책 단말기 'sam'을 출시했다. 한국이퍼브는 작년 9월 '크레마 터치'를 선보였으며, 오는 26일 '크레마 샤인'을 공식 출시한다. 모두 e-ink 단말기다.

전자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PC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지만, 이들 업체가 e-ink 단말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독서에 최적화된 경험'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태블릿PC를 이용해서 독서를 할 수도 있지만 전자책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사용자들이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단말기를 찾을 것이고, 그것이 e-ink 단말기라는 것.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등 다용도로 사용돼, 집중도를 요구하는 독서콘텐츠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이는 스마트폰이 있더라도 MP3 플레이어의 수요가 여전한 것과 유사한 논리다.

실제로 e-ink 단말기는 전자 잉크로 글씨를 표시해, 마치 종이에 잉크로 글을 쓴 듯한 느낌을 준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눈의 피로가 적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e-ink 단말기를 별도로 구매해서 전자책을 읽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을 읽는 매체는 스마트폰(44.1%), 데스크탑/노트북(38.1%), 태블릿PC(11.2%), 개인 휴대 단말기(3.6%)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자책 전용 단말기(2.3%)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에 따르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e-ink 단말기가 대중화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익숙해, e-ink 단말기를 꺼리기도 한다. 최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터치감이 매끄럽고 빠른데다 색감이 다채롭고 화면도 밝다. 반면 e-ink 단말기는 스마트폰만큼 안정성이 뛰어난 단말기가 출시된 적이 거의 없다. 작년에 출시된 크레마 터치의 경우 기기 성능이 불안정해 사용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리디북스, "대세는 태블릿PC다"

리디샵
리디샵

리디북스는 '넥서스7', '아이패드 미니', '갤럭시노트 8.0' 등 기존 태블릿PC에 주목했다. 현재 리디북스는 리디샵을 통해 태블릿PC를 전자책 세트나 리디캐시 등을 세트로 묶어서 기획 판매하고 있다.

리디북스가 태블릿PC에 주목한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태블릿PC의 대중화 때문이다. 이제는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PC가 다양하게 출시돼 접근성도 높아졌다. 리디북스는 '독서만을 위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사는 사람보다는 태블릿PC를 쓰는 사용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 판단하고, 태블릿PC를 주안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블릿PC는 평범한 전자책부터 인터랙티브 전자책까지 아우를 수 있다. 현재는 종이책을 디지털로 그대로 옮겨온 책이 많지만, 향후에는 동영상, SNS, 각종 특수 효과가 적용된 인터랙티브 전자책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런데 e-ink 단말기의 경우 흑백인데다 사진이나 동영상 감상이 어려워,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구현하지 못한다. 실제로 리디북스가 지향하는 바가 '지금의 전자책을 넘어 태블릿PC로 읽을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태블릿PC에 집중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스마트폰은 화면 크기가 작고 PC는 휴대성이 떨어져, 현재 콘텐츠 감상에 가장 최적화된 기기는 태블릿PC에 가깝다.

하지만 태블릿PC로 독서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리디북스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태블릿PC의 경우 종이책이나 e-ink 단말기와 비교해 눈이 쉽게 피로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장시간을 요하는 독서에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태블릿PC는 전자책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독서 집중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연 태블릿PC가 전자책을 읽기에 적합한 기기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인터파크, "태블릿PC에 전자책 UI를 더했다"

비스킷탭
비스킷탭

인터파크는 태블릿PC에 전자책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제3의 단말기'를 출시해, 앞서 설명한 두 가지의 전략을 종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그 동안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이다.

인터파크는 국내 최초로 전자책 UI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PC '비스킷탭'을 16일 출시했다. 비스킷탭은 1.6GHz 쿼드코어 CPU와 최신 안드로이드 OS 젤리빈(4.2), 16GB의 저장 공간에 1GB의 메모리(RAM)을 탑재해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갖췄다. 가독성과 부드러운 페이지 넘김을 구현하기 위해 IPS-LCD 터치 패널을 도입했으며, 해상도는 1,280X800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동영상 재생, 이미지 뷰어도 가능하다. 메인 화면 상단에는 전자책 UI를 적용해 전자책을 즉시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최신 성능의 태블릿PC지만 제품 가격은 16만 9,000원(정가 18만 9,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같은 시도는 아마존의 성공 사례에 착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이 2011년 9월 출시한 킨들파이어는 중요한 필수 기능만 탑재하고 199달러(한화 약 22만 원)라는 저가 정책을 펼쳐, 9개월 만에 미국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의 22%를 차지할 만큼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국내 사용자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 패턴도 고려했다. 인터파크 측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이 전자책 전용 단말기보다는 풍부한 콘텐츠와 반응 속도, 확장성 등을 갖춘 고사양 태블릿PC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판단, 비스킷탭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파크의 전략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기존과는 색다른 전략에 사용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 당분간 단말기 중심으로 이루어질 듯

전자책 단말기를 둘러싸고 업체마다 전략은 각각 다르지만, 과연 어떤 방법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정답은 없으며, 모든 것은 사용자가 결정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각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는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전자책 시장 활성화 방안은 당분간 전자책 단말기 보급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단말기뿐만 아니라 풍부한 콘텐츠와 서비스 등 다양한 요건이 고루 갖추어져야 함을 업계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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