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김영우 pengo@itdonga.com

전문가들의 DSLR 카메라라면 ‘플래그십’급과 ‘하이앤드’급으로 나뉜다. 플래그십급이라면 해당 제조사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제조사가 가진 기술력과 자본력을 모두 쏟아 부은 제품이다. 당연히 성능도 막강하지만, 가격 역시 어지간한 중고차 한 대 수준(600만 원 가량)이라 아무리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캐논에서는 ‘EOS 1D’ 시리즈가 이에 속한다.

때문에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플래그십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하이앤드급이다. 이런 제품들은 300 ~ 4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팔리며, 플래그십급에 비하면 약간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인 중급형보다는 월등하다. 그리고 제품의 무게나 크기가 플래그십급에 비해 한층 작고 가벼운 편이라 기동성도 있다. 캐논은 ‘EOS 5D’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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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1)

캐논의 5D는 2005년에 처음 출시 당시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플래그십급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풀프레임’을 하위급에도 처음 적용, 경쟁사들의 동급 제품에 비해 한층 우수한 화질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디지털카메라는 이미지센서로 받아들인 영상의 주변을 잘라낸 뒤 확대해 표시하는 ‘크롭’ 방식을 쓰므로 필연적으로 화질저하가 발생한다. 하지만 풀프레임 카메라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화질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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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2)

5D 시리즈는 2008년에 후속모델인 ‘5D Mark II’로 이어지며 변함없이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오두막’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였다. 특히 5D Mark II에 추가된 풀HD급 동영상 촬영 기능이 큰 호평을 받았는데, 이를 이용해 전문적인 동영상 촬영 작업에 사용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2012년 3월 15일, 캐논의 한국 내 카메라 사업을 당당하고 있는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출시 행사를 열고 5D 시리즈의 최신작인 ‘EOS 5D Mark III’를 발표했다. 가격은 429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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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3)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일본 캐논의 신보리 켄이치 사업부장은 5D Mark III의 가장 큰 특징은 고화질과 빠른 속도, 그리고 쾌적한 활용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5D Mark III의 화소수는 2,230만으로, 단순히 수치만 봐서는 기존 5D Mark II의 2,110만 화소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빛을 받아들이는 마이크로렌즈 사이의 간격을 없애 선명도 저하나 노이즈 발생을 최소화했으며, 기존 DIGIC 4 대비 약 17배 처리 능력이 향상된 DIGIC5+ 이미지 프로세서의 탑재로 인해 연사 능력도 초당 3.9장에서 초당 6장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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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4)

실제로 이번 행사장에서는 공개된 5D Mark III의 촬영 이미지를 살펴보니 ISO 12800의 초고감도 상태에서도 아주 자세히 보지 않고는 노이즈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이보다 2배인 ISO 25600 상태의 촬영 이미지 역시 인터넷 업로드용 정도의 용도로 쓰기엔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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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5)

이는 동영상 촬영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로, 외부 조명의 도움 없이 고감도로 야경을 촬영한 결과물에서, 기존의 5D Mark II는 ISO 12800 상태에서도 적지 않은 노이즈 및 화질 저하가 눈에 띄었지만, 5D Mark III는 ISO 25600 상태에서도 오히려 노이즈 발생이 더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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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6)

이와 함께, 총 61개나 되는 측거점(초점영역)을 갖추고 있어, 화면에 표시되는 대부분의 타겟에 정확히 초점을 맞춰 선명한 이미지를 찍을 수 있다. 이는 작년 말에 출시된 캐논의 플래그십 제품인 ‘1DX’와 대등하며, 경쟁사의 플래그십 제품과 비교하면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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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7)

그리고 기존 5D Mark II의 동영상 기능은 전반적으로 호평받긴 했지만, 연속으로 녹화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점, 그리고 모아레 현상(화면 일부에 떨림이 발생)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후속작인 5D Mark III는 연속으로 녹화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2분에서 29분 59초로 길어졌으며, 복잡한 구조의 이미지를 촬영하거나 움직이면서 촬영해도 모아레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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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8)

그리고 이번 행사장에서는 5D Mark II 외에도 ‘EF 24-70mm F2.8 L II USM’ 표준 줌렌즈, 그리고 ‘EF 24mm F2.8 IS USM’과 ‘EF 28mm F.2.8 IS USM’ 단렌즈도 공개되었다. 이들 제품 모두 F2.8의 우수한 조리개 수치를 가지고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이미지의 촬영이 가능하며 특히 단렌즈 2종은 IS(손떨림 보정 기능) 기능도 탑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한때 고급형 카메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DSLR 카메라가 최근 들어 컴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특성을 모두 추구한다는 미러리스 카메라에게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00만 원 대 이하의 일반인 소비자 중심의 이야기다. 이보다 가격대가 높은 전문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DSLR 카메라는 여전히 높은 선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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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한 5D Mark III는 하이엔드급 DSLR 카메라 시장에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캐논의 의지일 것이다. 전작이 워낙 인기 있던 물건이었기 때문에 후속모델을 발표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5D Mark III의 성능이나 기능 등을 살펴보면 단순히 전작의 개량 모델이라고 하기엔 변화의 폭이 제법 크다. 일부 성능은 플래그십급 제품에 필적할만해서, 혹시나 ‘팀킬’ 제품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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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두막’ DSLR, 캐논 EOS 5D 마크 III 등장 (10)

여담으로, 이날 발표회장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캐논은 제법 강렬한 기념품을 증정했다. 다름 아닌 EF 24-70mm F2.8 L II USM이다. 이 렌즈의 가격은 100만 원을 넘는데, ‘이런 뇌물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렌즈치고는 무게가 너무 가벼웠다. 상자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EF 24-70mm F2.8 L II USM ‘CUP’이라는 글자가 써있었다. 이건 렌즈가 아니라 렌즈 모양의 ‘컵’ 이었다. 당혹감과 약간의 기대감은 단숨에 사라졌지만, 대신 유쾌한 기분이 가슴을 채웠다. 이런 센스 있는 기념품, 나쁘지 않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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