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디자인 업계도 디지털화 되면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기본적으로 구매하는 디자인 관련 입력 장치가 바로 태블릿이다(태블릿 PC가 아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생소한 기기인 태블릿은 펜 마우스와 비슷하게 생긴 컴퓨터 입력 장치로, 감압(펜으로 작업면을 누르는 힘) 센서와 기울기 센서가 달려있어 펜을 쓰는 느낌으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수정, 편집할 때 종이에서 작업하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일반 마우스보다 훨씬 세밀하고 빠른 디자인 작업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태블릿은 디지털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밥숟가락 같은 필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태블릿은 통상적으로 일반 사용자를 위한 보급형과 디자인 종사자를 위한 전문가형, 그리고 액정 태블릿 등 3가지로 분류된다. 태블릿 전문 업체인 와콤이 제공하는 태블릿 중 보급형 모델은 ‘뱀부(뱀부 리뷰 - http://it.donga.com/review/2766/)라는 이름으로, 전문가형 모델은 ‘인튜어스4(인튜어스4 리뷰 1부 http://it.donga.com/review/3727/, 2부 http://it.donga.com/review/3730)의 이름으로 각각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최상위 모델인 액정 태블릿은 상당히 고가 제품이라 개인보다는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와콤에서는 ‘신티크’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살펴 볼 제품은 전문가형 인튜어스4의 제품군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인튜어스4 PTK-540WL(이하 인튜어스4 블루투스)’ 모델로 블루투스 무선 연결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이 제품은 기존 인튜어스4의 개선 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개선되었고 달라졌는지 지금부터 살펴본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

참고로 본 필자는 현재 모바일 게임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인튜어스4 블루투스 개봉박두

가장 먼저 인튜어스4 블루투스의 패키지를 들여다 보자. 제품 포장은 기존 인튜어스4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성물 역시 전작과 거의 비슷하다. 본체, 펜, USB 케이블, 펜 스탠드, 추가 고무 그립, ID 링, 번들 소프트, 설치 CD, 퀵 스타트 설명서, 광고지 1장 등이다. 추가적으로 교체용 펜 홀더가 들어 있긴 한데 이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한다.

펜 스탠드는 기존 인튜어스4의 것과 동일하게 교체용 심과 심 교체용 링이 수납되는 형태다. 그 외에 추가 고무그립, ID 링, 번들 소프트 등도 그대로다. 전반적으로 기존 인튜어스4에 비해 변경된 부분만 약간 다른 구성물이라 제품을 사용하기에는 부족하지는 않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2)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2)

아울러 외형도 약간 달라졌다. 전체 외형은 기존 인튜어스4와 거의 유사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군데군데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제품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인튜어스4 6x9’ 모델과 비교해 본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3)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3)

전체 크기는 인튜어스4 블루투스가 약간 작으며, 윗면의 기본 구성은 거의 똑같다. 다만 드로잉 영역이 ‘5x8’ 사이즈라 ‘6x9’ 모델에 비해 약간 작다. 태블릿의 동작 상태를 알려 주는 LED도 추가됐는데, 바깥쪽 LED는 전원이 켜지면 녹색, 충전 중(USB 연결 시)일 때는 주황색으로 켜진다. 안쪽 LED는 블루투스의 동작 상태를 표시하며, 연결되면 파란색으로 켜지고 페어링(장치 연결 과정) 시에는 깜빡인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4)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4)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2)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2)

옆면 연결 포트는 꽤 많이 바뀌었다. 기존 인튜어스4는 원래 좌우에 따라 케이블을 꼽을 수 있게끔 USB 포트가 따로 마련돼 있던 반면 이 제품은 포트가 하나로 줄었다. 대신 포트 양 옆에 버튼들이 생겼는데, 하나는 본체를 켜고 끌 때 나머지 하나는 블루투스 페어링할 때 사용된다. 전원 버튼은 무선 연결 때문에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새로 추가된 것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서 배터리 소비를 줄일 수 있다. USB 포트는 대부분 충전용으로 사용되기에 이를 본체 중앙 쪽으로 배치하고 개수도 하나로 줄인 것이라 판단된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5)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5)

본체 아래쪽에는 달라진 부분이 두 군데다. 하나는 전용 배터리 장착 공간이다. 커버를 열어보면 3.7v에 1,800mA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있다. 또 하나는 펜 꽂이다. 무선 연결을 지원하기에 휴대성을 고려하여 이전 뱀부 시리즈에 있던 펜 꽂이가 추가됐다. 이 펜 꽂이는 일반형으로 교체할 수 있어 작업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 사용하면 된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6)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6)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7)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7)

인튜어스4 블루투스는 전체적으로 외형만 놓고 보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크기가 조금 줄고 두께도 조금 두꺼워진 정도다. 다만 무선 연결 기기는 대게 휴대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텐데 제품 크기가 ‘포터블’하게 작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물론 너무 작다면 작업하기에 불편할 테지만). 인튜어스4 6x9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책상 고정용으로 사용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 없다.

태블릿,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인튜어스4 블루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블루투스 연결 지원이다. 블루투스는 근거리 무선 통신용으로 개발된 기술인데 소비 전력이 대단히 낮다는 것이 장점이다. 초기 버전의 블루투스는 전송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상용화가 힘들었지만, 1.2 버전은 10m 반경 내에서는 (대용량 데이터가 아닌 이상) 각종 기기를 연결하는 데(특히 입력 장치)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개선됐다. 현재는 3.0 버전까지 공개됐지만 아직까지는 ‘2.1 버전+EDR’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인튜어스4 블루투스에도 이 버전의 블루투스가 추가됐다.

실제로 블루투스로 컴퓨터와 연결해 본다. 필자의 데스크탑의 경우 블루투스를 자체 지원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동글(연결 어댑터)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만약 블루투스가 지원되지 않는 컴퓨터(데스크탑이든 노트북이든)라면 블루투스 동글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물론 유선으로 연결해도 되지만 무선 제품인 만큼 무선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8)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8)

일단 컴퓨터에 인튜어스4 장치 드라이버를 설치한 후(CD 사용) 전원을 켜고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을 누른다. 그 다음 ‘제어판 -> 하드웨어 및 소리 -> 장치 추가’를 차례로 클릭한다. 그럼 장치 목록에 인튜어스4 기기 아이콘이 보일 것이다(MS 윈도우7 기준). 이를 더블 클릭하면 블루투스 연결 단계가 진행된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9)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9)

사용할 준비를 마쳤으니 포토샵을 통해 실제로 디자인 작업을 해보자. 기본 기능 및 성능은 다른 인튜어스4 제품군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별다른 이질감은 없는 듯 했다. 또한 무선 연결이다 보니 실제 디자인 작업 시 입력 지연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무난하게 잘 반응했다. 몇 차례 디자인 작업을 수행해 보니 블루투스로 연결해도 기존의 유선 인튜어스4를 사용할 때와 별다른 차이를 체감할 수 없었다(그런 차이가 있었다면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겠지만). 그 외의 기능적 사용기는 이전 제품과 동일하기에 해당 제품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효용성은 아직 시기상조?

이번 인튜어스4 블루투스는 블루투스 무선 연결이 특징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 크기가 좀 애매하다는 점이다. 원래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고정형으로 사용할 때는 케이블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고, 이동 작업 시에도 유리할 휴대성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와콤 측에서 후자의 이유로 본 제품을 개발했다면, 기존의 고정형 제품(인튜어스4 6X9)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만하다. 이는 과거에 ‘그라파이어4’ 블루투스 모델을 작은 크기로 출시하여 휴대성을 강조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작업용 노트북도 10~12인치 제품이 많기 때문에, 이와 함께 가지고 다니려면 PTK-440 모델 크기(4X6 인치)는 돼야 적합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블루투스 동글이 없으면 무선 연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블루투스 기기는 무선신호 수신부인 동글이 반드시 필요한데, 인튜어스4 블루투스에는 동글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최근에는 블루투스가 대중화되어 동글 가격도 10,000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다. 인튜어스4 블루투스의 본체 가격을 고려하면 이런 동글 하나쯤은 그냥 넣어둘 만 하다고 생각한다(물론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블루투스 동글 중에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인튜어스4 블루투스와 정확하게 연결되는 동글을 구매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다. 물론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하면 되지만 그럴 거면 굳이 인튜어스4 블루투스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0)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0)

마지막으로 가격적인 면도 따져 봐야 한다. 인튜어스4 블루투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PTK-640 모델에 비해 약 10만원 가량 비쌌다. 사실 태블릿이라는 입력 장치는 작업면 크기가 클수록 더욱 세밀한 작업이 가능한데, 작업효율과 이동성을 적절히 고려한 최대 크기가 PTK-640 정도였다. 그런 PTK-640보다 작업면 크기도 작고 휴대성도 그리 높지 않은 제품이 그보다 가격이 비싸니, 블루투스 무선 연결이 아무리 유용하다 해도 구매하거나 이를 권장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현재는 가격이 좀 내렸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 없이 구매할 수준은 아니다.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1)
전문가용 태블릿 인튜어스4, 무선으로 변신 (11)

과거에도 그랬듯이 당분간 전문가형 태블릿은 ‘인튜어스4’가 강자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인튜어스4 블루투스는 가격이 좀더 저렴해 진다면 무선 연결을 선호하는 디자이너에게 상당히 메리트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PTK-640 모델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을 텐데, 필자의 주관적인 입장으로 현재로서는 블루투스 연결이 절실하지 않다면 PTK-640 모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글 / 류재민(bluesc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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