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와 윈도8의 찰떡궁합, 에이서 아스파이어 S7

김영우 pengo@itdonga.com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같은 신세대 모바일기기가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기존 PC업계의 움직임 역시 분주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IT시장의 중심에서 PC가 밀려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신세대 모바일기기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새로운 형태의 PC들이다.

때맞춰 나온 것이 바로 2012년 말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운영체제인 윈도8이다. 윈도8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전통적인 윈도 운영체제의 UI(화면 구성 및 조작 체계) 외에도 터치스크린 구조에 적합한 새로운 UI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윈도8의 출시를 즈음해 PC제조사들은 노트북과 태블릿PC, 두 가지 형태로 모두 쓸 수 있는 변형가능 PC인 '컨버터블PC'를 다수 내놓기 시작했다. 화면을 키보드 부분에서 분리하거나 화면을 360도 틀어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컨버터블PC는 아직 시장 진입단계라 소비자들의 충분한 검증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노트북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컨버터블PC의 구매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제조사들은 컨버터블PC외에도 기존 노트북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터치스크린 및 윈도8을 추가해 새로운 IT환경에 대응한 제품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서(Acer)의 '아스파이어 S7(Aspire S7-391-53314G12aws)' 역시 그러한 제품이다.

더 얇고 가볍게, 그리고 튼튼하게

에이서 아스파이어 S7은 기본적으로 인텔의 울트라북(Ultrabook) 규격에 속하는 제품이다. 울트라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인데, 아스파이어 S7의 두께와 무게는 각각 11.9mm, 1.3kg로 시중에 팔리고 있는 13인치 급 화면의 울트라북 중에서도 가장 얇고 가벼운 축에 속한다. 화면의 해상도 역시 1,920 x 1,080의 풀HD급으로 동급 제품에 비해 우위에 있다.

이외에도 울트라북 규격의 테두리를 지키면서도 차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가볍고 열 배출 능력이 뛰어난 알루미늄 바디야 다른 울트라북에서도 많이 채용되니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치더라도 상판과 화면 부분을 덮고 있는 '고릴라 글래스2' 재질의 커버는 주목할 만하다.

고릴라 글래스2는 코닝(Corning)사에서 개발한 강화유리의 일종으로, 높은 내구성이 특징이다. 덕분에 강도를 유지하면서 본체를 얇게 만들 수 있으며 긁힘에도 강하다. 상판과 터치스크린 표면은 외부와의 접촉이 잦은 곳인 만큼 이런 재질의 선택은 칭찬할 만하다. 참고로 에이서에서는 아스파이어 S7를 내놓으며 코닝 고릴라 글래스2의 내구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트북 상판 위에서 도마질을 하는 동영상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180도로 화면 펼쳐 마주앉은 상대와 함께 즐긴다

표면 재질 외에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키보드와 화면 부분을 연결하는 힌지(경첩) 부분이다. 아스파이어 S7의 힌지는 최대 180도까지 젖혀지므로 이를 이용해 화면 부분을 바닥에 완전히 밀착시킬 수 있다. 별 것 아닌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몇몇 상황에서는 대단히 유용하다.

이를테면 반대편에 마주앉은 상대와 화면을 같이 보면서 상담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180도로 젖혀지는 화면이 거의 필수다. 아스파이어 S7는 여기에 터치스크린 기능 및 화면 표시 각도를 90도나 180도로 회전시켜 표시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한층 효용성이 높다.

키보드와 측면포트의 적응에 시간 걸릴 듯

키보드는 요즘 노트북에서 흔히 쓰는 아이솔레이트(분리형) 방식이다. 키 사이의 간격이 넓고 13인치 급 소형 노트북 치고는 키의 면적도 충분해서 오타 확률이 낮다. 어두운 곳에서 자동으로 켜지는 백라이트도 내장하고 있어서 편의성도 높다. 다만 한/영 전환키가 따로 없고 Fn(기능)키 + Shift키의 조합으로 한/영 전환을 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측면 포트의 구성에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본체 두께가 얇은 점은 좋지만 이 때문에 측면 포트의 구성이 간략화되었다. USB 포트는 2개뿐이며 그 외에 헤드폰 포트와 SD카드리더, 그리고 마이크로 HDMI 포트가 1개씩 있는 정도다.

유선 인터넷을 연결하려면 별도로 제공되는 USB-유선랜 어댑터를 이용해여 하며, VGA(D-Sub) 포트로 모니터를 연결하려면 이 역시 동봉된 마이크로 HDMI-VGA 어댑터가 필요하다. 만약 유선마우스와 유선랜 케이블을 연결하면 남은 USB 포트가 없으므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USB 포트가 최신 규격인 3.0이고 노트북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외부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제조사에서도 이 점을 알고 있는지 아스파이어 S7의 패키지에는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마우스가 함께 들어있다. 이를 이용해서 USB 포트 1개라도 아끼라는 의도 같다.

기대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 스피커

이런 얇은 노트북은 내부 공간의 한계 때문에 스피커 탑재에 제약이 많다. 아스파이어 S7에 탑재된 스테레오 스피커 역시 매우 작은 소형 유닛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음질을 개선하는 '돌비 홈시어터 v4'를 탑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아스파이어 S7으로 음악과 영화를 재생해보니 소형 스피커 특유의 다소 낮은 출력과 미미한 저음이 아쉽긴 했지만 소리의 섬세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내장된 돌비 홈시어터 v4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출력 모드를 '영화'로 바꾸니 상당히 입체감 있는 음향을 느낄 수 있었다.

터치스크린과 윈도8의 '찰떡궁합'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스파이어 S7의 가장 큰 특징은 터치스크린과 윈도8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서는 아스파이어 S7의 터치스크린이 최대 10포인트 멀티터치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은 이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지만, 점점 터치스크린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라 향후를 기대해 볼만 하다.

그리고 굳이 10포인트 멀티터치 기능을 완전히 활용하지 않더라도 탑재된 윈도8 운영체제 자체가 터치스크린 친화적인 UI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히 화면을 만지며 조작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특히 윈도8 고유의 앱 판매 마켓인 '윈도 스토어'에서 제공되는 앱의 대부분은 터치스크린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윈도8을 사용하다 보면 터치스크린이 없는 PC에서도 종종 화면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역시 윈도8과 터치스크린은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만약 아스파이어 S7에 터치스크린과 윈도8, 두 요소 중 하나라도 빠져있었다면 매력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빠른 반응속도 만족스러워

아스파이어 S7는 인텔의 3세대 코어 i5-3317U 프로세서(코드명 아이비브릿지)와 HD 4000 내장 그래픽 칩셋, 그리고 128GB의 SSD를 탑재하고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중상급 울트라북의 전형적인 사양이라 할 수 있는데, 일부 고사양 3D게임이나 전문가용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제외하면 대다수 일반인들이 무난히 쓸 수 있는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일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른 SSD(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의 탑재로 인해 각종 기능을 실행할 때의 반응 속도가 빠르며 부팅 시간도 짧은 편이다. 완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누르면 완전히 부팅하기까지 10초 정도가 걸렸으며 대기모드 상태에서의 부팅 시간은 1초 남짓이었다.

에이서의 발표에 따르면 아스파이어 S7의 배터리는 최대 80일간의 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에이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굳이 껐다 켰다 할 필요 없이 쓰다가 용무가 끝나면 그냥 상판을 닫아 대기상태로 두어 보관한 뒤, 다시 쓸 일이 생기면 다시 상판을 열어 빠르게 부팅시키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게임 성능은 '그럭저럭'

아스파이어 S7는 제품의 컨셉 상 게임용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게임 성능을 발휘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 게임 구동 테스트도 해봤으니 참고만 하자.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아키에이지'와 '디아블로3'다.

아키에이지의 경우, 최신게임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한다. 때문에 화면해상도는 1,600 x 900, 그래픽 옵션은 최하로 낮춘 후에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마을에서는 15프레임 남짓, 필드에서는 20프레임 남짓의 평균 프레임을 기록했다.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상태로 게임을 진행한다면 제법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반면 디아블로3의 경우, 그래픽 옵션을 중간 정도 수준으로 맞추고 플레이 했는데도 평균 30프레임 이내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디아블로3는 출시된 지 1년 정도 지났고, 최적화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듣는 게임이다. 이 정도의 게임이라면 아스파이어 S7에서도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다.

제품 완성도로 가격과 브랜드를 극복한다

에이서 아스파이어 S7은 2013년 1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150만원 근처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는 기존의 울트라북에 비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며, 삼성전자의 '아티브 스마트PC 프로'나 소니의 '바이오 듀오 11' 같은 코어 i5급 컨버터블PC의 가격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물론 울트라북이라 하여 무조건 컨버터블PC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스파이어 S7을 기존의 울트라북에 단순히 터치스크린을 추가한 것에 그친 제품으로만 인식한다면 이런 가격 설정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터치스크린이 원래 좀 비싼 물건이기도 하다).

그래도 좀더 자세히 아스파이어 S7을 살펴본다면 이런 가격 설정이 이해될 만도 하다. 여타의 울트라북에 비해 한층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 알루미늄과 고릴라글래스로 구성된 바디, 그리고 180도까지 젖혀지는 화면과 생각 이상의 만족도를 선사하는 사운드 성능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터치스크린과 윈도8 운영체제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한국시장에서 에이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유난히 낮다는 점은 제품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벽일 수 있다. 에이서가 세계 PC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소비자도 별로 없을 정도다. 아스파이어 S7이 제법 괜찮은 제품임에도 잘 팔릴지 확신이 안 서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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