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사양 PC를 20만 원으로 조립할 수 있을까?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만 원 조립PC 사건'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내용을 요약하면 게시물 작성자는 20만 원의 예산으로 조립PC를 만들어 달라는 지인의 요청에 최대한 가격에 맞는 사양으로 PC를 조립해줬다. 얼마 뒤 지인으로부터 최신사양으로 맞춰달라고 했더니 왜 옛날에 출시된 부품을 썼냐며 따졌다는 이야기다.

20만 원 조립PC 견적
20만 원 조립PC 견적

<게시물 작성자가 공개한 20만 원 PC 견적>

사실 PC 부품을 직접 구매해 조립해본 사람이라면 작성자가 20만 원의 예산으로 조립PC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인의 입장에서는 최신 부품을 장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당연한 이야기지만)출시한지 좀 지난 저가형 부품을 장착해 실망했을 것이다.

PC 조립
PC 조립

조립PC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같은 사양의 브랜드PC와 비교해 저렴하다는 것이지, 조립PC 자체가 저렴하다는 말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조립PC는 사용자가 구성한 부품에 따라 가격이 아주 저렴할 수도, 반대로 아주 비쌀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말 최신, 최고 사양의 조립PC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부품이 필요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고사양 PC 게임 구동

고사양 PC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크게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중요하다. 프로세서는 3D 그래픽의 뼈대를 만들고, 게임 속 인공지능을 담당한다. 그래픽 카드는 프로세서가 만든 뼈대 위에 살을 입혀 실물에 가깝게 만들고, 여러 화려한 효과를 담당한다. 여기에 고용량 메모리로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뒷받침하고, SSD처럼 빠른 저장장치를 부착해 로딩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스카이레이크
스카이레이크

필자가 선택한 부품은 6세대 코어 i7-6700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에이수스 H170M프로 메인보드, 메모리 16GB(DDR4, 8GB * 2), 기가바이트 지포스 GTX 980 그래픽 카드, 샌디스크 256GB SSD, 600W 파워 서플라이 등이다. 상기한 부품 가격은 약 160만 원이며 여기에 케이스를 포함하면 약 165만 원 정도다. 이 정도 사양이면 GTA5나 위처3 등의 게임을 풀HD 해상도(1,920 x 1,080)에서 아주 높은 그래픽 설정으로 구동할 수 있다.

견적서 1
견적서 1

온라임 게임 구동

온라인 게임은 PC게임과 비교해 요구 사양이 비교적 낮다. 따라서 성능이 뛰어난 플래그십 부품 대신, 중급~보급형 부품을 사용해도 비교적 높은 그래픽 설정으로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 SSD도 몇몇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게임 실행 시 로딩 속도를 줄여주는 점은 이점이지만, 여러 명의 사용자가 모두 로딩이 끝나야 시작할 수 있는 게임(예를 들면 FPS)이라면 자신만 로딩이 끝나서 다른 사용자를 기다려야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필자가 선택한 부품은 6세대 코어 i5-6600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에이수스 B150M 메인보드, 8GB 메모리(DDR4), 조택 GTX 960 그래픽 카드, 씨게이트 1TB HDD(7200RPM), 600W 파워 서플라이 등이다. 부품 가격은 약 79만 원이다. 검은사막,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 등 비교적 그래픽 품질이 우수한 온라인 게임에서 그래픽 설정을 중간~높음 정도로 맞춰도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낸다.

견적서 2
견적서 2

멀티미디어 감상 및 웹 서핑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 구동을 위해서는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모두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PC사용, 예를 들어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웹 서핑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정도는 그래픽 카드 없어도 된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세서에 있는 내장 그래픽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6세대 프로세서인 스카이레이크의 경우 4세대 프로세서 하스웰과 비교해 내장 그래픽 성능이 1.6배 정도 향상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내장 그래픽만으로 풀HD 해상도에서 100프레임 이상을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카이레이크와 하스웰의 내장 그래픽 성능 차이
스카이레이크와 하스웰의 내장 그래픽 성능 차이

<하스웰과 스카이레이크의 내장 그래픽 성능 비교>

이번에 선택한 부품은 아마도 20만 원 조립PC 사건에서 지인이 원했던 사양일 듯하다. 6세대 코어 i5-6600 프로세서, 기가바이트 H110M 메인보드, 4GB 메모리(DDR3, 4GB * 1), 마이크로닉스 350W 파워 서플라이, 도시바 500GB HDD 등이며, 가격은 약 44만 원이다. 만약 프로세서를 코어 i3나 펜티엄 등으로 교체한다면 부품 비용을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다만 체감 성능의 차이는 존재한다).

견적서 3
견적서 3

최고 성능의 게이밍 PC

사실 가장 먼저 소개한 140만 원 정도의 구성이라면 풀HD 해상도에서 대부분의 PC 게임을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게임에서 말하는 권장 사양은 '이 정도의 사양이어야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다'라는 의미지, 최대 성능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상도를 UHD 이상으로 높이고, 화면 주사율을 120Hz로 맞추고, 앤티 앨리어싱을 16배 이상 적용하고, 가시 거리를 늘리는 등 마음만 먹으면 그래픽 품질은 거의 무한대로 높일 수 있다. PC 성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뿐.

그렇다면 현존 최고 성능 조립 PC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필자가 선택한 부품은 6세대 코어 i7-6700K 프로세서, 에이수스 막시무스 VIII 히어로 메인보드, 32GB 메모리(DDR4, 8 * 4), 기가바이트 지포스 GTX 980 그래픽 카드 2개(SLI), 쿨러마스터 850W 파워 서플라이, 인텔 750 시리즈 SSD(1TB) 등이다. 현재 부품 가격은 약 450만 원이며, 여기에 냉각 성능이 비교적 좋은 케이스를 더한다면 10~20만 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

PICe 방식의 SSD
PICe 방식의 SSD

물론 이것보다 성능을 더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메인보드의 경우 향후 업그레이드를 대비해 20~30만 원 정도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그래픽 카드를 하나 더 추가해 3way SLI를 구성할 수도 있다. 조립PC는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니라 투자한 만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다. 따라서 용도에 맞게 예산을 적절히 책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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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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