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테스트베드’ 사업,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성과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인공지능(이하 AI)나 로봇,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속속 현실화되어 우리의 삶을 바꾸는 중이다. 다만,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개발해 실효성을 검증하고 상용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돈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기술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와 관련,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는 새로 개발된 기술을 일부 공공 업무 현장에 시범적으로 적용해 성능 검증의 기회를 주는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당장의 수익 보다는 향후의 발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0년대초, 공공기관에서는 당시 생소했던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적잖게 도입해 운용하기도 했다. 민간 시장에서 충분한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이었지만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 꼭 필요한 분야였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 및 관련 사업은 최근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 산하의 창업촉진 및 기업성장 지원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의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이다.

이는 중소·스타트업을 포함한 서울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서울시정·도시문제 해결·시민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이 적용된 제품‧서비스를 모집해 실증할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선정된 기업 및 기술은 최대 12개월간 서울시 관련 기관에서 실증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실제로, 2022년도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 공고(3분기) 사업을 통해 기술 실증 기회를 제공받은 중소기업 중 하나인 킨스미디어(대표 손광석)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 출처=서울시청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 출처=서울시청

킨스미디어는 대단위 물류센터용 안전관리 솔루션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던 전문 업체다. 이들이 이번 실증사업에 이용한 솔루션은 ‘디지털 도면기술을 적용한 중대재해대응시스템’으로,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 중 하나인 마포구 성산동의 ‘문화비축기지’에 적용되었다.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석유비축기지로 이용하던 곳으로, 한때 일반 시민의 출입이 통제되던 시설이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문화 행사를 위한 야외 공연장, 시민 편의를 위한 카페 및 커뮤니티 센터, 그리고 과거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관 및 일부 석유비축 탱크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문화비축기지는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기에 안전관리 역시 중요하다. 다만, 14만제곱미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에, 기존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CCTV가 있다고 해도 이를 사람이 계속 지켜보며 통제 구역에 사람이 들어가는 지, 혹은 일부 시설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등을 신속하게 인지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에 킨스미디어가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을 통해 운용한 ‘디지털 도면기술을 적용한 중대재해대응시스템’은 디지털 도면을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주요 시설물 및 위험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기계적으로 모든 움직임을 구분 없이 감지하던 기존 동작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전 AI를 이용, 위험지역 내의 사람의 움직임만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림을 전달하는 기술 실증도 추가했다.

실증사업을 마친 ‘디지털 도면기술을 적용한 중대재해대응시스템’ / 출처=킨스미디어
실증사업을 마친 ‘디지털 도면기술을 적용한 중대재해대응시스템’ / 출처=킨스미디어

이번 킨스미디어 솔루션은 문화비축기지 T6 건축물 전체, 그리고 T6를 둘러싼 평지, 경사지 등의 대지에 적용되어 2022년 12월 31일부터 2023년 12월 30일까지 운용하며 실증을 거쳤다. 문화비축기지 T6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 및 커뮤니티 센터, 그리고 시설 관리를 위한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다.

킨스미디어 솔루션을 통해 중대재해 관리가 필요한 건축경계선 내의 모든 시설물(건축물, 구조물, 주차장, 부지 등)을 디지털 도면으로 변환, 담당자가 현장에서 유해·위험요인을 등록 및 조치 관리하고 책임자, 관리자 등은 웹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위험현황 상세, 시설점검현황 데이터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 / 출처=킨스미디어
위험현황 상세, 시설점검현황 데이터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 / 출처=킨스미디어

또한, 각종 관리 내용이 체계적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에 한층 개선된 안전관리 정책을 수립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를테면 어느 지점에 시민들이 자주 출입하는지, 혹은 어느 지점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 등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면 시설 개선이나 관리 방법 개선을 통해 안전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민간∙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업무 디지털화∙현대화의 기조에도 부합한다.

이번 SBA 실증사업을 진행한 킨스미디어의 손광석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안전관리, 물류시설관리 솔루션 등을 개발하며 기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실제 업무 현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한 이번 실증사업이 무사히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공공부문 안전관리 체계의 현대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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