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필립스 도킹 스피커 ‘피델리오(Fidelio)’ 시리즈 프리뷰

필립스의 아이폰/아이패드용 도킹 스피커인 DS3500에 대한 리뷰(관련링크: http://it.donga.com/review/6579/)를 발행한 후 독자들의 반응과 의견에 관심을 가졌다. 리뷰에서 밝혔듯 본 리뷰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패드 사용자로, 필립스 도킹 스피커 DS3500을 리뷰 하면서 아이폰/아이패드 자체보다는, 이들을 더욱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주변기기에 대해 막연한 부러움을 표시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는 제조사마다 설계/생산 표준이 제 각각이라 공통된 액세서리를 제작하기가 어렵다. 물론 각 제조사에서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선보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용자보다는 제조사에게 이로운 점이라 판단된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1)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1)

부러워하든 말든 사용자의 성향 차이이니 부러워하라 조장하진 않겠다. 다만 지난 리뷰로 살펴 본 필립스 피델리오 도킹 스피커는 현재 애플 제품용 시리즈만 있고 안드로이드 기기용 제품은 없다. 도킹 스피커뿐 아니라 소형 오디오(미니 콤포넌트)나 카 오디오 등에도 아이폰 연결 단자는 ‘더러’있지만 안드로이드폰용 단자는‘아예’ 없다.

필립스 피델리오 시리즈도 모두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전용이다. 물론 애플 제품처럼 거치 및 충전은 불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 기기도 블루투스를 통해 음향을 출력할 순 있다. DS3500 말고도 애플 제품만을 위한 피델리오 시리즈는 몇 가지가 더 있다. 피델리오 시리즈 정보를 취재하며 다시 한번 부러움을 절감했다.

90만원짜리 피델리오 - DS9000

애플 아이폰 4를 약정할인 없이 순수하게 기기(공기계) 만을 구매하는 경우 가격은 약 100만원 정도다. 웬만한 컴퓨터 본체 1대 가격보다 비싸다. 피델리오 도킹 스피커 시리즈 중 최상급 모델인 DS9000도 2011년 9월 현재 90만원 대다. 중형 오디오도 아니고 고작 아이폰/아이패드용 도킹 스피커면서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니, 브랜드의 공신력을 떠나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리 비싼지 의구심마저 든다. 뭐가 제대로 들어 있으니 비싸겠지?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2)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2)

피델리오 DS9000은 아이폰보다는 아이패드용 도킹 스피커다. 그래서 그런지 앞서 리뷰로 살펴 봤던 DS3500보다 크고 무겁다(진짜 뭐가 많이 들어 있나 보다). 외형과 디자인도 DS35000보다 훨씬 품격 있어 보인다(한마디로 비싸 보인다). 우드(wood, 원목) 소재(두께 12mm)로 두른 뒷 바디도 제법 인상적이다(음향기기에서 ‘우드’는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를 괜히 우드로 만드는 게 아니다). 아울러 DS9000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reddot)’에서 2010년 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패드를 장착한 이미지 컷을 보니 애초에 아이패드와 한 세트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아이패드를 꽂는 전면 부에는 조명 센서가 있어 손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진다. 이외에도 DS9000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임을 자처하는 디테일이 곳곳에 담겨 있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3)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3)

90만원의 가치를 지닌 결정적 요소는 역시 사운드 기술이다. DS9000에는 필립스 고유의 사운드 커브(SoundCurve) 기술이 내장됐다. 실제로 들어 보지 못해 음질에 대한 상세한 표현은 어렵지만, 음향의 퍼짐을 자유롭게 해서 원음 그대로 출력한다 하니 믿어 볼 만하다. 또한 중저음을 강조하는 베이스 파이프(Base Pipes)가 내장되어 만족스러운 음질을 낸다는 평가다. 참고로 DS3500의 음량 출력이 10W인데 DS9000은 스피커 양쪽 50W씩 총 100W다. DS3500도 최대 출력 음량이 결코 적지 않았는데, 그 10배이니 어느 정도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DS9000에는 리모컨도 포함되어 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리뷰하고 싶은 제품이다.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중급형 도킹 스피커 - DS8500

DS9000 모델명과 숫자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이 역시 고가 제품이라 예상했는데, 2011년 9월 현재 약 25만원 선이다. 가격은 DS9000의 절반도 안되지만 DS9000의 주요 기술 및 기능은 그대로 담고 있다. 다만 최대 출력이 양쪽 15W, 총 30W이다. 전반적인 크기나 디자인, 구성 등은 DS9000과 거의 흡사하며, 바디 재질은 우드가 아닌 페브릭 소재를 채택했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4)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4)

DS8500의 공식 사양표의 지원 기기 목록에 아이패드는 빠져 있다. 다만 몇몇 사용자의 후기 정보를 보니, 아이패드/아이패드2 모두(케이스 끼운 상태에서도) 장착 가능하고, 아무 문제 없이 사운드가 출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리모콘 제어의 경우 아이패드에서는 부분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볼륨 조절만 가능).

DS9000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이미 많은 애플 사용자가 구매하여 블로그, 카페 등에 후기를 등록한 상태다. 그들의 사용 소감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집이나 사무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고 음질도 썩 들을 만해서 은근히 매력적인 스피커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고로 DS9000, DS8500에는 (DS3500과 달리) 바닥에 건전지 사용 공간이 없다. 사실 DS9000 같은 제품은 외부로 들고 나가기도 부담스럽다.

10만원대 보급형 피델리오 - DS3000

DS3500보다 한 단계 아래 모델이다. 그래서 출력도 8W로 약간 낮다. DS3500보다 작고 가벼워 이동형 도킹 스피커로 사용하기 적합하다(건전지 사용 가능). DS9000이나 DS8500은 주로 거실이나 회사 응접실 등이 어울리는 반면, DS3000은 개인 책상이나 침대 옆 등 공간이 협소한 곳에 올려 두기 좋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5)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5)

스피커 크기가 작으니 풍부한 음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베이스 부스트(Bass boost)’기능을 활성화하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중저음을 들려 주지만, 볼륨을 최대로 크게 하면 약간의 노이즈가 섞여 나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래도 일반 스피커보다는 한결 나은 양질의 사운드를 들려 주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리모콘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아이패드는 장착할 수 없다. 가격은 현재 약 11만원 선이다.

‘심플함’을 강조한 취침 전용 피델리오 - DS1100

마치 비빔밥 비벼 먹는 사발같이 생겼다. 하지만 디자인과 분위기는 상당히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듯하다. 다른 DS 시리즈는 스피커가 앞쪽을 향하고 있지만, DS1100은 위쪽으로 출력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방에는 붉은 빛의 디지털 시계를 달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DS1100은 은은한 라이트를 내장해 취침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6)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6)

최대 출력은 4W라 다른 모델에 비해 약하지만, 크기에 비해서는 제법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 준다는 평가다. DS1100은 도킹 스피커이면서 아이폰 충전기, 취침, 알람 시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라, 음질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그보다 상위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DS1100의 뒷면에는 USB 포트도 제공하여 USB를 통해 충전하는 다른 모바일 기기까지 충전할 수 있다. 생김새로 보아 아이패드도 장착할 수 있을 듯하나, 기기 지지대가 작아 실질적인 사용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DS1100은 아이폰 전용이다).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는 2011년 9월 현재, 약 9만원 선이라 소형 도킹 스피커 제품군 중에서는 꽤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 판단된다.

전용 파우치(가방)가 제공되는 이동형 피델리오 - SBD7500

필립스 피델리오 도킹 스피커는 DS 시리즈 외에도, 본체에 손잡이를 만들어 이동이 편리하게 한 SBD8100이나 별도의 파우치를 제공하여 이동 시 제품을 보호하는 SBD7500 등도 있다. SBD7500은 좌우로 길쭉한 형태의 스피커라 파우치에 넣어 이동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동형 스피커라 당연히 밑면에는 AA 건전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7)
애플 사용자는 ‘더’ 좋겠다 (7)

본체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서재 책상이나 주방 등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며, 회사 워크샵이나 소형 모임 등의 소형 모임에서 아이폰 사운드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최대 출력은 양쪽 5W씩 총 10W다. 또한 DBB(다이나믹 베이스 부스트) 기능을 제공해 중저음 출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음질도 음질이지만 대체적으로 파우치에 넣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강조하고 있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11만원 대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부러워할 무언가를 기다리며

애플 외 스마트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부러워할 만한 요소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국산 기기의 DMB 방송 시청 기능? 코딩 작업 없는 동영상 복사? 아이튠즈로부터 해방? 폭넓은 사후지원? 구글앱과의 연동?(본 리뷰어에게는 이 요소가 가장 크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중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가 떠올려 보지만, 딱히 애플 제품군을 압도할 만한 ‘임팩트’가 없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아울러 피델리오와 같은 외장형 전용 주변기기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애플 사용자 중에도 제품 자체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피델리오와 같은 완성도 있는 전용 주변기기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본 리뷰어가 2부에 걸쳐 피델리오 도킹 스피커를 소개하며 애플 사용자를 부러워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음향이나 음질이야 어떻든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폰 도킹 스피커’를 검색했을 때 무수히 출력되는 제품을 볼 때 안드로이드 사용자로서 적지 않은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안드로이드 당원 활동을 언제까지 할 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에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참 좋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나타나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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