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기술력의 결정체, 바이오 듀오 13 써보니…

강일용 zero@itdonga.com

플래그십(Flagship)이란 용어가 IT업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원래 플래그십이란 함대 전면에 나서 적의 기선을 제압하는 역할의 함선을 뜻한다. IT업계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아낌없이 투입해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음을 뽐내는 제품을 말한다.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하다 보니 가격이 높지만, 실제로 구매하면 '돈값'을 하기에 만족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원래 소니의 플래그십(최상위) 노트북은 Z시리즈다. 그런데 최근 노트북과 함께 컨버터블PC가 대두됨에 따라 플래그십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소니의 플래그십 컨버터블PC '바이오 듀오 13'이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컨버터블PC란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평소에는 태블릿PC처럼 사용하다가, 문서 작업 등 키보드를 필요로 하는 작업을 수행할 때 화면을 밀어올려 노트북으로 바꾸면 된다. 노트북의 장점인 키보드와 태블릿PC의 장점인 휴대성, 터치스크린을 동시에 갖췄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 컨버터블PC는 휴대성을 추구하기 위해 11인치보다 큰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대화면에 대한 수요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제조사들은 화면 크기를 13인치까지 확장했다. 삼성전자의 컨버터블PC '아티브Q'가 그렇고, 이번에 소개할 바이오 듀오 13도 마찬가지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배터리 사용시간 8시간 40분… '진짜' 전자 공책을 실현

바이오 듀오 13의 특징은 두 가지, 매우 긴 배터리 사용시간과 전자펜(디지타이저)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이 합쳐져 하나의 특성을 만들어 낸다. 바로 '전자 공책'이다.

기존 태블릿PC를 공책으로 사용하려 해도 두 가지 문제가 사용자의 발목을 잡는다. 일단 필기도구가 시원치 않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에 사용할 수 있는 러버돔펜은 끝이 뭉툭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적합하지 않다. 또, 배터리 사용시간도 만족스럽지 않다. 최소한 하루 종일 사용해도 믿고 쓸 수 있는 사용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바이오 듀오 13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자체 측정 결과 8시간 40분으로 나타났다. 화면 밝기를 중간으로 맞추고 웹 서핑, 동영상 감상, 문서 작성, 필기 작성 등 일반 작업을 수행해서 얻은 결과다. 기존 컨버터블PC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패드나 갤럭시노트 등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태블릿PC보다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사용해도 끄떡없다. 누구라도 만족할만한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전자펜의 활용도도 뛰어나다. 바이오 듀오 13은 소니가 직접 제작한 전자펜을 내장했다. 이를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MS 원노트, 어도비 포토샵 등 유명 필기/그림 응용 프로그램 모두 전자펜에 대응한다. 또, 소니는 필기 애플리케이션 노트 애니타임을 기본 제공한다. 때문에 MS 오피스와 어도비 포토샵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바이오 듀오 13을 전자 공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전자펜은 제법 크다. 약간 작은 펜과 비슷하다. 두께는 AAA(A3) 건전지만하다. 일반 펜을 쓰는 것과 유사한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자펜에는 버튼이 두 개 달려있는데, 아래의 버튼은 마우스 우클릭에 대응한다. 위의 버튼은 원노트, 애니타임 등을 사용할 때 지우개의 역할을 한다. 위의 버튼을 누르고 잘못 적은 부분을 쓱싹 지우면 된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전자펜은 사용하지 않을 때 제품 오른쪽에 꽂아 둘 수 있다. 꽂아 둔 펜을 뽑으면 제품 화면이 자동으로 켜진다. 전자펜을 사용하려면 전자펜 속에 AAAA(A4) 건전지를 넣어야 한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하스웰, 풀HD… 조용한 것은 기본

바이오 듀오 13 고급형 모델은 4세대 인텔 코어 i7-4700U 초저전력 프로세서(1.8GHz, 하스웰)와 8GB 메모리 그리고 256GB SSD 저장장치를 탑재했고, 보급형 모델은 4세대 인텔 코어 I5-4200U 초저전력 프로세서(1.6GHz, 하스웰)와 4GB 메모리 그리고 128GB 저장장치를 탑재했다.

이번 리뷰에 사용된 모델은 i5를 채택한 보급형 모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일단 윈도8 부팅시간은 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이오 로고가 나타나고 윈도8 기본 화면(모던UI)이 뜨기까지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면 충분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무거운 응용 프로그램도 빠르게 실행된다. 참고로 바이오 듀오 13에 사용된 SSD는 삼성전자가 공급했다.

바이오 듀오 13은 크기 13.3인치, 해상도 풀HD(1,920x1,080)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기존 7~11인치 태블릿PC보다 확연히 크게 느껴진다. 화면을 눈에서 조금 떨어뜨려야 한눈에 들어온다. 또, 전후좌우 어디서 쳐다봐도 색상 왜곡이 없고 선명하다. 해상도가 높기에 인터넷을 할 때 만족스럽다. 세로로 세워놓고 사용하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화면 위에는 손가락, 전자펜으로 눌러도 끄떡없게 강화유리를 덧댔다. 자잘한 충격은 대부분 막아준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누르지는 말 것.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그래픽 프로세서는 인텔 HD4400을 채택했다(메모리 공유). 하스웰 프로세서에 내장된 그래픽 프로세서다. 고사양 게임은 실행하지 못하지만, 피파온라인3, 버블파이터, 서든어택 등 캐쥬얼 게임은 쾌적하게 실행한다. 바이오해저드5, 데드스페이스, 바이오쇼크1 등 출시 된지 조금 지난 게임도 옵션만 조금 타협하면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피파온라인3
피파온라인3

조용한 것도 장점이다. 바이오 듀오 13은 바이오 컨트롤 센터에서 성능과 무언(무음)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성능은 프로세서의 성능을 제한하지 않는 모드고, 무언은 프로세서의 성능을 800MHz 수준으로 제한해 열을 억제, 방열팬이 아예 움직이지 않게 하는 모드다. 도서관 등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해야 할 때 적합하다.

참고로 앞의 배터리 사용시간 측정은 성능 모드로 맞춰놓고 얻은 결과다. 제품을 무언 모드로 맞출 경우 최대 9시간 30분 동안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성능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배터리로 사용할 때 프로세서 속도는 1.6GHz가 한계다. 프로세서의 속도를 2.2GHz까지 끌어올리려면,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야 한다)

제품 뒷면에는 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이를 통해 3,200x2,400의 고해상도 사진과 풀H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품질은 그리 썩 뛰어나지는 않고, 시중의 스마트폰과 대동소이하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운영체제는 윈도8이며, 사용자가 원할 경우 윈도8.1 프리뷰 버전을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또, 3세대 울트라북 '울트라북 2in-1' 인증을 받았다. 울트라북 2in-1은 노트북의 성능과 태블릿PC의 휴대성을 갖춘 제품에 부여하는 인텔의 계획을 담은 마케팅 용어다. 인텔은 하스웰을 출시하면서, 울트라북의 모범적인 사례로 바이오 듀오 13을 제시한 바 있다.

디자인은 합격, 그런데…

소니의 플래그십 제품답게 디자인도 뛰어나다. 리뷰용 제품은 하얀색 모델인데, 하얀색과 회색을 섞어 고급스러워 보인다. 제품 재질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반반씩 섞여 있다. 뒷면은 플라스틱으로 구성하고 회색 코팅을 칠했고, 손가락이 맞닿는 팜레스트는 알루미늄을 채택해 차가운 느낌을 준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키보드는 소니가 고안해낸 아이솔레이션 키보드(Isolation, 키와 키 간격을 메꿔 키보드에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식)를 채택했다. 어두운 장소에서는 자연스레 백라이트가 켜진다. 무난한 키보드지만, 키스트로크(키가 들어가는 깊이)가 얇아 누르는 느낌을 받기 어렵고, 오른쪽 시프트키가 작아 쌍자음을 누를 때 오타가 잦은 점이 아쉽다.

또, 뒤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구조를 채택했다. 앞면 두께는 1cm가 채 되지 않지만, 뒷면 두께는 1.7cm에 이른다. 대략 성인남성 엄지 손톱만하다. 때문에 왼쪽 상단에 존재하는 전원 버튼을 제외하면 모든 단자가 제품 뒷면에 모여 있다. USB 3.0(x2), HDMI, 전원, 마이크/스피커 겸용 단자와 SD카드/메모리스틱듀오 슬롯을 갖췄다. 또, 제품 기본 구성에 HDMI를 VGA 단자(D-SUB)로 변환해주는 젠더가 포함돼 있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흥미롭게도 음량조절 버튼은 제품 뒷면에 있다. 음량조절 버튼 아래에는 어시스트 버튼이 존재하는데, 이는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안, 시스템설정, 업데이트 등을 수행하는 바이오케어를 실행해주는 버튼이다. 윈도에서도 조작할 수 있지만, 한데 모아둬서 편리하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제품 뒷면에는 스테레오 스피커와 NFC 태그도 있다. NFC 태그의 경우 스마트폰의 NFC처럼 다른 기기와 접촉해 정보를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윈도8 컨버터블/태블릿PC에선 그리 쓸모 있는 부위가 아니다. 빨리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야 하겠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제품 무게는 1.3kg, 13.3인치에 이르는 제품 크기를 감안하면 가벼운 편이다. 그래도 손에 들고 있기에는 상당히 부담된다. 책상이나 침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 전원 어댑터까지 포함한 무게는 1.59kg이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은 플래그십 제품인 만큼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사소한 문제도 용납해서는 곤란하다. 제품 하단의 플라스틱이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칠이 벗겨지는 게 눈에 거슬린다. 애당초 이 부분까지 금속으로 구성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예전 소니라면 가격을 좀더 올려서라도 본체를 전부 금속으로 제작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사소한 문제기에 오히려 아쉽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또, 화면과 본체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노출돼 있어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지대를 조금 두껍게 해서 케이블을 속으로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은 7월 중반부터 판매를 개시했고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고급형 227만 원, 보급형 179만 원이다. 가격을 감안하면 모든 사용자에게 추천할 수는 없고, 배터리만으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태블릿PC를 찾는 사용자 또는 필기/그림용으로 적당한 제품을 찾는 학생, 직장인, 디자이너에게 추천한다.

바이오 듀오 13
바이오 듀오 13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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