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교육, "책으로 지식을 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 부산 분포초등학교

분포초는 지난 2009년 9월 정부로부터 스마트교육 모델 연구 학교로 지정됐다. 매년 1,000만 원씩 지원받던 예산도 올해 2,000만 원으로 확장됐다. 이 지원금은 아이들의 스마트교육 학습을 위한 스마트 교실 구축 및 장비 구매로 이어졌고, 기존 학습 방법에 스마트교육을 접목시켜 발전해나가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19일, 공개 수업을 진행한 학교를 방문해 스마트 기기를 수업 안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봤다. 현장에서 바라 본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오락기, 장난감이 아니었다. 학습을 위한 도구로 이미 융화되어 있었다.

아이패드로 발표하고, 소통한다

분포초 5학년 1반 5교시 사회 수업. 주제는 '삼국의 성립과 발전 과정,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다. 교실에 도착해보니 아이들은 각 조로 나뉘어 삼삼오오 흩어져있었다. 책상은 가운데를 비워두고 교실 가장자리에 원형으로 2개씩 배치됐다. 벼룩시장 가판대처럼 설명하는 아이들이 책상 앞에 서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가운데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설명하는 입장과 듣는 입장으로 나뉘어 직접 체험하는 학습 방법으로 어린 시절, 한번쯤 다들 겪어봤으리라(병원 체험놀이가 생각났다).

이처럼 체험 활동을 통한 학습 방법은 다른 학교에서도 진행한다. 하지만, 분포초 5학년 1반 교실의 다른 점은 한 가지. 각 조로 나뉜 책상 위에 교과서나 A4 용지가 아닌, 애플 아이패드가 올려져 있다. 이내 수업을 시작하자,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패드 속에 아이들이 직접 입력하고 만든 고조선과 청동기 문화, 삼국시대 유물 등의 발표 자료가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패드로 직접 발표 자료를 손으로 넘겨가며 설명했다. 발표 자료를 살펴보니, 단순히 글만 나열되어 있는 텍스트 파일이 아니다. 사진이 담겨있고, 동영상이 재생된다. 심지어 설명을 듣는 아이들이 직접 맞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화면에 나타난 O, X를 눌러 맞춰야 다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구조(삼국OX퀴즈 라더라). 이미 아이패드는 아이들의 수업 내용에 녹아 들어 있었다.

분포초 5학년 1반 담임 이미숙 교사는 "스마트교육을 접목한 뒤로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참여도다. 요즘 아이들에게 발표를 시키면, 손을 드는 아이가 드물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학습에 사용한 뒤로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뭔가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노력한다. 의견 내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성적이 크게 향상하지는 않았다. 사실, 성적은 아이들을 앉혀놓고 외우게 만들면 금세 오른다. 이런 주입식 교육이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내게 맞는 직업은?

5학년 1반 교실을 뒤로 하고, 스마트교실(1명당 아이패드 1대씩을 사용할 수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5학년 5반 아이들을 찾았다. 수업 주제는 '나의 장단점과 흥미를 파악하고 진로 계획 세우기'. 도착해 보니 아이들은 교사가 나눠준 A4 용지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A4 용지는 '다중지능검사' 설문지. 설문지 속 질문에 아이들이 1~5점씩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점수에 따라 자신의 직업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설문지에 대해 교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안우성 선생님의 손에 아이패드가 들려 있다. 서명초등학교처럼 애플TV로 TV와 아이패드를 연결해 직접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광경(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설문지에 따라 점수를 다 매긴 아이들은 책상 아래의 아이패드를 꺼내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아이패드로 '키노트(Keynote)' 앱을 실행해 아이들 스스로 사진을 넣고, 선택한 직업에 대한 이유를 적기 시작했다. '외교관', '항공우주과학기술자', '선생님', '축구선수'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다. 주어진 시간은 5분. 교실 앞 TV에는 선생님이 실행한 타임워치 앱 화면이 나타났다.

'과연 아이패드를 얼마나 다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아이들은 자기 사진을 넣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로 학급 페이지에 들어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복사해오기도 했다. 사진이 없는 아이들은 아이패드 전면 카메라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자기 사진을 찍었다. 앱 사용은 이미 능숙했다(아마도 사전에 미리 배웠으리라). 이 익숙함이라니.

5분 내 작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있어 3분의 시간을 더 주고 발표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교실 앞으로 나가 에어플레이 기능으로 TV에 아이패드 화면을 띄웠다. 작성한 PT를 한 장씩 넘기며 또박또박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 설명했다. 필자는 올해 3학년에 올라간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패드로 게임만 하는 아들 때문에 늘 고민했었는데, 이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분포초등학교(이하 분포초)의 조경순 교장의 말이다. 그는 "과거의 방식에 얽매여 있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 기기가 아이들에게 한낱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 학습에 방해가 된다며 스마트 기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게 막는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일까. 처음부터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맞다"라며, "그렇다고 너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학습에 치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들과 같이 만들어가고 호흡해야 한다. 여기에 인성 교육도 가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급 신문을 직접 만들어요"

스마트교실 방문을 끝내고 한 학생을 만났다. 올해 6학년으로 올라간 정재희군은 5학년 때 만들었던 학급 신문을 들고 나타났다. 필자의 질문에 "네"라는 말만 주로 얘기했던 정군은 신문을 만들 때마다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말해주는 내용은 놀라웠다.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고, 'Pages' 앱으로 편집한다. 한 장의 학급 신문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신문 속 내용에는 '갤럭시S3와 아이폰5 무엇이 더 튼튼할까?'라는 IT전문 객원기자 김민현군의 기사도 등장했다.

영자 신문도 나타났다. 동아리 소속 기자는 아니지만,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영어로 번역하고 영어 선생님이 검수를 봐준단다. 정군은 "평상시에도 아이패드를 친구들과 사용한다. 게임하는 친구들이 있기는 한데, 선생님이 학습 용도 이외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놔서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스마트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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