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의 IT용어, 양날의 칼 '디가우징'

이상우 lswoo@itdonga.com

최근 IT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용어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어떤 용어가 너무 어렵다. 어떤 용어는 약자로만 표현해 전혀 다른 뜻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용어는 새로 만들어진 말이라 가늠도 못 하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글에서는 앞으로 한 주간 매체에서 쓰인 IT 관련 용어 몇 가지를 정리해 소개하려 한다.

증거인멸vs개인정보보호, 양날의 칼 '디가우징'

얼마 전 회사 영업비밀 등이 저장된 중고 하드디스크(HDD)가 밀거래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지 않은 HDD에서 공장 설비 정보, 제품 원가, 연구 보고서, 고객정보 등의 영업비밀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폐기 HDD는 정보를 복원할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3번 이상 덧씌워서 자료를 지우거나 디가우징(Degaussing) 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디가우징이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HDD에 저장된 정보를 복구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HDD에는 0과1로 된 디지털 신호를 자성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강한 자기장이 닿으면 이 신호가 달라져 읽을 수 없게 된다. 정보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에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비리를 저지른 기업이나 단체가 증거를 인멸하는 용도로 악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경찰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컴퓨터 데이터를 디가우징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드디스크
하드디스크

HDD의 파일을 단순히 지우는 것만으로는 정보를 완전히 삭제할 수 없다. 만약 파일을 지웠다면 HDD는 파일을 지웠다고만 인식하고, 실제로는 그 파일을 보존한다. 만약 파일을 추가로 저장한다면 그 파일이 있던 공간 이후부터 새로운 파일을 저장하고, 저장공간이 부족할 경우 지웠다고 인식했던 부분에 파일을 덮어쓰기 시작한다. 이런 원리로 삭제한 정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복구할 수 있다.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IoT'

IT기업이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간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ARM은 이미 영국 본사 사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빌딩을 구축했으며, 국내 기업도 냉장고, 세탁기 등의 제품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IoT란 인간과 사물, 서비스 세 가지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스마트'하게 연결되는 기술이다. IoT는 기존 사물지능통신(M2M, Machine to Machine)이 이동통신망을 이용한다는 개념을 인터넷으로 확장해 사물은 물론, 현실세계와 온라인의 모든 정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물이란 기존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뿐만 아니라 교통, 문화재, 각종 전자장비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물리적 사물을 말한다.

M2M과 IoT의 개념 변화
M2M과 IoT의 개념 변화

손목에 차고 운동하면 운동량이나 운동 시간, 소모 열량 등을 계산해 웹 페이지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액세서리부터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병원에 신고해주는 자동차까지 IoT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왔다. 최근에는 도로 교통정보, 주차장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지능형 전광판 등 IoT 적용분야가 더 늘어나고 있다.

인치당 화소 수, ppi

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오는 2015년까지 태블릿PC 50% 이상이 200ppi 이상의 선명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ppi(pixel per inch)란 화면 1인치를 구성하는 점의 숫자를 나타내는 단위로, 이 숫자가 클수록 선명하다. 이 단위는 주로 화면이나 스캐너, 등에 사용된다. ppi를 계산하는 방법은 화소 내 대각선 해상도(가로 해상도 제곱 + 세로 해상도 제곱의 제곱근)를 구한 뒤 대각선 해상도를 화면 크기(인치)로 나누면 된다. 이 방법이 번거롭다면 PPI를 계산해주는 웹 페이지(http://members.ping.de/~sven/dpi.html)를 이용해도 된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dpi(dot per inch)가 있다. 이 역시 1인치당 점의 숫자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ppi와 달리 인쇄에서 쓰이는 용어다. 즉 종이 1인치에 얼마나 많은 잉크 입자가 찍히느냐를 나타낸다.

벤치마크

얼마 전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S4 벤치마크 테스트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일부 앱에서 최적화 작업을 한 것일 뿐, 조작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벤치마크는 경쟁 업체의 경영방식을 분석해 자사 경영과 생산 등에 응용하고 따라잡는 경영전략을 의미한다. 그런데 컴퓨터나 인터넷 기술 등에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성능 테스트라는 의미로 쓰인다.

벤치마크 테스트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웹 사이트로 CPU벤치마크(http://www.cpubenchmark.net/)가 있다. 여기서는 CPU, 그래픽카드, HDD, 메모리(RAM), 스마트폰 등의 가격, 벤치마크 정보를 제공한다. 이밖에 사용자가 직접 'PerformanceTest' 등의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자신의 PC 성능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퍼포먼스테스트'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퍼포먼스테스트'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구동한 환경, 호환성, 제품 발열 상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사가 제공하는 벤치마크 테스트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과 다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오픈소스 운동가인 에릭 레이먼드는 "컴퓨터 산업에서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 나쁜 거짓말, 그리고 벤치마크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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