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R10+와 돌비 비전, 어느 게 더 활용도 높을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TV나 노트북을 구매하려다 보면 ‘돌비 비전’이니 ‘HDR10’이니 ‘HDR10+’니 하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될 겁니다. 돌비 비전, HDR10, HDR10+는 모두 HDR(High Dynamic Range) 규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HDR은 기존보다 더 넓은 명암 범위와 색상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HDR 지원 콘텐츠를 HDR 지원 기기에서 재생하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풍부한 명암비와 색상 표현을 체험할 수 있는 거죠.

HDR 규격은 이때 콘텐츠와 기기 사이에서 오가는 일종의 언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HDR 콘텐츠에는 HDR 효과 표현에 필요한 여러 정보가 담기는데, 이 정보를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기록하고 해석할지를 미리 약속해서 정해놓은 거죠. 그리고 이 정보를 얼마나 폭넓고 세밀하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HDR 효과 품질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현존하는 HDR 규격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건 HDR10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 구현하기도 쉬운 편이고, 오픈소스 기술이라 라이센스 비용이 없어 도입 문턱도 낮습니다. 반면 그만큼 한계도 명확한 편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HDR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나온 차세대 규격들이 HDR10+와 돌비 비전입니다. HDR10+는 삼성전자가 이끄는 UHD 얼라이언스가, 돌비 비전은 영상·음향 전문 업체 돌비가 이끌고 있죠. 두 규격은 마치 과거 VHS와 베타맥스가 비디오테이프 표준을 놓고 패권 경쟁을 벌였던 것처럼 경쟁 중입니다.

출처=돌비
출처=돌비

HDR10+와 돌비 비전은 모두 10비트 이상의 색 심도를 지원하고, 동적 메타데이터를 지원하는 등 HDR10보다 진보된 화질을 제공합니다. 기술적으로 따지면 돌비 비전이 12비트 색상까지 지원하는 등 여러모로 좀 더 폭넓은 확장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현존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두 규격의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사실 표준 규격 전쟁에서 기술적 사양보다 더 중요한 건 생태계 구축입니다. 해당 규격 지원 기기와 콘텐츠가 얼마나 다양하고, 접근성이 좋은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현재 HDR10+과 돌비 비전 중 더 충실한 생태계를 꾸리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요?

우위 선점한 돌비 비전, 점차 저변 확대 중인 HDR10+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은 HDR10+보다 돌비 비전이 좀 더 풍부한 생태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다만 지원 기기만 살펴보면 적어도 국내 기준으로 두 진영 사이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은데요. HDR10+는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규격이기 때문에 주로 삼성전자 제품에 많이 채택됩니다. 갤럭시 시리즈, 삼성전자 QLED TV와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돌비 비전은 애플과 LG전자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프로 등의 애플 기기와 LG전자 OLED TV가 돌비 비전을 지원합니다. 이외에 레노버, 에이수스와 같은 글로벌 PC 제조사들의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에서도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경우를 꽤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차이가 나는 건 콘텐츠 쪽입니다. 현재 국내 서비스 중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준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가 주요 콘텐츠에 돌비 비전을 지원합니다. 국내 OTT 중에서는 왓챠가 지난 2020년부터 일찌감치 돌비 비전을 지원 중이고요. 웨이브도 올해 초 돌비 비전 지원 기능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돌비 비전만 지원하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달리 국내 OTT는 HDR10+를 돌비 비전과 함께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삼성전자의 안방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가 HDR10+를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와 영화, 드라마 등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 OTT 중에서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정도만 HDR1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OTT보다 해외 OTT를 주로 이용한다면 아무래도 돌비 비전을 선택하는 편이 활용도가 더 높습니다.

게임 쪽에서는 돌비 비전의 우세가 뚜렷합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HDR10+도, 돌비 비전도 지원하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돌비 비전을 적극 지원합니다. 엑스박스 시리즈 S, 시리즈 X에서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데요. 콘솔 게임에서 차세대 HDR 규격을 이용하고 싶다면 사실상 엑스박스를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LG OLED TV 등의 디스플레이와 조합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HDR10+ 게이밍의 경우 아직까지는 이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갖춘 PC 환경에서만 활용할 수 있으니 아직까지는 그 활용도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돌비
출처=돌비

이렇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차세대 HDR 규격 전쟁은 돌비 비전의 승리로 기우는 모양새입니다. 지원 플랫폼도 콘텐츠도 돌비 비전이 좀 더 다양합니다. 다만 HDR10+는 이를 주도하는 삼성전자가 저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기대해 볼 여지는 충분합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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