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카카오의 SM인수전... 업계의 관심은 '팬덤플랫폼'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팬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서 팬덤 플랫폼의 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플랫폼에 연예인 등의 셀럽 채널을 입점시킨 뒤 팬들을 플랫폼에 록인시키면서 생기는 사업적 기회가 무궁무진해서다.

최근 SM엔터 인수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엔터의 경쟁에서도 “SM엔터의 자회사 디어유를 누가 가져가는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SM엔터를 인수하는 기업이 디어유의 팬덤 플랫폼 ‘버블’까지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팬덤 플랫폼은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 E스포츠 선수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팬활동을 하는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이곳에서 굿즈를 구매하거나 아이돌 등의 스트리밍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다.

팬덤 플랫폼에는 K팝 아이돌, 배우, 스포츠선수, E 스포츠선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입점할 수 있다. 꼭 K팝 아이돌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공연에 대한 수요가 팬덤 플랫폼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K팝 아이돌은 팬덤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며 팬들을 모았다. 스포츠 경기 관람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시기에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E스포츠 업계도 팬덤 플랫폼에 손을 뻗고 있다.

거대 팬덤 플랫폼의 탄생?

SM디어유의 버블
SM디어유의 버블

디어유의 버블은 연예인 등과의 채팅방을 통해서 메시지를 교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듯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1위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하이브)에선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보거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하이브 위버스
하이브 위버스

최근 엔터계와 증권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인 카카오엔터와 하이브의 SM인수전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건 디어유 버블의 향방이다. 하이브는 국내 1위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를 갖고 있다. 시장 점유율 2위인 SM의 버블을 손에 쥐게 되면 독보적인 팬덤 플랫폼을 소유하게 된다. 카카오엔터는 독자적인 팬덤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SM엔터의 버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팬덤 플랫폼의 성장 엔진은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팬덤 플랫폼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해당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SM의 버블은 2020년 2월 출시 후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유료 구독자는 170만 명이다. 국내 1위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작년 이용국가/지역만 245곳이며, 커뮤니티 누적가입자는 약 5400만 명에 달했다.

팬덤 플랫폼이 확보한 탄탄한 이용자 수는 다른 소속사의 가수 및 배우를 불러오는 유인이 된다. 많은 연예인 채널을 보유한 팬덤 플랫폼은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다. 성공한 팬덤 플랫폼은 성장 엔진이 멈추지 않는 사업과 같은 것이다.

엔터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팬덤 플랫폼을 통해 갖게 되는 자율성이다. 채널을 소유한 측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진다는 건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엔 팬을 관리하는 접점이 다음카페, 인스타, 네이버 브이라이브, 유튜브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스스로 정책을 설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카페에선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원하는 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하지 못한다. 다음카페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의 강신규 연구위원은 팬덤 플랫폼 보고서에서 “팬덤 플랫폼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엔터사로 하여금 오프라인 수익의 공백을 메우고 전에 없던 사업까지 펼치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

팬덤 플랫폼, IT솔루션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 중

팬덤 플랫폼 제작을 돕는 솔루션 '비스테이지'를 제공하는 비마이프렌즈에 따르면, 팬덤 플랫폼에 관심을 갖는 산업은 K팝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로 약진한 E스포츠 업계도 팬덤 플랫폼을 시작하고 있다. 비마이프렌즈는 팬덤을 보유한 산업이나 대상은 누구나 비스테이지와 같은 솔루션을 통해 팬덤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팬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스포츠 팬덤의 급성장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22롤드컵 결승전 동시 시청자수는 역대 최고인 515만 명을 기록했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BTS 콘서트 동시 시청자수의 242만 명인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E스포츠의 팬덤은 분산돼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도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마이프렌즈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즐기고 경기는 오프라인에서 관람하며, 굿즈를 사는 곳은 따로 있다. 팬들이 모이는 곳,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모두 다르다”고 했다.

비스테이지로 구축한 T1의 팬덤 플랫폼, 출처=비마이프렌즈, 출처=비마이프렌즈
비스테이지로 구축한 T1의 팬덤 플랫폼, 출처=비마이프렌즈, 출처=비마이프렌즈

이에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프렌차이즈 팀인 T1과 농심 레드포스, KT 롤스터는 비스테이지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라이브 스트리밍, 이커머스, 멤버십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직접 플랫폼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만든 팬덤 플랫폼은 국경을 따지지 않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농심 레드포스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208개 국의 팬을 대상으로 굿즈를 판매한다. 이렇게 플랫폼을 통해 굿즈를 판매하면 해외팬들은 결제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비마이프렌즈 관계자는 "비스테이지를 통해서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채널을 소유한 측이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이용 데이터를 갖게 되면 이를 분석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멤버십을 통해 팬 성별, 연령대 등의 정보와 이용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용자들이 어느 시간에 주로 활동하는지, 소비 패턴은 어떤지 등의 데이터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콘서트나 팬사인회를 언제 할지 등에 참고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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