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컴퓨터'는 잊어라, 이제 '디바이스'를 논하는 시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알던 IT 관련 단어들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전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유선 전화'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폰(Smart Phone)'을 먼저 떠올린다. 컴퓨터 역시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는 '데스크탑PC'만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휴대성과 디자인을 추구한 '태블릿PC', '노트북(랩탑)', '하이브리드PC(컨버터블PC)' 등도 컴퓨터에 포함된다.
2012년 IT 변화는 크게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여러 형태의 기기를 의미하는 '디바이스(Device)'와 여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Cloud)'다.
필자에게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어떠한 형태의 기기가 향후 IT를 이끌어갈까요?"
"어떤 기기를 사면 좋을까요?"
매체와 인터넷 상의 글을 보면 특정 기기가 IT 시장 전체를 통일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엄연히 기기마다 특징이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조금씩 다르다.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라는 단어를 조금만 분해해보자. 일반적으로 컴퓨터라고 하면 데스크탑PC와 노트북을 떠올리지만, 이제 이 사이에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처리하고, 태블릿PC로 전자책과 동영상을 보고, 노트북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성능 및 활용 형태가 하드웨어의 발전과 센서 기술의 결합 덕분에 몇 년 전 우리가 컴퓨터라고 생각했던 수준으로 발전했고, 이를 통해 예전에는 컴퓨터로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우리 손안의 조그마한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태블릿PC와 컴퓨터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태블릿PC는 컴퓨터에 포함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태블릿PC는 키보드가 없이 펜이나 터치를 이용해 입력을 받고, 휴대성을 강조한 기기'라고 생각하며, 컴퓨터는 '마우스나 키보드가 연결된 기기'라고 인식한다.
필자 역시 둘 다 사용하고 있다. 일정기간 동안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면서 얻은 결론은 '두 기기가 상호 보완적이란 것'이다. 태블릿PC는 콘텐츠를 소비(Consume)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더 쉽게 말해 '보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적당'하다. 물론 펜이나 터치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거나(Create) 문서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터치와 펜만으로는 문서 작성, 사진편집, PPT 제작 등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
이때 자연스럽게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이 간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태블릿PC로 생산 활동을 하고자 별도의 키보드를 휴대한다. 하드웨어 업계는 이러한 수요를 즉시 받아들였다. 태블릿PC 출시하면서 키보드를 기본 제공하거나, 별도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즉, 사람들은 주된 활용 형태가 소비인지 생산인지 여부에 따라 어떤 제품을 구매할 지 고민한다는 의미다.
하드웨어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출시되거나 출시 예정인 기기를 살펴보면 태블릿PC와 기존 컴퓨터의 형태를 모두 갖추고자 한다. 화면을 접거나 돌리면 태블릿PC가 되고, 이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면 노트북이 되는 하이브리드PC(컨버터블PC)를 말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일반적인 컴퓨터 기반에서만 갇혀 생각했던 기존 사고를 버리고, 사용자들의 기기 활용 형태 및 입력 방식을 어떻게 소프트웨어와 연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기기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졌기에, 많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에만 연결하면 기기간 저장 데이터를 동기화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컴퓨터로 가져오고 싶은 경우, 기기를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원하는 기기에서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 기기에 설치한 앱이 다른 기기에도 고스란히 설치된 것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기기의 화면이 동일한 형태가 되도록 하는 시장의 움직임을 '멀티 스크린' 또는 'N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기존의 컴퓨터라는 단어로는 여러 기기를 다 표현할 수 없는 듯하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데스크톱PC 등을 모두 칭할 수 있는 대표 명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 명사를 '기기 장치' 또는 '디바이스'라고 부른다. 앞으로도 디바이스에 내장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은 사용자의 활용법 및 요구 사항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향상될 것이며, 이러한 발걸음은 우리 손안에 디바이스를 통한 생활의 즐거움 및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백승주(koalra@hotmail.com)
편집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칼럼니스트 백승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전도사(Evangelist) 및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신 IT 동향을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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