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했다, 북했다' 단 탭할 일 별로 없을 'LG전자 탭북'

이문규 munch@itdonga.com

2개월 외근 업무에 활용한 LG 탭북 Z160 '진짜' 사용기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탭 등의 태블릿PC가 노트북 시장까지 침투하면서 노트북 제조사에 비상이 걸렸다. 잘 나가는 태블릿PC라도 절대 침범할 수 없는 노트북 만의 '강점'을 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년 하반기부터 태블릿PC만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인 '울트라북'이 노트북 시장에 작은 희망으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각 제조사 별 판매 현황도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태블릿PC의 맹공을 막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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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휴대성•활용성 면에서는 태블릿PC와 유사하면서 전반적인 성능은 노트북에 근접한 이른 바 '컨버터블 PC(Convertible PC)'가 최근 등장해 '반짝' 관심을 끌었다(소비자들은 더 이상 노트북 신제품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컨버터블 PC는 영단어에서 유추하듯 태블릿PC과 노트북 역할을 전환하며 사용할 수 신개념 하이브리드 노트북이다. 즉 태블릿PC처럼 키보드 없이 화면을 터치하며 사용하다가, 필요에 따라 키보드를 부착하거나 펼쳐 내어 작업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 운영체제 기반이라 활용성 측면에서는 사실상 태블릿PC보다 유리하다.

삼성전자, LG전자, HP(휴렛팩커드), dell(델),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등 국내외 주요 노트북 제조사는 앞다투어 컨버터블 PC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나 같이 비범하고 독특한 자태를 뽐내며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제품군으로 안착한 상태다. 우리나라 전자기기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서는 LG전자의 'PC삼총사' 중 하나인 '탭북 Z160'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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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름이 '탭북'인가

LG전자가 PC사업 부문을 강화하려는지 탭북의 TV CF가 자주 보인다. '접으면 탭, 누르면 북'이라는 문구를 반복 노출하여 본의 아니게 어린 시청자들을 세뇌(?)하고 있다. 8살 먹은 아이가 제품을 보자마자 '어, 탭북이다'며 소리치는 거 보니 이 CF가 어느 정도 주효한 듯하다. LG전자가 CF를 제작하며 기대한 의도도 이러했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간결한 이름. '태'블릿(table)과 노트'북'(notebook)의 단순 조합이지만, 두 기기의 특징을 짧은 단어 하나로 함축한 '탭북'이란 이름은 본체의 외형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다.

컨버터블 PC는 현재 키보드를 완전히 분리/장착하는 형태와 키보드를 디스플레이 뒤로 젖히는 형태(오토슬라이딩 방식)로 나뉜다. LG 탭북은 후자의 형태다. CF 문구대로 디스플레이 부분을 눌러 접으면 태블릿PC 형태가, 본체 좌측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 부분이 솟아 올라 노트북(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 신속하지만 부드럽게 솟아 오르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탭북을 처음 보는 주변지인의 반응도 한결 같다. 키보드가 분리되는 컨버터블 PC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버튼을 누르면 '쑤~욱' 솟아 오르는 모습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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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부분은 제품 크기의 절반 정도만 노출되어 일반 노트북의 손목거치대는 따로 없다. 그래서 키캡 크기도 일반 노트북에 비해 약간 작지만 있어야 할 키는 다 있다. 다만 F1~F12의 기능키, Home(홈)/End(엔드)/PgUp(페이지업)/PgDn(페이지다운) 키 등의 특수 입력•조작키는 키보드 좌우측의 'Fn'키와 함께 눌러 사용해야 한다. 다만 화면밝기 조정 기능이나 무선 랜 켜기/끄기 기능이 없는 게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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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크기는 11.6인치(대각선길이 기준, 29.5cm)이며 최대 1,366 x 768 해상도를 지원한다. 유사 크기의 노트북과 비슷하다. 화면출력 범위가 11.6인치이며 화면 가장자리(베젤) 공간까지 포함하면 제품 전체 크기는 13인치급(33.5cm)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었을 때의 두께는 약 2cm 정도며 무게도 1.25kg 수준이라 일반 태블릿PC보다는 약간 두툼하고 무거운 게 사실이다.

탭북은 접어도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평소 사용•휴대 시 파우치(기본 제공)나 가방 등 디스플레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액세서리가 필요하겠다. 더구나 태블릿PC처럼 터치 입력이 가능하니 화면보호필름은 가급적 부착하는 것이 좋겠다. 화면 상단에는 130만 화소 웹캠이(후면 카메라는 없다), 하단 중앙에는 윈도 로고 형태의 윈도8 키가 각각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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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좌측 면에는 이어폰 단자, 볼륨 조절 버튼, 오토슬라이딩 버튼이, 우측 면에는 전원 버튼, 화면 회전/고정 버튼,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이, 뒷면에는 전원 어댑터 단자, 유선 랜 단자(젠더 사용), HDMI 단자, USB 3.0 단자, 미니 USB 2.0(젠더 사용) 등이 있다. 참고로 볼륨 버튼 아래, USIM 카드 장착용 슬롯으로 짐작되는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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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태블릿PC, 성능은 노트북

2013년 'IF디자인어워드' 수상작이기도 한 LG 탭북은 이미 지난 해 11월 인텔 아톰 프로세서 장착 모델로 먼저 출시됐다. 아톰 프로세서는 일반 노트북 프로세서보다 성능은 좀 부족하지만, 노트북 가격을 대폭 낮출 만큼 저렴해 알뜰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최근 새로 출시된 탭북은 아톰이 아닌 3세대 코어 i5(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가 장착됐다(i5-3337U 1.8GHz). 아톰 모델보다 전반적인 성능이 뛰어남은 굳이 측정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기본 메모리는 4GB(DDR3, 리뷰 제품은 8GB)로 윈도8을 구동하는데 모자람 없고, 하드디스크도 일반 HDD가 아닌 SSD(120GB, 리뷰 제품은 160GB)를 달아 프로그램 실행 성능도 향상됐다. 그래픽 부분은 인텔 내장형 HD 4000 칩셋을 채택해 일반 노트북 수준의 기본적인 그래픽 성능을 보여준다. 탭북으로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는 없겠으나(기대해서도 안 된다), 일반적인 PC업무, 즉 이미지/동영상 편집, 사진(이미지) 수정 작업, 파워포인트, 액셀, 워드 등 문서 작업, 고화질, 고음질 영화/음악 감상 등은 무난하게 처리한다. 더구나 윈도 기반이라 호환성, 활용성, 편의성 측면에서는 다른 태블릿PC에 비해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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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접으면 태블릿PC의 형태라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태블릿PC처럼 사용하면 된다. 다만 TV CF에서 나오듯, 걸어 다니면서 (한 손으로)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무게가 부담스럽다(무게도 무게지만 주변의 시선이 영 마뜩잖다). 업무적 용도든(프리젠테이션, 회의/미팅 등) 일상적 용도든(사진/동영상 재생, 음악 감상 등) 잠깐잠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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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별도 판매되는 'LG스마트펜'을 구매하면 펜 입력도 가능하니 태블릿PC로서의 활용도가 넓어진다.

<2개월 외근 업무에 활용한 LG탭북, '쓸 만 했나…'

요즘에는 노트북이든 태블릿PC든 스마트폰이든 IT기기는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 그 효용성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기기의 사양과 성능, 기능 등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체험형 사용기가 제품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본 리뷰어가 근 2개월에 걸쳐 외근 업무에 활용한 '탭북 체험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려 한다.

외근 시 항상 노트북을 지참해야 하는 터라 그동안 울트라북 노트북을 사용했다. 태블릿PC는 키보드의 부재 때문에 적어도 본 리뷰어에게는 업무용 기기로서 큰 매력이 없었다(태블릿PC는 엔터테인먼트 기기지 업무용 기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울트라북 역시 얇고 가벼워 외근용 기기로 손색이 없지만, 탭북은 회의/미팅 시 태블릿PC 형태로 접어 한 손으로 들고 상대방에게 화면을 보여주며 터치 조작할 수 있어 훨씬 편리했다. 회의/미팅용 문서, 자료 등을 열람하도록 기기를 상대방과 주고 받을 때도 태블릿PC 형태는 매우 유용했다. 물론 필요에 따라 즉시 키보드를 열어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탭북의 즉각적인 형태 변신에 다른 이들도 무척이나 신기해 하는 눈치다. (내 것은 아니지만) 제품 사용자로서 왠지 모를, 약간의 자신감마저 들게 했다. 다만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었으면 더욱 유용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모델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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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터치 입력을 지원하니 마우스가 없어도 윈도 사용에 큰 불편은 없었다. 다만 경우에 따라 (노트북의) 터치패드가 없어 곤란할 때도 있었는데, 이때는 윈도 내 가상 터치패드를 띄워 화면 상에서 마우스 조작을 대신했다. 물론 평소 무선 마우스를 소지해 정 마우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뒷면 USB 포트에 연결해 사용했다. 터치 사용에 익숙해 지니 마우스를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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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키보드도 사용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으나, 숫자 1키의 위치가 일반 키보드와 약간 달라(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음) 숫자 입력 시 가끔 오타가 발생하곤 한다. 이외에 키보드 입력이나 타이핑에 불편함은 없다. 고속 타이핑도 원활하다. 키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참고로 본 리뷰어는 다른 태블릿PC에 사용하던 스타일러스 펜을 탭북에도 사용했는데 이 역시 문제 없이 잘 인식됐다. 회의/미팅 시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에 슥슥 그려가며 진행하니 한결 수월했다. 왠지 정보전달 효과도 높은 듯했다.

크기와 무게는 일반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중간 수준으로, 백팩이나 메신저백 등에 넣어 다니니 큰 무리 없었다. 전원 어댑터도 그리 크지 않아 함께 부담도 적었다. 배터리는 당연히 교체할 수 없으며, 완전충전 후 하루 종일 배터리 잔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사용시간은 충분했다. 다만 디스플레이를 접어도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건 아니니,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을 끄는 것이 좋다.

여담이지만, 2개월 간 탭북을 사용하면서 태블릿PC 형태로 활용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본 리뷰어의 사용 패턴이 주로 키보드 사용이기 때문이겠지만, 따져 보면 태블릿PC 형태로 사용할 기회는 사실상 몇 번 없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태블릿PC를 주로 사용하는 패턴이라면 (약간 무겁긴 하지만) 언제든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탭북이 더욱 유용하리라 예상한다.

결론적으로 LG 탭북은 새로운 PC 영역인 컨버터블 PC로서 독특하면서도 여러 모로 만족스러운 제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다만 가격은 아직까지 약간 세다. 2013년 3월 현재 아톰 프로세서 모델이 인터넷 최저가 90만 원대, 코어 i3 모델이 120만 원대, 코어 i5 모델이 140만 원대다. 유사 사양의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긴 하지만 일반 노트북이나 태블릿PC보다는 비싸다(비싼 게 당연하다).

그래도 탭북은 그만한 상징성과 가치는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제품이고 실제 활용 면에서도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하기 때문이다. 사용자(혹은 사용 패턴)에 따라 분리형, 슬라이드형 컨버터블 PC의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탭북은 본 리뷰어처럼 노트북 소지 외근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만큼은 '탭했다 북했다' 요긴하게 사용되리라 본다.

참고로 LG전자는 탭북을 비롯해 울트라북(Z360 시리즈), 일체형 데스크탑PC(V시리즈) 등을 묶어 'PC삼총사'로 규정하고 올해 내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을 시행할 계획이다.

2부 리뷰에서는 탭북에 들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의 사용/활용법에 대해 알아 본다.ㅣ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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