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지며 즐기는 휴대용 컴퓨터 - 태블릿 컴퓨터(Tablet computer)

김영우 pengo@itdonga.com

태블릿이란, 펜이나 손가락으로 직접 평판을 터치하며 조작하는 컴퓨터용 입력장치의 일종으로, 키보드나 마우스 등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며 정교한 데이터 입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장치 자체의 가격이 다소 비싼데다가, 시중의 컴퓨터가 이미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화면과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이에 익숙해진 일반 사용자들은 태블릿 사용에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태블릿은 아직까지 그래픽 디자이너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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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특유의 직관적인 조작성을 살려 이를 다른 기기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니터와 태블릿을 결합, 화면을 직접 누르며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의 등장이다. 터치 스크린은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으며, 1970년대에 이르자 여러 시제품이 등장해 사람들의 기대를 북돋았다.

화면을 직접 만지며 조작하는 컴퓨터의 등장

1983년,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사는 터치스크린을 갖춘 컴퓨터(모델명: HP-150)를 최초로 출시해 화제가 됐다. 다만, HP-150는 터치 스크린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하드웨어의 구조가 일반적인 (IBM 호환)PC와 다를 바 없었고, 운영체제 역시 다른 PC와 마찬가지로 MS-DOS를 사용했다. 더군다나 터치 스크린에 최적화된 응용 프로그램도 극히 적었기 때문에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HP-150은 그다지 많이 팔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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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50 이후에도 터치 스크린을 갖춘 데스크탑 형태의 몇몇 컴퓨터가 출시되긴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HP-150과 마찬가지로 터치 스크린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이 적었으며, 책상에 올려두고 쓰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특성 상 장시간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팔이 아파 오히려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부터 터치 스크린을 갖춘 컴퓨터는 휴대용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태블릿 컴퓨터’란 넓은 의미로 따지면 크기나 형태와 상관 없이 터치 스크린을 갖춘 컴퓨터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만 터치 스크린을 갖춘 데스크탑 형태의 컴퓨터는 판매량이 미미하다. 또한, 터치 스크린은 입력 장치와 출력 장치의 기능을 겸할 수 있어, 본체 크기를 줄여야 하는 휴대용 기기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태블릿 컴퓨터(혹은 태블릿 PC)라고 한다면 주로 휴대용 컴퓨터를 지칭하고 있다.

노트북 PC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

태블릿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터치 조작만으로 모든 기능을 무리 없이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윈도우 XP 운영체제에 태블릿 펜 입력과 터치스크린 조작 등의 기능을 추가한 ‘윈도우 XP 태블릿 PC 에디션’을 출시해 태블릿 컴퓨터의 보급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3년, 태블릿 컴퓨터에 최적화된 문서 및 메모 작성소프트웨어인 ‘원노트(OneNote)’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시리즈에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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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윈도우 XP의 후속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 역시 태블릿 컴퓨터 지원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게 되면서, 2000년대 초에는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가 제법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윈도우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는 HP, 델, 레노버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출시되었는데, 키보드를 갖춘 기존의 노트북 PC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더한 형태를 띈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터치스크린은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일반적인 노트북 PC처럼 사용하다가, 태블릿 기능이 필요하면 화면 부분을 회전시켜 키보드 부분을 덮어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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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제품은 터치스크린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하드웨어나 운영체제가 일반 노트북 PC와 거의 같다. 때문에 기존의 PC용 응용프로그램을 태블릿 컴퓨터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 기능을 추가했다 하여도 근본적으로 윈도우 운영체제는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에 최적화 되어있으며, 윈도우용 응용프로그램 역시 ‘원노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더 편하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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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러한 태블릿 컴퓨터들은 기존 노트북 PC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짧은 배터리 유지 시간이라던가, 무거운 중량, 비싼 가격, 그리고 윈도우 운영체제 특유의 느린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제품군은 널리 퍼지지 못하고 일부 전문가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군)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보급되었다.

아이패드 이후 등장한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

하지만 2010년 4월, 미국의 애플(Apple) 사에서 출시한 ‘아이패드(iPad)’가 큰 인기를 끌고, 이후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등 아이패드와 유사한 컨셉의 태블릿 컴퓨터가 대거 등장하면서 태블릿 컴퓨터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패드 이후에 등장한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는 휴대용 컴퓨터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태블릿 컴퓨터와 같지만, 세부적인 하드웨어 구성이나 운영체제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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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트북 PC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이전의 태블릿 컴퓨터와 달리, 키보드를 갖추고 있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운영체제의 경우에도, ‘윈도우 7’과 같은 일반 PC용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지만,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운영체제(Mobile Operating System)를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모바일 운영체제는 일반 PC가 아닌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비교적 사양이 낮은 하드웨어에서도 빠르게 구동되며, 프로그램 자체의 용량도 크지 않아 대용량 하드디스크도 필요 없다. 또한 일반 PC나 기존의 태블릿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운영체제에 비해 소모하는 전력도 적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패드와 같은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는 이전 제품보다 두께 및 무게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동작 속도 및 배터리 유지시간도 개선되어 휴대용 기기로서의 효용성이 확연히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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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물리적인 키보드 없이 화면에 나타나는 가상 키보드를 통해 문자를 입력하기 때문에 문서 작업 전용으로 쓰기에는 불편함이 없지 않다. 또한 모바일 운영체제에서는 일반 PC용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없으므로,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PC에서 하던 작업을 그대로 이어서 하기도 어렵다. 최근 태블릿 컴퓨터 중에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면서도 키보드를 꽂아 노트북 PC 처럼 쓰는 것도 가능한 제품이 있으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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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와 같은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응용 프로그램은 업무용보다는 대부분 영화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취향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출시된 방대한 양의 스마트폰용 응용 프로그램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태블릿 컴퓨터가 PC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아이패드를 위시한 신세대 태블릿 컴퓨터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하여 ‘스마트 패드’로 부르기도 하며, 기존의 태블릿 컴퓨터는 노트북 PC에 가깝다고 하여 ‘태블릿 PC’로 불러 구분하기도 한다. 다만, 2011년 현재 시장에서는 제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태블릿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 패드’, ‘태블릿 PC’, ‘미디어 태블릿’ 등의 용어가 뒤섞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현재, 노트북 PC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는 판매량이 미미한 반면,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는 스마트폰과 함께 IT 시장 전반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태블릿 컴퓨터의 인기로 인해 머지 않아 일반 PC가 퇴출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태블릿 컴퓨터와 일반 PC는 고유의 영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사실이다. 태블릿 컴퓨터는 멀티미디어 감상이나 인터넷 서핑 등에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과학 연구나 각종 사무 작업 등 전문 작업을 처리하기엔 일반 PC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일반 PC가 콘텐츠의 ‘생산’에 적합하다면, 태블릿 컴퓨터는 콘텐츠의 ‘소비’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해 일반 PC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적정 수준에서 양자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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