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뽀샤시'하다, 인스탁스 미니8
즉석 카메라만의 강점? 바로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디지털카메라는 높은 성능, 적은 유지비, 휴대성 등 많은 부분에서 즉석 카메라보다 우위에 있지만,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을 당장 내놓진 못한다. 흔히 말하는 '사진 한 장'의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LCD화면으로 보는 사진과 실제로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은 주는 느낌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얼마 전, 후지필름이 파스텔 색이 특징인 인스탁스 미니8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사용법이 무척 쉽고 결과물도 훌륭하다(여자들이 원하는 사진이 착착 나온다). 2주간 이곳저곳을 다니며 인스탁스 미니8을 사용해봤다.
사용법? 4단계면 끝!
인스탁스 미니8의 사용법은 무척 간단했다. 필름을 넣고, 카메라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노출을 조절하고(과거 인스탁스 시리즈에는 없던 기능이다. 미니8부터 적용됐다), 찍으면 끝이다. 물론, 필름은 처음에만 넣으면 되니 사실 3단계인 셈이다.
인스탁스 미니8은 주변 밝기를 측정해 노출 표시등으로 알려준다. 때문에 사진 찍을 때 너무 밝거나, 어둡게 나와서 소위 '사진을 망치는' 확률이 줄어들어 좋았다. 노출을 잘 맞추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 특히, 인스탁스 미니의 필름 값은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1월 25일 현재, 필름 10장의 인터넷 최저가 5,600원) 사진을 망치면 심리적으로 타격이 꽤 크다.
실내에서 찍을 땐 '집' 모양에 맞춰 실내 모드로 찍는다. 흐릿한 날은 '구름' 모양, 밝은 날은 '해' 모양, 무더운 여름날엔 '쨍쨍 해' 모양에 맞춘다. '하이키 모드'는 사진 밝기를 한 단계 더 밝게 조절해 준다. 이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확실히 얼굴이 밝게 나오지만, 자칫 잘못하면 90년대 스티커 사진처럼 너무 하얗게 찍힐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자. 몇 번 이 모드로 찍어봤는데, 사람의 얼굴이 귀신처럼 하얗게 나오거나 코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필름 값에 관련된 이야기로, 즉석 사진을 찍을 땐 (언제나) 무척 신중을 기하게 된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땐 소위 '막샷'(마구 찍은 사진이라는 은어)을 찍어도 용서가 된다. 다시 찍으면 되니까! 하지만, 즉석 사진은 다르다. 가장 적합한 구도, 배경, 노출 등을 생각해 한장 한장 정성스레(?) 찍게 된다. 그래선지 결과물에 대한 감흥도 남다르다. 정성을 들인 만큼 사진에 더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Tip! 실내에서 인물을 찍자
2주간 50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본 기자가 내린 결론은 '실내'에서 '인물'을 찍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사진 찍힌 당사자들(친한 친구와 직장 동료 등)도 실내에서 찍은 사진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로 사진을 뽑아준다. 심지어 민낯이던 얼굴도 화장한 것처럼 매끈하게 나왔다.
실제 사진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은 결과물을 보고 무척 놀라워했다. "화장도 하지 않았기에 별 기대 않고 찍었는데, 실물보다 훨씬 예쁘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인스탁스 미니8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여러 번 찍어본 결과, 실내에서 인물의 허리까지 나오는 구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실내 모드에선 플래시가 강제로 터지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서 찍으면 얼굴 이목구비가 번쩍여서 흐릿하게 나오고, 멀리서 찍으면 얼굴에 그늘이 지기 때문이다.
컬러풀한 사물을 찍자
색감이 톡톡 튀는 사물을 찍었을 때도 사진이 더 생기있게 나온다. 강조하고 싶은 사물만 화면 가득 꽉 차게 찍어야 더 예쁘다. 일단 찍어보자. 찍어보면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선명하다!
뿌옇게 나올 줄 알았던 글자도 선명하게 잘 나왔다. 쑥스럽지만 마음을 전하는 글귀를 A4에 간단히 적어 사진 편지를 만들어 보았다. 힘들이지 않고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이벤트 방법이다. 아직 남자친구에게 전달해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좋아하리라.
지갑에 쏙 넣어 간직하자
사진이 명함 크기라 지갑 속 포켓에도 쏙 들어간다. 소중한 사람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고 보기에 딱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즉석 사진을 선물하며, 지갑에 들어가는 크기라 말해주니 모두 자신의 지갑에 사진을 넣어갔다.
인스탁스 미니8을 2주간 사용하는 동안, 찍은 사진이 선명해지길 기다리는 이 순간이 가장 두근대고 즐거웠다. 새하얗던 배경에서 점차 형태가 드러날 때의 그 설렘은 디지털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본 기자는 평소 어딜 가든 미러리스 카메라, DSLR 등을 챙겨다니며 사용해왔다. 주위 사람들이 "또 찍어?"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땐 보통 하나의 사물을 몇십 장씩 찍은 후, 그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랐다. 하지만 인스탁스 미니8은 솔직히 필름 값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 찍는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됐다. 사진 찍히는 주위 친구, 동료, 가족들도 더 예쁘게 나오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써줬다. 인스탁스 미니8으로 디지털카메라로 무뎌진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