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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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1)

로봇청소기가 등장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2001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의 ‘트릴로바이트’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기능과 가격 모두에서), 2002년 미국 아이로봇의 ‘룸바’가 로봇청소기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아직 진공청소기에 비해서는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업계에서는 2015년에 로봇청소기 세계시장 규모가 5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들도 이 블루오션을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부터 로봇 전문 중견기업들까지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이 내놓은 로봇청소기는 외산제품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는 성능을 자랑했고,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로봇 전문 기업 유진로봇(www.yujinrobot.com)이다.

유진로봇은 2005년 국내 최초로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를 출시했다. 이후 ‘아이클레보 큐’, ‘아이클레보 리튬’, ‘아이클레보 프리’, ‘아이클레보 알파’, ‘아이클레보 스마트’ 등 기능을 향상시킨 후속 기종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했다. 비록 지금은 대기업들의 자본공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성능이나 가격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진로봇이 22일 서울팔레스호텔에서 공개한 신제품 ‘아이클레보 아르떼’는 유진로봇의 노하우가 집약된 야심작이다. 얼핏 보기에는 전작인 아이클레보 스마트와 별 차이 없지만, 내부 부품은 완전히 ‘갈아엎었다’는 게 유진로봇의 주장이다. 덕분에 현존 로봇청소기 중 최초로 2cm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됐으며, 내부 최적화를 통해 배터리 지속 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두께도 줄었고 아르떼(Arte)라는 이름에 걸맞게 디자인도 개선됐다. 유진로봇 영업본부 김영재 상무는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테스트 결과 현존하는 로봇청소기 중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턱, 넌 어디까지 넘을 수 있니

로봇청소기는 집안 전체를 완벽히 청소하지는 않는다. 방 입구마다 설치된 문턱을 잘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청소기를 사용할 때는 구역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고, 이 구역을 넘지 않도록 문턱이 있는 곳에 센서가 달린 ‘가상벽’을 놓는다. 물론 대부분의 로봇청소기에는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문턱 모드’라는 것이 있는데, 이 문턱 모드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로보킹’은 최대 1.5cm를, 삼성전자의 ‘탱고’는 최대 2cm를, 마미로봇의 ‘세비앙’은 최대 1.5cm를 넘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넘을 수 있는 높이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다소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아이클레보 아르떼의 문턱 모드는 최대 2cm다. 숫자만 봐서는 경쟁제품에 비해 조금 높거나 동일한 수준이지만, 유진로봇측은 진짜로 2cm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소위 ‘뻥튀기’한 성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유진로봇은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쟁사 제품과 아이클레보 아르떼로 문턱 테스트를 시연했다.

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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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2)

시연 결과, 경쟁사 제품은 1.5cm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멈췄다. 하지만 아이클레보 아르떼 역시 2cm를 완벽하게 넘나들지는 못했다.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했더니 일부는 2cm의 높이까지 무난히 넘었지만, 일부는 1.5cm의 문턱에도 걸려서 작동을 중지했다. 아이클레보 아르떼가 2cm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항상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봇청소기도 이제 디자인 시대

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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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마의 벽 2cm를 넘다 (3)

디자인은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밋밋한 단색이었던 전 기종과는 달리, 제품 상단을 검정색 빗살무늬나 수묵화 느낌의 일러스트로 꾸몄다. 유진로봇 신경철 대표는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한국식 마루바닥이나 카펫, 러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 백색가전에 휘몰아쳤던 ‘데카르트 마케팅’의 연장선인 셈이다. 데카르트 마케팅이란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의 합성어로,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작품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디자인은 특이하게도 육각형 모양이다. 유진로봇에 따르면, 로봇청소기의 천편일률적인 원반 모양에 싫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외관을 얼핏 봤을 때 육각형으로 보일 수 있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통해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제 제품은 여전히 원반 모양이다.

제품 두께는 8.9cm로, 전작인 아이클레보 스마트에 비해 1.1cm 가량 얇아졌다. 이는 유럽가구 표준인 10cm보다 낮다. 유진로봇 신경철 대표는 “딱 10cm였던 아이클레보 스마트가 가구 아래를 통과할 때도 있고 통과하지 못할 때가 있어 유럽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했다”며 “소파나 침대 밑도 문제 없이 청소할 수 있도록 높이를 더 낮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려

유진로봇은 자사의 로봇청소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다.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리튬이온 배터리가 좋은 점은 메모리효과(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충전했을 때 전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가 없다는 것. 따라서 배터리 교체 주기가 길다. 단점은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단가가 높다는 것인데, 유진로봇은 “교체 주기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낮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니켈수소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약 6개월로, 1년에 2번 교체를 실시하면 15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A/S 비용이 8만 원이지만,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배터리 사용시간도 160시간으로 늘어났다.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지만, 내부를 최적화해 배터리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유진로봇은 A/S 무상 보증 기간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이는 유럽 보증 기준과 동일하다. 신 대표는 “경쟁사 제품의 국내 무상 보증 기간은 보통 1년인 것에 비해, 아이클레보 아르떼 무상 보증 기간은 업계 최초로 2년”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몇 번의 리뷰를 통해, 아이클레보의 성능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효율적으로 청소 동선을 계산하는 스마트 비전 맵핑 방식이나 장애물 인식 기능은 업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번 제품은 디자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아이클레보의 장점 중 하나인 가격경쟁력(출고가 64만9,000원)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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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후발주자인 대기업들의 대규모 광고 공세에 밀려 국내 점유율을 크게 내줬다는 것. 해외 시장에서는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유진로봇 역시 이 부분이 고민이다. 신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런 아쉬움이 잘 나타났다.

“천호식품처럼(남자에게 정말 좋은데…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광고라도 해야할까봐요.”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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