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피부와 주머니 사정, 동시에 지킬 순 없을까?

남자는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다. 최근에는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를 뜻하는 ‘그루밍(grooming)족’이 트렌드가 될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겉으로는 “남자가 무슨 꽃단장을 하냐, 비누 하나면 되지”라며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터프가이일지라도, 아마 속으로는 두꺼워진 각질과 늘어난 주름살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심지어 남자들만 득실대는 군대에서도 “김병장과 이병장 중 누가 더 어려보이냐, 이 선택에 너의 군생활이 달렸다”며 쓸데 없는(?) 동안 경쟁을 벌이는 게 남자다.

남자 외모의 핵심은 단연 피부다. 피부만 깨끗해도 반은 성공한 셈이다. 꽃미남 연예인 치고 피부 나쁜 사람이 어디 있나. 최근 남자대학생들이 선정한 피부 미남 배우 정일우만 보더라도 그 흔한 여드름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자랑한다. HD 드라마는 배우의 땀구멍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던데, ‘해를 품은 달’에서의 그가 보여준 무결점 피부는 많은 남자들의 감탄과 질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물론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일우의 피부를 갖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으로 피부관리실을 다니는 것이다. 비용은 피부관리실 규모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20회에 200~30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주머니 사정상 도저히 안되겠다고? 그럼 매일 폼 클렌저로 세안을 하고, 스팀 타월로 수분을 보충하며, 피부 마사지와 스크럽에도 신경 써라. 아, 외출시에는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는 것도 잊지 말고, 주말마다 땡볕 아래서 즐기던 조기축구도 그만 두는 게 좋겠다. 이것도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술, 담배, 야식은 끊을 수 있나? 이 정도 비용과 시간도 희생할 자신이 없으면서 어떻게 감히 피부 미남을 꿈꾸는가. 예끼, 날도둑놈 같으니라고.

위에 나열한 방법보다는 효과가 덜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피부를 보호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바로 전자기기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특히 화장품으로 꽃단장하는 일이 자신의 남성성에 큰 상처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천상 남자’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최고의 피부 관리는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

남자의 피부는 여자의 그것보다 빠르게 노화된다. 선천적으로 수분 함유량이 낮고 피지 분비량이 많은 탓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외부 활동을 통해 자극에 노출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매일같이 얼굴에 칼을 대는 면도가 치명적이다.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면도를 중단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피부 자극이 적은 면도기를 써야 한다.

전기면도기는 크게 진동식과 회전식으로 나뉘는데, 이 중 원형 헤드가 회전하며 수염을 깎아내는 회전식 전기면도기가 피부를 덜 자극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회전식 전기면도기로는 필립스 면도기가 꼽힌다.특히 ‘아쿠아터치(Aquatouch)’라는 제품이 피부 보호에 특화됐다. 필립스측의 설명에 따르면 면도날이 피부 표면에 닿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깔끔하게 면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샤워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10~20만원 대다(사진은 아쿠아터치 AT890).

세안은 깨끗이, 물이 중요하다

세안은 피부 관리의 가장 첫걸음이다. 하지만 얼굴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노폐물은 제거하되 수분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뽀드득한 느낌이 좋아 비누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피부를 위해서라면 세안용 클렌저를 쓰는 것이 맞다.

세안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물이다.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은 금속물질을 다량 함유한 센물(경수)인데, 이 물을 그대로 사용하면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얼굴을 자극할 수 있다. 이 센물을 단물(연수)로 바꾸어 주는 기계가 연수기다. 연수기 제조사들에 따르면 연수로 세안하면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머리카락 사이의 찌든 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번 구입하면 가족 전체가 쓸 수 있어 유용하다. 현재 연수기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제품은 웅진코웨이의 ‘룰루 연수기’로, 천연 들국화 성분을 함유해서 더욱 부드러운 피부를 만들어준다. 일시불 판매가는 75만3,000원이고 렌탈료는 월 2만6,000원이다.

1주일에 한번은 각질 제거하자

사실 아무리 꼼꼼하게 세안을 한다고 해도 각질과 피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 각질과 피지는 피부를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에, 별도의 스크럽제품이나 필링제품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참고로 스크럽제품은 작은 알갱이가 피부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각질을 떼어내는 제품이고, 필링제품은 화학성분으로 각질을 녹여내는 제품이다. 양쪽 모두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에는 초음파 진동으로 각질을 분리해주는 전자기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소위 ‘삭피기’라고 불리는 이 제품들은 피부관리실에서 쓰는 기기를 가정용에 적합하도록 바꾼 제품으로,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각질을 제거해준다. 무엇보다 얼굴에 화장품을 잔뜩 바른 모습을 가족에게 들킬 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 하지만 자주 쓰면 피부에 자극을 준다는 것은 동일하다. 대표적인 삭피기로는 정훈기공의 ‘라벨르S’가 꼽힌다. 날을 얼굴에 대고 전원버튼을 누르면 초당 3만회 진동하며 각질을 분리한다. 가격은 10만원대.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