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vs PC방 왜 대립하나?] MS "제발 정품 좀 쓰세요" vs PC방 "그 가격에?" (1)
"윈도 하나에 28만 원, 내년에는 30만 원이랍니다. 터무니 없이 비쌉니다"
"불법으로 윈도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정당한 대가를 내고 정품을 쓰시길 바랍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PC방업주간에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주요 쟁점은 '정품 윈도 운영체제'의 가격이다.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이하 PC방협동조합)이 PC방업주를 이끌고 MS와 투쟁에 나설 것임을 18일 알렸다. PC방협동조합은 "MS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윈도를 판매하고 있다"라며, "영세한 PC방업주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1,000여명이 참가했다.
조합은 "MS가 12만 원하던 윈도의 가격을 28만 원까지 올렸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3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별로 가격에 차등을 둬 국내에는 윈도를 비싸게 판매하고, 해외에서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라며, "게다가 비싼 윈도 라이선스만 PC방에 공급하고 저렴한 윈도 라이선스는 공급하지 않는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윈도8을 강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MS는 즉각 반박했다. "12만 원은 프로모션 가격일 뿐 정상구매가는 당시에도 20만 원이 넘었고, 전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한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비싼 라이선스뿐만 아니라 저렴한 라이선스도 PC방에 공급하고 있고, 윈도8 강매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법 윈도'를 사용하다가 단속에 걸려놓고 이제 와서 윈도가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쟁점을 하나씩 짚어본다.
가격이 비싸다?
PC방협동조합은 2010년 12만 원이던 윈도 라이선스 비용이 2011년 20만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고 2012년 현재 28만 원이라며, 2013년에는 30만 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가격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며, MS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지속적으로 윈도 라이선스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MS는 2010년 12만 원에 윈도 라이선스를 판매한 것은 사실이나, 6개월간 6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프로모션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2011년에는 정상가로 복귀했고, 2012년에도 가격 인상 없이 정상가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비싼 윈도 라이선스만 공급한다?
양측의 주장을 적기에 앞서 용어 설명을 잠깐 한다. 현재 윈도는 크게 3가지 형태로 판매 중이다. 첫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패키지 판매 방식. 바로 'FPP(Full Package Product)'다. 가장 비싼 라이선스지만, PC를 업그레이드해도 계속 설치할 수 있다.
둘째가 'COEM(Commercial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이다. 하나의 PC에서만 설치할 수 있고, PC를 업그레이드(정확히는 메인보드를 교체)하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가장 저렴한 라이선스다. 예전에는 DSP(Delivery Service Pack)라고 불렀다.
셋째가 'GGWA(Get Genuine Windows Agreement)'다. 대량으로 윈도를 구매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인증을 통해 특정 PC에 설치된 윈도를 1회에 한해 정품으로 변경해준다. COEM처럼 PC를 업그레이드하면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가격은 FPP보다는 싸지만 COEM보다는 비싸다.
이밖에 윈도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가 있다. 바로 'RR(Rental Right)'이다. 현재 MS의 정책상 PC방은 윈도 라이선스에 추가로 RR 라이선스도 받아야 한다. RR 라이선스 비용은 20달러가 조금 넘는다.
PC방협동조합은 현재 MS가 가장 불리한 조건인 'GGWA+RR'만 PC방에 공급하고 있고, 다른 조건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 도입된 RR 자체가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MS의 일방적인 횡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MS는 'GGWA+RR'뿐만 아니라 'FPP+RR', 'COEM+RR'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OEM+RR'은 정책상 불법 윈도를 사용하던 PC방업주에게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RR은 윈도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국가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윈도8을 강매한다?
PC방협동조합은 MS측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윈도XP와 윈도7 공급을 끊고 게임과 호환성이 떨어지는 윈도8을 강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MS는 윈도8을 강매한 적은 전혀 없다며, GGWA를 통해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윈도XP, 윈도7, 윈도8 구분 없이 모두 정품으로 변경해준다고 밝혔다.
이밖에 PC방협동조합은 "MS가 RR 라이선스 기간이 PC에 귀속된다 해놓고 실제로는 2년마다 새로 구매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영세한 PC방업주가 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3년 판매한 XP PC방 라이선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매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가격에 윈도 라이선스를 공급해 PC방업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MS는 "RR 라이선스는 PC에 귀속되는 것이며 기간 제한은 없다"라며, "2년마다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XP 라이선스도 불법으로 규정한 적은 없으며, 단지 PC를 업그레이드한 경우 라이선스가 해지된다고 안내한 적은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애당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했다면 상경해 투쟁할 이유도 없거니와 MS,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또 다른 PC방협의회), PC방협동조합 삼자가 모여 윈도 라이선스 가격을 협상하던 도중 일방적으로 대화 중단을 선언한 쪽은 PC방협동조합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취재도중 누군가가 PC방협동조합원에게 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를 하나 입수했다. 월요일(18일)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에게 양도 양수할 수 있고 3번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윈도 운영체제를 17만 3,000원에 판매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국 MS사장과 PC방협동조합장이 만나 담판을 지었다는 내용의 문자다.
이 문자의 진의여부를 MS측에 묻자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라이선스 정책은 본사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며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집회를 개최했다고 해서 라이선스비를 할인해주면 제값 내고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한 이들을 역차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국 MS사장과 PC방협동조합장이 만난 사실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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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