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SD 대중화를 앞당길 '3차원 낸드플래시' 세계최초 양산

강일용 zero@itdonga.com

기존 반도체 산업(CPU, 메모리, 이미지 센서 등)의 화두는 '얼마나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느냐'였다. 공정이 미세해지면 발열은 줄어들고, 데이터 처리속도는 한층 빨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40나노 공정이 30, 20으로 점점 미세해지고 있었다.

저장용 메모리 낸드플래시(NAND Flash)도 마찬가지다. 작은 공간에 한층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제조사들은 공정 미세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참고로 낸드플래시란 전원이 차단돼도 데이터를 고스란히 보관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에 음악, 사진, 동영상 등을 저장할 수 있게 한다. SSD, SD카드, USB메모리 등 저장장치에도 탑재된다.

20나노 공정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10나노급 공정을 도입함에 따라 셀(데이터 저장소)간 간격이 좁아져 전자가 누설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세화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지금까지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바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해당 방법으로 제작한 3차원 낸드플래시(3D Vertical NAND) 양산을 개시했다고 6일 밝혔다.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경쟁사보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빠른 행보다. 경쟁사는 적층 기술과 함께 3차원 낸드플래시를 시연했지만, 아직 제품을 양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3차원 낸드플래시
3차원 낸드플래시

3차원 낸드플래시는 미세화 공정에 매달렸던 기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품이다. 셀을 단층으로 넓게 펼치는 기존 플로팅 방식에서 벗어나, 셀을 수직으로 적층해(쌓아) 기존 20나노급 낸드플래시보다 같은 면적에 2배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더 이상 공정 미세화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 반도체 수광장비(EUV)를 구매할 필요가 없고, 때문에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빠르게 양산할 수 있다.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양산이 발표된 3차원 낸드플래시 는 업계 최대 용량인 128Gb(Gigabit, 주의: Byte 아님, 메모리는 원래 bit 단위로 표시한다)다.

삼성전자가 셀을 적층하는 비결은 '3차원 원통형 CTF(Charge Trap Flash)셀 구조'와 '3차원 수직적층 공정'이다.

원래 삼성전자는 플로팅 방식에서 진화한 'CTF셀 구조'를 활용하고 있었다. CTF셀 구조란 플로팅 게이트 대신 치즈 같은 모양의 부도체 빈공간에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3차원 원통형 CTF셀 구조는 CTF셀 구조에서 한층 더 나아가 셀을 고층빌딩처럼 24단으로 쌓아 구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개발과 샌디스크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통해 구현 가능해졌다. 네모난 형태였던 CTF를 반지처럼 원형으로 제작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적층 공정을 한층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3차원 낸드플래시
3차원 낸드플래시

이를 통해 전하를 안정적인 부도체에 저장해 상/하 셀간 영향을 줄여준다. 전자가 누설되는 문제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데이터 기록속도는 기존 20나노급 제품보다 2배 이상 빨라지고, 기록횟수(사용기간)도 제품별로 2~10배 가까이 향상됐다. 전력소모도 절반으로 줄었다.

'3차원 수직적층 공정'은 좁은 면적에 셀을 더 집적하는 기술로, 높은 단에서 낮은 단으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에칭(Etching) 기술과 수직 셀을 만드는 게이트 패턴 기술 등이 핵심이다.

3차원 낸드플래시
3차원 낸드플래시

삼성전자는 현재 128Gb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지만, 5년 내로 1Tb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예정이다. 제품 양산은 현재 삼성전자 화성 공장에서 진행 중이며, 향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이 완성되면 두 장소에서 함께 양산할 계획이다.

3차원 낸드플래시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나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SSD다. 더 높은 용량의 SSD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 최정혁 전무는 "3차원 낸드플래시의 양산으로 인해 SSD의 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하드드라이브와 대등한 용량의 TB급 SSD를 현재 256GB SSD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3차원 낸드플래시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와 서버다. 여기서 신뢰성을 검증한 후 일반 사용자용 SSD에 보급할 예정이다. 물론 스마트폰 저장공간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16~64GB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 128~256GB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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