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꾼 사진 문화, 거세지는 찬반 양론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이 사진을 찍고 수정하고 보관하는 '사진 문화'를 바꾼다. 덕분에 사람들은 한결 편리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즐긴다. 꾸준히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편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지나치게 간섭해 사진 고유의 묘미인 독창성과 창작의 즐거움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공지능은 이미 사진 문화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에는 피사체의 종류를 인식해 기준을 잡고, 이 기준에 따라 초점과 밝기, 색상을 알맞게 조절하는 인공지능 기술 ‘피사체·장면 인식’이 탑재됐다. 사람이나 동물은 눈동자, 자동차나 비행기는 몸체가 기준이다.

인공지능이 사진 속 사람의 얼굴, 눈동자를 알아내 자동으로 초점과 밝기를 조절한다. 출처 = 소니
인공지능이 사진 속 사람의 얼굴, 눈동자를 알아내 자동으로 초점과 밝기를 조절한다. 출처 = 소니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들 피사체를 찍으려면, 지금까지는 고급 카메라에만 탑재된 연속 촬영이나 피사체 추적 자동 초점 등 전문가용 기술을 복잡하게 설정해서 써야 했다. 이제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어떤 피사체든 손쉽게 사진으로 담는다.

사진을 찍고 분류, 보관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몫이다. 구글 포토(Google Photo)가 대표적이다.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 사진 분류, 보관’ 도구를 쓰면, 사진에 저장된 날짜와 위치 등 정보(메타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 분류한다. 특정 피사체, 즉 사람이나 여행지가 담긴 사진만 따로 골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사진은 온라인 공간에 저장되므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나누기도 쉽다. 사진 파일을 날짜별로 정리해 PC의 폴더에 보관하는 일, 하드 디스크나 DVD 등 이동식 매체에 저장해 보관하는 일은 옛 이야기가 됐다.

인공지능이 사진 속 특정 피사체나 배경만 지운다. 출처 = 삼성전자
인공지능이 사진 속 특정 피사체나 배경만 지운다. 출처 = 삼성전자

최근에는 ‘인공지능 사진 수정’ 기술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사진의 밝기와 색상을 수정하고, 나아가 특정 피사체를 지우고 흔들린 사진을 선명하게 해 주는 데까지 발전했다. 사진 수정 프로그램의 성능은 훨씬 강해졌다.

토파즈랩스(Topaz Labs)의 인공지능 사진 수정 기술은 사진의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없애면서 피사체의 윤곽은 그대로 유지한다. 사진이 흔들린 방향과 정도를 인공지능 분석해 이를 토대로 흔들림을 수정하는가 하면, 수백만 화소로 찍은 사진을 수천만 화소 상당의 고해상도 사진으로 바꿔준다.

엔비디아, 어도비시스템즈 등 인공지능 사진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발표한 기술도 놀랍다. 사진을 분석해 구름이나 나뭇가지 등을 자동으로 없애거나 더하는 기술, 사진의 일부만 보고도 피사체와 배경을 토대로 나머지 사진을 추론해 재현하는 기술, 사람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기술, 피사체의 그림자 위치를 분석해 움직이는 경로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했다. 모두 지금까지의 사진 수정 기술로는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인물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수정하는 모습. 출처 = 삼성전자
인물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수정하는 모습. 출처 = 삼성전자

사진 문화를 바꾼 인공지능을 보고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전에는 비싼 장비를 써서 오랜 시간 배워야 했던 사진 기술을 간편하게 쓸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우선 나온다. 흔들린 사진, 원하지 않는 피사체가 나온 사진, 너무 어둡거나 밝게 찍힌 사진을 수 초 만에 예쁘게 수정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인공지능에만 의존하면 사진의 중요 요소인 독창성과 창작성을 기를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의 구도나 색상이 틀어져도 그냥 수정하면 된다. 피사체나 배경도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자연스레 사진은 천편일률 비슷해진다.

윤리, 범죄 문제도 일어난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딥 페이크(가짜 인물 사진)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사진 수정 기술 때문에 사진 알리바이를 신뢰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스캠이나 피싱 등 디지털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도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인공지능이 윤리, 범죄 문제에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을 해결책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나 생태 사진가들은 여전히 인공지능을 비판한다. 사진은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해 온 수단이다. 인공지능은 여기에 사실이 아닌 거짓이 들어갈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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