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 미디어텍 제치고 AP 경쟁 우위에

[IT동아 차주경 기자] 퀄컴과 미디어텍은 세계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수 년 동안 격전을 벌였다. 처음에는 퀄컴이 압도적인 우위에 섰지만, 최근 2년간 미디어텍이 급격히 성장해 퀄컴의 지위를 위협했고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퀄컴은 10월 말 ‘스냅드래곤 8 3세대(Snapdragon 8 Gen 3)’를, 미디어텍은 11월 초 ‘디멘시티 9300(Dimensity 9300)’을 각각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각 기업의 상징이 되는 제품이자, 2024년 초 판매될 고급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급 제품은 판매량 비중을 견조하게 유지 중이다. 그래서 업계는 고급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의 수요가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왼쪽)와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 / 출처=퀄컴, 미디어텍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왼쪽)와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 / 출처=퀄컴, 미디어텍

공개 후 한 달이 지난 11월 말, 두 제품의 희비는 명확하다. 퀄컴의 우세다.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장착한 고급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한다. 반면,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은 좀처럼 세력을 넓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공개하며 중국 스마트폰 기업 여러 곳이 이미 이 제품 도입을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제품이 연이어 등장했다. 시작은 ‘이쿠(iQOO)’다. 이들은 11월 7일 공개한 신제품 가운데 최상위 제품인 ‘이쿠 12 프로(iQOO 12 Pro)’에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다.

‘리얼미(Realme)’도 12월 초 공개할 고급 스마트폰 ‘GT 5 프로(GT 5 Pro)’의 중앙처리장치로 일찌감치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GT 5 프로에 신형 이미지 센서와 잠망경 줌 렌즈 등 전문가용 카메라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 카메라의 성능을 발휘하는데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ZTE 누비아 레드 매직 9 프로 / 출처=ZTE
ZTE 누비아 레드 매직 9 프로 / 출처=ZTE

‘ZTE’는 게임 전문 스마트폰 ‘누비아(Nubia)’ 시리즈 신제품인 ‘레드 매직 9 프로(Red Magic 9 Pro)’에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 중앙처리장치를 넣었다. 강력한 연산 성능을 토대로 에어 팬과 공기 배관을 조합한 고유의 냉각 구조를 더해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를 매료할 예정이다. '에이수스(Asus)'도 게이밍 스마트폰 '로그 폰 8 얼티밋(ROG Phone 8 Ultimate)'에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장착할 전망이다.

‘샤오미(Xiaomi)’는 11월 공개한 고급 스마트폰 ‘레드미 K70 프로(Redmi 70 Pro)’의 중앙처리장치로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선택했다. 멀티 카메라와 게임 재생 성능을 높이려는 의도다. ‘메이주(Meizu)’도 곧 공개할 고급 스마트폰 ‘메이주 21(Meizu 21)’에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 중앙처리장치를 장착할 것이 유력하다.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선택할 스마트폰 제조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소니와 삼성전자도 그렇다. 이들은 매년 발표하는 주력 스마트폰에 퀄컴의 최신 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반면, 같은 기간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은 ‘비보(Vivo)’의 ‘X100 프로(X100 Pro)’에만 탑재됐다. 벤치마크(기기 성능 검증) 사이트에 따르면, ‘오포(Oppo)’도 최고급 스마트폰의 두뇌로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아직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의 도입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비보 X100 프로 / 출처=비보
비보 X100 프로 / 출처=비보

퀄컴과 미디어텍은 신제품 발표 직후 나란히 벤치마크 자료를 공개했다. 두 제품의 성능은 이전 제품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일부 항목에서 현존 최고 성능으로 인정 받은 애플의 A17 바이오닉까지 제칠 정도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퀄컴은 이 장점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순항했다. 오랜 시간 쌓은 스냅드래곤 고유의 상표 경쟁력도 활용했다. 반면,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은 스로틀링(중앙처리장치가 복잡한 작업을 할 때 발열을 줄이려고 성능을 제한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이전 제품처럼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조합해 만들었다. 이 때 고성능 코어의 동작 속도와 개수를 늘려 성능을 높였다. 반면, 미디어텍은 디멘시티 9300의 코어를 모두 고성능 코어로만 구성하는 강수를 뒀다. 이러면 성능은 좋아지지만, 모든 작업을 할 때 고성능을 사용하므로 발열과 스로틀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의 벤치마크 결과는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앞서지만, 운용 안정성은 다소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성능보다 균형을 선택하면서,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와 미디어텍 디멘시티 9300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져 양사의 점유율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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