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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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로봇 전문 기업 유진로봇(www.yujinrobot.com)이 새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를 선보였다. 천장과 벽면을 촬영해 청소 위치를 인식하는 비전(vision) 방식의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샴페인실버’의 후속작이다. 사실 제품 색상과 디스플레이 일부분이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아이클레보 스마트 샴페인실버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후속작이라고 부르기 조금 민망한 게 사실이다. 성능보다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얼마 전 IT동아는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리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카메라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아내는 청소 알고리즘이 대단히 인상적이었기에 ‘시퍼렇게 눈 뜬 로봇청소기’라는 별명을 지어줬던 기억이 난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review/5641). 하지만 이번 제품에는 다른 별명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는 ‘분홍빛으로’ 눈 뜬 로봇청소기니까. 로봇청소기 중 가장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를 살펴보도록 하자.

핑크의 유혹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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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에는 여성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여자 아이들 중에는 유독 분홍색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는 전 세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왜 분홍색은 ‘여자 색깔’일까? 여자 아이에게 분홍색 옷을 입히고 남자 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입히는 사회 통념에서 생긴 학습 효과라는 의견도 있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색과 질감에 민감한 망막 세포가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선사시대부터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채집을 담당했기 때문에, 여성이 잘 익은 과일의 분홍색에 끌리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분홍색에 열광하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기업들은 분홍색 제품으로 여성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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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는 ‘스마트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최근 로봇청소기가 혼수 가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우리 나라에는 ‘바람’과 관련된 가전 제품은 혼수로 준비하지 않는 미신이 있지만, 유독 청소기는 예외다) 혼수를 준비하는 쪽은 대부분 예비신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성능도 좋고 색상도 예쁜 로봇청소기에 더 눈이 가기 마련이다. 신혼집을 핑크빛으로 꾸미려는 예비신부에게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는 매력적인 혼수품목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가 신혼부부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미혼 남성에게도 분홍색 로봇청소기가 어울릴 수 있다. 집안을 온통 분홍색으로 꾸민다면 케이블 TV 방송인 ‘화성인 바이러스’에 ‘핑크남’으로 출연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홍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누가 봐도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면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는 분홍색 모자, 분홍색 티셔츠, 분홍색 바지를 입고 거리를 나섰을 때의 사람들의 시선과 모노톤의 정장에 분홍색 와이셔츠로 포인트를 줬을 때의 사람들의 시선 차이와 비슷하달까.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를 쓴다고 자신의 남성성이 훼손될 일은 절대 없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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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디스플레이의 청소모드 표기가 AUTO, CARPET, MOPPING, CLIMB 등 영문에서 네비, 자동, 물걸레, 문턱 등 한글로 바뀌긴 했다. 기왕 바꾸는 김에 ‘MODE’나 ‘TURBO’ ‘INFO’까지 전부 한글화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상단의 카메라, 디스플레이, 조작버튼 위치와 측면의 장애물 감지 센서, 실리콘재질의 범퍼는 기존 제품과 동일하다.

청소기가 아니다, 로봇이다

“아이클레보는 청소로봇이다. 하지만 로봇청소기라는 말이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로봇청소기라고 부를 때가 있다.”

아이클레보 관계자의 말이다. 청소로봇이나 로봇청소기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제품의 정체성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커피우유와 밀크커피가 완전히 다른 분야에 속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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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 다른 로봇청소기를 모두 로봇청소기라고 부른다고 쳐도, 아이클레보 스마트는 청소로봇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인공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반 로봇청소기는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반복해서 지나가는 반면, 아이클레보 스마트는 청소 동선을 효율적으로 계산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인다. 이는 곧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청소 시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아이클레보 스마트가 다른 로봇청소기보다 훨씬 일찍 청소를 마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로봇청소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소 성능이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깨끗이 청소만 할 수 있으면 된다. 특히 모두 외출한 낮에 로봇청소기를 예약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청소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집에 들어왔을 때 청소가 완료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전업주부처럼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다면 로봇청소기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뒷목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메멘토도 아닌 것이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왕복하고, 조금 복잡한 장애물을 만나면 어김없이 지지고 볶고 씨름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로봇청소기가 헤맬 때마다 재설정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반면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는 이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 비전 방식으로 직접 보면서 위치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보다 키가 높은 장애물을 만나면 센서로 감지해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전환하는데, 무조건 부딪치고 보는 일반 로봇청소기보다 쿵쿵거리는 소음이 적은 편이다. 흡입모터의 성능을 개선해 한결 조용해진 점도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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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마치고 거치대로 복귀할 때도 차이가 있다. 리모콘이 없는 일반 로봇청소기의 경우 사람이 직접 로봇청소기를 들어서 거치대 앞으로 옮기고 본체의 복귀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하지만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의 경우 청소를 끝마치거나 리모콘으로 복귀 명령을 내리면(거치대가 반경 5미터 안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스스로 집을 찾아 간다. 청소기와 로봇의 차이일까. 이거 은근히 편리하다.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7)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7)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부분은 여전하다. 청소 성능은 해외에서 룸바 등 유수의 로봇청소기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정받은 부분이다. 2개의 사이드 브러쉬가 먼지를 모으고, 나선형 메인 브러쉬가 먼지통으로 쓸어 담는다. 먼지통에는 4단계로 구성된 필터가 장착돼 있어 먼지통에 들어온 먼지가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다만 먼지통이 다소 작은 감이 있으니 대청소라도 한 날은 반드시 먼지통을 비워주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8)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8)

메인브러쉬에는 중간 중간에 홈이 패여 있어 브러쉬에 엉겨붙은 머리카락이나 애완동물의 털을 가위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먼지통은 손잡이를 잡고 들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분리할 수 있으며, 먼지통 덮개에는 필터를 청소할 때 쓰는 클리닝 브러쉬가 달려 있다.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9)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9)

배터리도 꼭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의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고 메모리 효과(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다시 충전했을 때 배터리 전체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를 겪지 않는다.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10)
이왕이면 ‘다홍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 (10)

하지만 물걸레는 여전히 계륵이다. 걸레를 매달고 다니는 형식이라 말라붙은 얼룩은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걸레 크기가 작아 많은 곳을 청소하지 못하며, 청소기 구조상 걸레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단순히 미세먼지를 제거할 때만 쓰이는 기능인데, 그나마도 물걸레 탈착이 번거로워 많이 쓰이지 않는다. 물걸레 기능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은 아이클레보 뿐만 아니라 모든 로봇청소기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다. 한마디로 말해, 있으면 유용할 때가 있겠지만 없어도 큰 상관이 없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뻐졌다고 돈 더 받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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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레보 스마트 핑크는 현존하는 로봇청소기 중 가장 예쁘다(물론 다분히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물론 청소 성능도 아이클레보 스마트 샴페인실버와 동일하며, 소음이나 디스플레이 부분에서는 미약하나마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로봇청소기의 성능과 외관을 모두 중요시하는 여성 소비자, 특히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신부에게 적합하리라 판단된다.

더 예뻐졌다고 해서 가격까지 비싸지는 않다. 공식 출고가는 693,000원으로 샴페인실버와 같다. 다른 로봇청소기보다 비싸긴 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격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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