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GB를 1TB로 파는 속사정

이상우 lswoo@itdonga.com

지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3'에서 킹스톤 테크놀로지(http://www.kingston.com/kr/)가 1TB USB 메모리를 선보였다. USB 메모리하면 간단한 사진이나 문서를 넣어 다니는 용량이 작고 크기도 작은 저장장치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작은 저장장치에 1TB나 되는 용량이 들어간다니 솔직히 놀랍다.

그런데 1TB라고 써진 저장장치를 PC에 연결하면 931GB 정도로 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TB급 하드디스크를 써 본 사용자라면 한 번 정도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제조사에서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는 걸까?

이런 오해는 계산방법의 차이 때문에 생긴다. 인간이 일반적으로 쓰는 수는 10진수이지만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2진수 체제다. 그래서 인간은 킬로(Kilo)라는 단위를 볼 때 10의 3승, 즉 1,000으로 본다. 하지만 컴퓨터의 킬로는 1,000이 아니다. 2의 거듭제곱에는 1,000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0과 가장 비슷한 1,024(2의 10승)를 1킬로로 한다. 1KB가 1,024Byte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킬로를 1,000으로 보는 인간과 1,024로 보는 컴퓨터의 차이 때문에 1KB는 1,000Byte도 되고 1,024Byte도 된다.

그런데 저장장치 제조사들은 대부분 2진수가 아니라 10진수로 계산한 용량을 표기해 제품을 판매 하는 것이 관행이다. 1GB의 USB 메모리라 한다면 그 제조사는 1GB = 10억 Byte라고 계산한 용량을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PC에 연결하면 10억 Byte = 97만 6,562.5KB = 953.674316MB = 0.931323GB로 표시된다. 컴퓨터가 진짜 1GB(1,024MB)로 인식하려면 10억 7,374만 1,824Byte가 돼야 한다. 70.3MB정도의 차이다. 이 차이는 숫자가 커질수록 쌓이고 쌓인다. 1TB는 약 931.3GB니 92GB정도 차이 나고, PB(Peta Byte)가 되면 무려 120TB이상 차이 난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저장장치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10진수로 계산된 용량을 표기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플로피디스크 시절부터 내려온 오랜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행을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SI(국제단위계) 표준에서도 기준이 되는 단위는 10진수다.

이런 혼동을 줄이기 위해 나온 단위가 'Ki(kibi, 키비)다. 이 단위는 1998년 '국제 전기 표준 회의(IEC,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에서 표준으로 인정한 2진수의 거듭제곱 단위다. 킬로와 키비를 구분해 쓴다면 1,000과 1,024가 확실히 나눠진다. 예를 들면 데이터양에 붙여 1KiB(kibibyte, 키비바이트)는 1,024Byte가 된다. 이보다 더 큰 단위는1MiB(mebibyte, 1,024KiB), 1GiB(gibibyte, 1024MiB), 1TiB(tebibyte, 1024GiB) 등으로 쓴다.

실제로 리눅스 운영체제는 이 단위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사와 윈도 운영체제는 이 단위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단위를 당장 쓴다고 해도 소비자는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표시용량과 실제용량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언젠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