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이문규 munch@itdonga.com

그는 자신이 故‘스티브 잡스’가 된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다. 전문 심사위원단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의연하고 정확하게 답하며 자신들이 제안한 솔루션의 장점을 강조했다. 행사장 뒤 켠에서 물끄러미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본 기자는 취재 활동을 멈추고 문득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 이들이라면 차츰 위축되고 있는 ‘IT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는 이매진컵(Imagine Cup) 한국대표선발전을 지켜본 소감이다. 본 기자의 직속 후배도, 친(척)동생도, 일면식 조차 전혀 없는 그들이 정말로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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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 16세 이상의 고등학생/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세계 최대의 ‘IT올림픽’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매진컵은 올해 7월 6일부터 닷새간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9일, 30일 이틀에 걸쳐 한국대표팀이 최종 선발됐다. 지난 해 열린 2011년 이매진컵에는 전세계 183개국 35만 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이 중 73개국 129개팀, 약 500여 명의 학생들이 뉴욕 결승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선 대회에 출전하는 전 팀에게 외국 왕복 항공권 및 체류비 일체, 자사 키넥트 센서(동작 인식), 윈도폰, 창업 시 펀드 사용 기회 등을 제공한다. 또한 8개 시상 부문 우승팀부터 3위팀까지 25,000불(한화 약 2,800만 원)~3,000불(약 33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지급한다. 물론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우승 상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경험과 추억을 얻게 된다.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한국대표선발전에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 1, 2차 예선을 통과한 10개팀 40여 명의 학생들이 경합을 벌였다. 특히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으로만 구성된 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학생 선배들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고 의젓하게 자신들의 뜻을 발표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인상적이었다. 방청석에도 예상 외로 많은 수의 고등학생이 자리했다.

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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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2)

이번 대회의 주제는 ‘난제해결’이다. 전세계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창의적인 IT 기술로 해결한다는 모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각종 기술 및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과 솔루션이 소개됐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센서를 이용한 자세 교정 의자, 윈도 마우스 코드를 센서에 인식하여 눈 깜빡임 만으로 PC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애우용 소프트웨어, Azure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벌꿀 양봉 모니터링 솔루션(이상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 부모와 자녀를 스마트폰으로 연결시켜 미아 발생이나 위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로드킬(Road kill, 도로에 뛰어든 동물을 들이 받는 사고)로 죽어가는 캥거루를 보호하는 스마트폰 게임, 두 명의 고등학생이 개발한 현대인 우울증 치료 앱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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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4)

이들 참가 팀은 15%의 사전 심사와 80%의 현장 프리젠테이션(질의 응답), 그리고 5%의 현장 청중평가단 500명(문자 투표)의 평가에 따라 점수가 책정된다. 참가 학생들의 자연스럽고 의연한 프리젠테이션 모습에 순간 발표 내용에 빠져 들었고, 3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들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도 거침 없이 답변하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냈다. 물론 자신들의 작품이 아직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냉철한 지적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학생다운 패기도 보여줬다.

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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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5)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오랜 시간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 팀은 물론이고 청중평가단 등 약1,000여 명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저녁 6시께 기다리던 시상 수순이 되자 장내는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도 그토록 당당하던 참가 팀원들도 시상을 기다리는 순간만큼은 긴장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 대상의 영광은, 사라져 가는 꿀벌을 일반인들도 쉽게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렛잇비(Let It Bee)’ 팀에게 돌아갔다. 이에 따라 렛잇비 팀은 오는 7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이매진컵2012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됐고, 월드파이널 진출 연구지원금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키넥트 센서를 비롯 다양한 멘토 세션을 지원 받는다.

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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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6)

한편 윈도폰 부문에서는, 자녀의 위치를 추적하여 미아를 방지할 수 있는 ‘링클(Linkle)’ 프로그램을 출품한 ‘노리터(Noriter)’ 팀이 대상을 수상했다. 본 기자는 개인적으로 좌우눈 깜빡임을 통해 지체장애우들도 PC를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키보드 입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시리얼(See Real)’ 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몇 개월 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이 자리까지 그들에게는, 이번 이매진컵이 자신들 인생의 한 시점에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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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7)

참고로 지난 10년간 이매진컵 세계 대회에 참가한 한국팀의 수상경력도 화려해 이들 본선 진출팀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작년 2011년 미국 대회에서는 윈도폰 7 부분 세계 1, 2위, 2010년 폴란드 대회에서는 차세대 웹 부문 세계 1위, 2009년 이집트 대회에서는 임베디드 부문 아시아 최초 세계 1위, 200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단편 영화 부문 세계 1위 등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이매진컵을 통해 ‘IT 강국’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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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8)

한편 이날 한국대표선발전에는 이매진컵 게임 디자인 부문 총괄 담당인 마이크로소프트 앤드류 파슨(Andrew Parsons) 씨와 마이크로소프트 e러닝 부문 매니저인 러츠 지옵(Luts Ziob) 씨,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임스 우 사장도 직접 참석하여 참여 학생들을 독려했다.

시상식까지 마친 행사장은 하루 내내 팽팽했던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참여 학생들끼리 서로 웃고 얘기하고 떠드는 사교의 장으로 변했다. (그들에 비해) 오래 전에 대학을 졸업한 본 기자는 그들의 밝은 웃음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IT 산업 미래도 그와 같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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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의 미래, 그대들에게 건다 - MS이매진컵2012 한국대표선발전 (10)

이매진컵 행사장을 빠져 나오며 본 기자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 학교 다닐 때는 왜 이런 행사가 없었을까(있었는데 몰랐나...)’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2012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imaginecup.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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