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라면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까지 '전용'써야?

김영우 pengo@itdonga.com

스포츠스타의 경기도구는 그의 분신과도 같다. 테니스선수의 라켓, 골프선수의 클럽, 야구선수의 글러브가 대표적이다. 일부 스포츠스타는 자신의 후원사에서 제공하는 경기도구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후원사가 있음에도 자신만의 경기도구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 경기도구가 자신의 손에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e스포츠에 종사하는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의 전용 장비를 따로 정해두고 쓰는 경우가 많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대표적이며, 일부 프로게이머들은 헤드셋은 물론, 모니터까지 전용으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전용 제품들은 일반 제품과 자못 다른 특성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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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평범한 PC주변기기를 사용하더라도 경기 참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중에는 분명 '게이머용' 이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장비가 존재하며, 상당수의 게이머들이 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른바 '게이밍 기어'로 불리는 이들 장비에 대해 살펴보자.

키보드 – 동시 키 입력 가능하고 키 반발력이 적당한 제품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키보드의 대표적인 특성이라면 최대한 많은 동시 키 입력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만약 동시 키 입력이 2개까지밖에 되지 않는 키보드로 '피파온라인'을 플레이한다면 상단과 측면 이동 키를 누른 상태로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슛 키를 누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대다수의 게이밍 키보드는 최소 3~5개 이상의 동시 키 입력을 지원하므로 이런 문제가 없다.

동시 입력 키의 수 제한이 없는 이른바 '무한입력' 키보드도 있는데, 예전에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PS/2 규격의 포트를 사용하는 키보드에서만 무한입력의 구현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사들의 기술 개발로 인해 USB 포트 중에서도 무한 입력을 지원하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스틸시리즈의 '6GV2', 큐센의 'GP-K8000U'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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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키 입력 기능 외에도 키를 누를 때의 적절한 반발력 역시 게이밍 키보드의 조건 중 하나다. 키를 누르는 느낌이 가벼운 키보드를 선호하는 게이머도, 다소 뻑뻑한 키보드를 선호하는 게이머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반발력이 적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가볍게 눌리면서 손을 뗄 때는 신속하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키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키 하나하나에 개별적인 스프링 구조를 갖춘 기계식 키보드가 위와 같은 감각을 제공하는데,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흠이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연결 동작을 원터치로 구현할 수 있는 단축키를 갖춘 제품도 게이밍 키보드로 팔리고 있는데, 이런 기능은 공식 경기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경우가 많으며, 게이머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이밍 키보드는 케이블이 없는 무선 제품보다는 직접 케이블을 연결해서 쓰는 유선 제품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유선이 무선에 비해 신호 전달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마우스 – 감도 높고 무게 조절 기능 갖춘 제품이 대세

게임 플레이 시의 격렬한 마우스 동작을 빠짐없이 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센서의 감도가 중요하다. 일반 용도로 쓰는 마우스는 800DPI 이하의 감도도 충분하지만, 게이밍 마우스를 지향하는 제품은 최소 1,000 ~ 2,000DPI, 높게는 3,000 ~ 6,000DPI의 감도를 지원한다.

감도가 높을수록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빠른 손놀림이 필요한 게임일수록 고감도의 마우스는 필수다. 다만, 게임의 상황에 따라 고감도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감도 마우스 중 상당수가 사용 중 임의로 감도 모드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배틀필드' 같은 FPS 게임을 플레이 할 때 평소에는 고감도 모드로 쓰다가 스나이퍼 라이플을 사용할 때는 저감도 모드로 바꿔 플레이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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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우스 자체의 적절한 무게감 역시 게이밍 마우스의 필수 조건이다. 다만, 적절한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부 제품은 마우스의 무게를 사용자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무게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앱코의 '해커 GX 코어8 스나이퍼', 매드캣츠의 'M.M.O. 7' 등이 이런 기능을 갖췄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게이밍 마우스 중에도 무선 제품보다는 유선 제품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 역시 신호 전달 속도의 문제 때문이다.

헤드셋 – 음 분리 확실하고 섬세한 효과음까지 잡아내는 제품 유리

게임용으로 사용할 헤드셋을 고르는 기준은 음악용과 다소 다르다. 음악용이라면 저음의 웅장함과 고음의 강렬함이 얼마나 잘 표현되는 지가 중요하지만, 게임용은 이보다는 전반적인 표현력이 중요하다. 각종 효과음을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게임 중에 발생하는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쪽 채널에서 들려오는 음향이 얼마나 잘 분리되어 전달되는지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서든어택'과 같은 FPS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주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시야에서 벗어난 적의 위치를 짐작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그 발걸음 소리가 왼쪽에서 들리는지, 아니면 오른쪽에서 들리는지를 확실히 알아내려면 음 분리 성능이 뛰어난 헤드셋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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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외부 소음의 유입을 막고 헤드셋에서 출력되는 음향의 외부 유출 역시 차단할 수 있는 밀폐형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레이저의 '일렉트라', 스틸시리즈의 '시베리아' 등이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모니터 – 응답속도 높고 고정종횡비 표시 가능한 제품 선호

게임용 모니터는 무엇보다도 화면의 응답속도가 중요하다. 응답 속도가 느린 모니터는 격렬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잔상이 발생해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ms(밀리세컨드)로 표기하며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응답속도가 빠르다.

10여 년 전까지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던 CRT방식의 모니터는 거의 0ms에 가까울 정도라 응답속도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12년 현재 모니터 시장은 LCD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팔리고 있는 일반적인 LCD모니터는 5~10ms의 응답속도를 발휘한다.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은 이미 구시대 유물이 된 CRT모니터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LCD 모니터 중에서도 CRT 못지 않은 빠른 응답속도를 발휘하는 제품이 하나 둘 출시되고 있다. 일부 고급형 LCD 제품들은 제품은 2ms 이하의 빠른 응답속도를 발휘한다.

응답속도와 함께, 해상도와 상관없이 정확한 비율의 화면비를 표시하는 고정종횡비 표시 기능 역시 게이밍 모니터의 필수 기능 중 하나다. 최근 출시되는 모니터는 대부분 16:9의 와이드 비율 화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게이머들, 특히 FPS를 주로 즐기는 게이머들은 시선이 양쪽으로 분산되는 와이드 화면 보다는 면적당 표시 정보량이 많은 4:3 화면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와이드 모니터에서 4:3 화면의 콘텐츠를 띄우면 화면 전체가 양쪽으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화면의 비율이 왜곡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정종횡비 표시 기능이다. 이 기능을 가진 모니터는 와이드 화면에서 4:3 화면비의 콘텐츠를 실행하더라도 비율의 왜곡 없는 화면을 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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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아예 '게이밍 모니터'를 표방하는 제품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위에서 언급한 빠른 응답속도나 고정종횡비 표시 기능 등은 기본이고 'FPS모드', 'RTS모드' 등으로 조정하여 해당 장르의 게임에 최적화된 색감으로 화면을 조정해주는 기능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벤큐의 'XL2420T', 'RL2450HT'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특히 XL2420T 같은 제품은 게이머가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커다란 손잡이까지 갖췄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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