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좀 쥐어드려야겠어요

김영우 pengo@itdonga.com

요즘은 어딜 가나 스마트폰 홍수다. 폴더나 플립형의 피처폰(일반 휴대폰)은 멸종 위기에 처했고, 한때 제법 잘 나가던 풀터치형 피처폰도 언제 신제품 나온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 바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이른바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제품 선택 기준이나 사용패턴 등이 보수적인 편이다. 듀얼코어니 4G니 하는 신기술에도 그저 무덤덤하시다. 젊은이들은 2년 이상 같은 폰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기 드물 정도로 제품 교체 주기가 짧지만, 어르신들은 한 번 손에 익은 제품을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 사용기간 5년은 보통이요, 10년 정도는 같은 폰을 유지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르신들을 앞으로도 스마트 시대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할 수도 없는 노릇. 무엇보다 요즘 출시되는 폰이 대부분 스마트폰 이다 보니, 일부러 기능이나 성능 등이 (스마트폰보다) 떨어지는 구형 피처폰을 찾아 제값 주고 사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르신들에게도 슬슬 스마트폰을 쥐어드릴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의 종류가 많긴 하지만, 절대 다수의 제품들이 젊은이들을 주 타겟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절에는 글자 크고, 화면 크고, 기능 단순한 ‘효도폰’, 혹은 ‘실버폰’이 종종 나왔지만 스마트폰 중에 이런 제품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고려하며 꼼꼼히 따져보면 어르신들도 제법 쓸만한 스마트폰이 있다. 이런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할 뿐이다. 한가지 더 필요한 것은 이런 제품을 어르신들에게 추천해드린 후에 반드시 이어져야 할 젊은이들의 투철한 사후서비스(사용법, 주의사항 등을 알리는 과정) 정신이다. 지금부터 어르신들을 스마트하게 만들어드리기 전에 꼭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알아보자.

조건 1 - 4인치 이상의 큰 화면은 기본

어르신들은 작은 글씨를 읽는데 애로사항이 많으므로 화면 크기를 중시한다. 피처폰 시대에는 2.5인치 이상만 되도 대화면 취급을 받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화면이 전반적으로 커져서 이젠 4인치 정도는 기본이다.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 4인치 이하의 제품도 많은데, 이는 일단 우선순위에서 미루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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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행히도 ‘갤럭시S2’, ‘옵티머스 빅’ 같은 4.3인치 화면을 탑재한 제품이 흔하고, 4G 시대에 접어들면서 ‘옵티머스 LTE’나 ‘베가 LTE’ 같은 4.5인치 화면 크기의 제품도 대거 등장했다. 이 외에 ‘갤럭시 노트’나 ‘베가 No.5’처럼 5인치를 넘는 제품도 있긴 하지만, 너무 큰 화면의 스마트폰은 휴대성이 낮아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

조건 2 - 물리적 입력방식이 충실한 제품에 주목해야

시중에 팔리고 있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터치 입력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전처럼 ‘꾹꾹’ 누르는 물리적인 버튼이 거의 없으니, ‘톡톡’ 터치하는 입력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르신들 입장에선 달라진 입력방식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눌러도 누르는 느낌이 들지 않아, 잘못된 입력을 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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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드로이드폰 같은 경우에는 하단에 3~4개의 버튼이 있는데, 이것이 터치 입력방식일 경우 가장자리 부분을 만지다가 원하지 않는 버튼이 눌리기도 한다. 이처럼 터치 입력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웬만하면 물리적 버튼을 탑재한 제품을 추천하자. ‘아이폰’ 시리즈는 주 화면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에 물리적 입력방식을 도입했으며, 안드로이드폰 중에도 ‘옵티머스 마하’처럼 물리적 버튼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제품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조건 3 - DMB 기능 선호, 되도록이면 안테나 내장 모델로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에 탑재한 프로세서의 데이터 처리 능력 같은 ‘성능적인 요소’보다는 ‘부가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DMB 기능을 무척 선호하신다. 하지만, DMB 기능이 국산 제품에는 대부분 탑재되어 있지만, 외산 제품에는 없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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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가지 더 염두 할 점이 있다. DMB 스마트폰 중에는 안테나를 내장한 모델이 있는가 하면, 별도로 외장안테나를 꽂아야 하는 모델이 있다. 아무래도 외장안테나 사용 모델은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니 되도록이면 내장안테나 모델로 고르자.

조건 4 - 쓰기 편한 카메라 기능(셔터 버튼, 플래시 등)도 중요

DMB 기능만큼이나 어르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카메라 기능이다. 물론 젊은이들 역시 카메라 기능을 중시하지만, 이를 대하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화소수나 다양한 연출 기능을 중시하는 젊은이들과 달리, 어르신들은 얼마나 쉽게 촬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편의성을 우선시한다.

사진 촬영의 편의성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물리적인 셔터 버튼의 유무다. 현재 팔리고 있는 스마트폰의 상당수는 별도의 셔터 버튼이 없어서 카메라 앱을 실행한 뒤 터치 스크린 상에 뜨는 가상 셔터 버튼을 눌러 사진을 촬영한다. 익숙해지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르신 입장에선 이조차도 어색하고 번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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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셔터 버튼이 있는 카메라는 이 버튼만 누르면 카메라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다시 한번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이런 직관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선호한다. 이와 함께,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한 플래시 기능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보자.

어르신들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이니, 대용량 메모리니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요소보다, 이렇게 확실히 눈에 보이는 기능적인 요소에 환호하는 법이다.

조건 5 - 문자 타이핑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필기인식 기능

상당수의 어르신들이 문자를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처폰에서 자그마한 키패드를 누르며 문자를 찍는 것도 고역인데, 풀터치 방식의 자판에서는 문제가 더 심하다. 자판 크기가 키패드보다 더 작고 누르는 느낌이 없어 오타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 때문에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음성 인식 기능 등의 활용을 권할 수도 있겠지만, 인식 오류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기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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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르신들에게는 화면에 글자를 직접 하나하나 쓰면서 입력할 수 있는 필기인식 기능의 활용을 권장해보자.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상당수의 안드로이드폰은 필기 인식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문자를 입력할 때 키보드 모드로 전환만 하면 된다. 간혹 이 기능이 없는 제품이라면 ‘디오펜’과 같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설치해 주면 된다.

조건 6 - 스마트폰 구매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은 필수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어르신들이 쓰기에 좋은 스마트폰을 장만해드렸어도, ‘알아서 쓰세요’라며 방치하면 이보다 무책임한 것이 없다. 최소한 어르신들이 쓰기에 적합한 앱을 설치해 바탕 화면에 쓰기 좋게 배치하고, 벨소리나 바탕화면, 네트워크 등의 초기 설정을 해드려야 한다. 그리고 몇 번 쓰지도 않을 다양한 기능을 전부 설명하기 보단, ‘전화를 걸고 받을 때는 이렇게’. ‘문자를 보낼 때는 이렇게’, ‘사진을 찍고 확인할 때는 이렇게’ 하는 식으로 필수 기능 사용법만이라도 확실하게 알려드리도록 하자. 이에 어르신이 익숙해진 후 추가적인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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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후에도 어르신들은 한번 가르쳐 드린 기본적인 사용법 등을 다시 알려달라고 하실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짜증내지 말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드려 확실한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유도하자. 이것이 바로 스마트 시대의 효도다. 참고로 LG전자는 어르신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바탕화면의 아이콘의 크기를 키우고, 필수 기능만을 강조해 표시하는 ‘이지 홈’이라는 기능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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