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독과점기업인가?
서울YMCA, 삼성전자를 독과점기업으로 추정된다며 신고
서울YMCA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삼성전자가 휴대폰(스마트폰 포함) 시장지배적사업자(독과점기업)로 추정된다고 17일 조사를 요청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전체 시장에서 단일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독점),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경우(과점) 해당 회사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또, 서울YMCA는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이용해 스마트폰 출고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변경한 의혹이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서울YMCA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위가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이동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53억 원(삼성전자 142억 원)을 부과했지만 휴대폰 출고가는 지금도 그대로"라며,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국내 휴대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며, 압도적인 지배력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는 삼성전자가 결정하고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뒤따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시장을 주도하면서 스마트폰 가격을 90만~100만 원 전후의 고가로 설정해왔고, 이것이 사실상 스마트폰의 출고가 표준이 됐다"며,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외산 휴대폰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돼,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정말 독과점기업일까
시장조사기관마다 조금씩 결과가 엇갈리지만, 2013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60% 내외로 추산된다. 작년 초 70%까지 올랐다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단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요건은 갖췄다. 하지만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간주'할 수는 없다.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추정 요건 외에도 시장진입장벽 존재 여부와 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판단한다.
사실 과거에도 국내 휴대폰 시장에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존재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팬택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넘는 만큼 세 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공정위는 국내 휴대폰 시장 상황이 과점 기업끼리 부당한 행위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시장경쟁을 통해 형성된 것인 만큼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술 개발이나 정당한 판촉 활동을 통해 형성된 시장 상황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 참고로 LG전자의 점유율은 20% 내외, 팬택의 점유율은 10% 내외다.
하지만 이번 서울YMCA의 신고는 휴대폰 제조 3사가 아닌 삼성전자만을 목표로 했다. 때문에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까지 감안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경쟁사 중 하나인 팬택의 규모가 삼성전자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또, 시장점유율 판단을 판매대수가 아니라 매출액 기준으로 잡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악재다.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독과점기업은 어떤 불이익을 받나?
독과점기업에게 가하는 제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독과점기업의 성립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일단 독과점기업으로 판단되면, 기업 자체가 강제 분할된다. 한때 미국의 유선통신을 지배했던 AT&T가 AT&T와 버라이존으로 분할된 것이 그 사례다. 하마터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도 철퇴를 맞을 뻔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독과점기업의 성립자체는 용인한다. 대신 독과점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행위에 각종 제약이 붙는다. 독과점기업이 가격남용, 출고량조절, 경쟁사 사업활동 방해, 시장진입제한 설정, 경쟁사업자 배제 또는 소비자 이익 저해 등 다섯 가지 행위를 시도한 경우 공정위는 해당 행위 금지 명령 및 매출액의 3%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관계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되도록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독과점 시장은 정유, 자동차, 설탕, 맥주, 커피 산업이다.
최근 가트너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급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는 73만 6,000원으로, 조사 대상 48개국 가운데 홍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 다른 국가보다 100달러 이상 높은 수치다.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역시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서울YMCA의 신고에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감히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