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레디블룸 [3] 권오숭 킬사글로벌 “해외 시장 열쇠, 튼튼한 전략·현지 파트너”

[스케일업코리아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과를 알리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농식품을 넘어 ESG, 푸드 테크와 그린 바이오, 식품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스타트업의 성장사와 고민, 그리고 이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 레디블룸의 주요 상품은 단백질 그래놀라와 쉐이크다. 박규민 대표는 주요 소비자층인 여성을 위해 좋은 원재료를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상품의 단백질 함량은 높이고 당 함량은 줄였다. 상품 포장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ESG 요소까지 넣는 수완도 발휘했다.

박규민 대표는 스케일업코리아 팀과 함께 두 차례 스케일업을 거쳤다. 스케일업코리아 팀은 먼저 인터뷰로 레디블룸의 발자취와 성과, 장단점과 도전 과제를 알렸다. 이어 유통 업계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우리나라 주요 유통 채널에 진출할 때 유용하게 쓸 운영 지식을 전수했다. 박규민 대표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단백질 식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을 검증하고 개선할 전문가를 요청했다.

권오숭 킬사글로벌 법인장(왼쪽)과 박규민 레디블룸 대표. 출처 = IT동아
권오숭 킬사글로벌 법인장(왼쪽)과 박규민 레디블룸 대표. 출처 = IT동아

레디블룸의 해외 진출 전략을 점검하고 조언을 건넬 파트너로, 스케일업코리아 팀은 권오숭 킬사글로벌 법인장을 섭외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킬사글로벌은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돕는 기업이다. 풍부한 해외 진출 전략과 성공 경험, 무엇보다 믿음직한 해외 현지 파트너를 많이 가졌다.

숙명여자대학교 크로스캠퍼스 청파에 있는 레디블룸 본사에서 권오숭 법인장과 박규민 대표가 만나 해외 진출 전략을 주고 받았다.

권오숭 법인장 : 안녕하세요. 이전부터 그래놀라를 만드는 기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라놀로지, 레디블룸의 파트너이기도 한 리하베스트 등 관련 기업을 응원하며 친분도 가졌고요. 지난 스케일업 기사를 살펴보니 레디블룸은 이미 중국과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 중이던데, 진행 상황과 성과는 어떤가요?

레디블룸의 주요 상품 그래놀라. 출처 = 레디블룸
레디블룸의 주요 상품 그래놀라. 출처 = 레디블룸

박규민 대표 : 미국 시장에는 아마존을 통해 진출 예정입니다. 이제 막 담당자를 채용한지라 SEO(검색 최적화)도 아직 못 했어요. 11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식품 전시 행사 푸드 위크를 마무리하고 나서 미국 시장에서의 상품 판매 가격과 마케팅 전략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중국 시장은 파트너 기업과 함께 현지 총판 기업과의 계약을 마쳤어요. MOQ(최소 발주 수량)을 조율 중이고 폐쇄몰, 오픈 마켓 모두 노릴 생각입니다.

권오숭 법인장 : 레디블룸과 같은 소비재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오픈 마켓을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성과가 나는 속도가 느릴 거에요. SEO와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실망하고 해외 진출의 동기를 잃는 경우도 많아요.

따라서, 해외 진출 시에는 반드시 수요가 있는 곳에서 시장 조사를 먼저 해야 합니다. 해외 시장의 특징과 양상, 유행과 소비자 성향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완전히 달라요. 이 다른 점들을 잘 파악해서 제품의 상표와 성격, 포장과 소비자층, 광고 메시지를 알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레디블룸은 여성을 위한 단백질 상품군을 만드는데요, 우리나라 여성과 해외 여성의 성향 차이를 잘 분석해 다가가야 합니다.

시장 조사 이전에 꼭 필요한 것은 어떤 나라에 진출하느냐에요. 자기 상품이 잘 먹힐 만한, 상품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에 진출해야 합니다. 레디블룸이 미국과 중국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권오숭 법인장과 해외 진출 전략을 이야기하는 박규민 대표. 출처 = IT동아
권오숭 법인장과 해외 진출 전략을 이야기하는 박규민 대표. 출처 = IT동아

박규민 대표 : 미국, 유럽의 단백질 식품 시장을 조사했는데, 저희 제품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레디블룸 그래놀라가 영양 성분은 물론 상품 품질, 포장 외관에서 현지 상품을 앞선다고 판단했습니다. 레디블룸 단백질 쉐이크는 아예 아시아, 일본 시장에 공급을 가정하고 만든 제품이에요. 일본 여성들은 단백질 식품을 뷰티 식품으로 여겨요. 우리나라 식품이라고 하면 인기를 많이 끄는 면도 있고요. 그래서 밀크 티, 곡물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만들었어요.

저도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해외 시장 조사 방법을 알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구글 검색, 정부 기관의 보고서에서 정보를 얻거나 해외 소식에 정통한 지인에게 물었어요. 상품 기획에 도움이 될, 유용한 해외 시장 조사 방법은 무엇인가요?

권오숭 법인장 : 기본은 검색이나 정부 기관의 보고서를 참조하는 거에요. 그리고 레디블룸과 같은 식품 스타트업은 현지에서 샘플 테스트를 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합니다. 소비자의 반응을 즉시 아니까요. 현지에서의 샘플 테스트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수만에서 수십만 팔로어를 가진 현지의 중형 인플루언서를 찾아 제품을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 규모가 큰 인플루언서와 시장 조사를 하려면 현지의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와 시장 조사를 할 때 피드백 폼은 최대한 정밀하게, 여러 가지를 마련해야 합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요. 상품 자체는 물론 맛이나 식감, 포장의 선호도, 가격 매력이나 온오프라인 구입 편의 등 여러 가지를 묻고 답변을 받으세요.

박규민 대표에게 해외 진출 전략을 조언하는 권오숭 법인장. 출처 = IT동아
박규민 대표에게 해외 진출 전략을 조언하는 권오숭 법인장. 출처 = IT동아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상품과 마케팅 기법이 해외에서도 잘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변수가 정말 많기에 이에 따라 상품과 마케팅 기법을 조금씩 바꿔야 하는데, 샘플 테스트와 시장 조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해외 시장과 소비자의 정보를 알아야 현지화가 가능합니다. 현지화는 아주 중요해요. 상품과 마케팅 콘텐츠의 유형과 내용, 심지어 콘텐츠의 분량까지 현지의 특성에 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간혹 정말 생각지도 못한 규제, 현지 소비자들의 정서에 가로막혀 해외 진출이 막히는 일도 있어요.

박규민 대표 :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매력적인데요, 해외 인플루언서와 어떻게 접점을 만들면 좋을까요? 나아가 해외 시장을 분석, 조사하고 적확한 조언을 줄 파트너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권오숭 법인장 : 인플루언서라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주고받는데 익숙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이런 협업을 대부분 반겨요. 이 때 신경쓸 점이 있습니다. 상품 배송, 물류를 잘 챙겨서 인플루언서가 콘텐츠 제작에만 매진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매출보다는 현지에서의 샘플 테스트에 무게를 둔다고 강조하세요. 이후에 라이브 커머스 등 수익을 노릴 단계가 오면 그 때에는 인플루언서와 계약서를 주고받아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레디블룸 단백질 제품군 선물 세트. 출처 = 레디블룸
레디블룸 단백질 제품군 선물 세트. 출처 = 레디블룸

박규민 대표 : 조언 감사합니다. 한편으로는 해외 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 방법도 궁금해요. 관계자를 찾기 너무 힘들어요. 온라인 마케팅은 인플루언서와 함께 편다고 가정할 때,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접근 전략은 무엇일까요?

권오숭 법인장 :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꼭 현지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어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현지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의 목록을 만들고 전화나 메일로 접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 곳에 바로 입점하는 것도 좋지만, 처음에는 샵인샵 형태 운영도 권장합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우리나라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만, 이들은 연결점이자 접점 역할만 합니다. 결국 현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소통하며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레디블룸의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았다고 해도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꼭 레디블룸이 하는 거에요. 시장을 잘 모른다고 해서 현지 파트너나 정부 기관의 말만 믿고 휘둘리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레디블룸이 명확한 운영 원칙과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합니다. 일이 잘 풀려서 갑자기 현지 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진행하기는 어렵고, 놓치자니 아쉽고……이 때 미리 세워둔 전략과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주저하느라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방향성을 유지해 성과를 냅니다.

또 하나, 해외 사업을 할 때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파트너들도 있으니 꼭 주의하세요. 자료 하나를 보낼 때에도 NDA(비밀유지협약) 체결을 염두에 두세요. 규모가 큰 계약이라면 반드시 변호사와 협의해 내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 가운데 몇몇은 교묘한 독소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경우도 있어요.

해외 시장 분석차 태국 식품 박람회에 참가한 박규민 대표. 출처 = 레디블룸
해외 시장 분석차 태국 식품 박람회에 참가한 박규민 대표. 출처 = 레디블룸

박규민 대표 : 조언 고맙습니다. 그 밖에 레디블룸과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 진출 시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권오숭 법인장 : 지금 레디블룸은 투자 없이 자생 중인데요, 해외 진출 성과가 조금씩 난다면 SI(전략적) 투자 유치를 검토할 만합니다. 현지 식품 기업이 생산 공장을 세워 달라는, 혹은 OEM(주문자 생산 판매) 요청을 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 SI 투자로 대응하면 좋습니다.

SI 투자로 해외에 거점을 만들면, 레디블룸의 해외 자생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을 줄 거에요. 해외 진출 후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현지 파트너가 있다고 해도, 이들에게 사업을 일임하는 것보다는 레디블룸 스스로가 현지 거점과 운영 인력을 마련해 사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갑작스레 현지 파트너와 문제가 생기거나 운영 중 돌발 상황이 생겨도 대응 가능해요.

같은 의미에서,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비즈니스모델과 전략을 다각화해야 해요. 그래야 위험을 대비 가능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보세요. 비스니스모델과 전략을 하나만 가지고 가면, 이런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업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레디블룸과 킬사글로벌 스케일업 현장. 출처 = IT동아
레디블룸과 킬사글로벌 스케일업 현장. 출처 = IT동아

레디블룸과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많은 기회와 만납니다. 푸드테크는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에요. 레시피를 전수하는 것도 하고, 현지 기업이 만들지 못하는 식품을 연구 개발해 제공하는 역할도 합니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원료 특허도 차별성이 될 거에요. 레디블룸만이 가진 원료와 기술, 고유의 공정이 해외 기업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까요?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R&D입니다. 규모가 작아 R&D를 하기 어렵다면 국내외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도 고려해 보세요. 해외 진출 시 그 나라의 대학교와 함께 연구하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킬사글로벌이 해외 진출을 도운 기업 가운데에서도 현지 대학교와 R&D를 함께 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해외 진출은 ‘수출’이나 ‘장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넓은 시야로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을 알릴 명확한 포인트를 찾아내 알려야 합니다. 시장 경쟁이 심하고 상품 품질이 상향 평준화됐다면, 소비자를 분석하세요. 소비자의 한 계층을 매료하면, 자연스레 상품의 인기가 퍼지면서 새로운 소비자층과 시장을 이끕니다.

레디블룸과 킬사글로벌 스케일업 현장. 출처 = IT동아
레디블룸과 킬사글로벌 스케일업 현장. 출처 = IT동아

박규민 대표는 권오숭 법인장의 설명을 듣고 해외 진출 전략을 다듬었다. 이미 진출이 결정된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동남아를 포함한 다른 시장은 조사를 거쳐 천천히, 비즈니스모델과 상품의 완성도를 높여 진출 예정이다.

권오숭 법인장은 박규민 대표의 판단을 응원했다, 그럼에도 현지 시장 조사는 틈틈이,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라별 식품 시장의 특성과 공략 방법,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시 신경 써야 할 것을 조목조목 전수했다.

스케일업코리아 팀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스케일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의 성과를 모아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전문가 조언을 통해 스타트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소개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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