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현재 IT 업계, 특히 이동통신 분야는 격변의 시기에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보급 이후 언급되고 있는 ‘스마트 혁명’이 그것이다.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는 이제 전혀 신기한 것이 아니며, 점점 발전하고 있는 IT 기술로 인해(빨라지는 데이터 전송 속도로 인해) 음성도 데이터로, 동영상도 데이터로 변환되어 주고 받는 시대가 열렸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과거에는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저장해 듣고, 동영상을 PMP에 저장해 감상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앱으로 실시간으로 쉽게 듣고 감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지금 한번 화면을 들여다 보자. 분명 멜론, 도시락과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 앱이나 유튜브, 판도라TV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 앱이 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어느덧 일반 사용자도 스마트 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제작콘텐츠) 붐이 일면서 등장한 동영상 포털 업체 중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유튜브다. 유튜브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한 구글이 인수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외국 기업이다. 이 유튜브가 처음 서비스를 실시한 날이 2005년 2월이다. 그런데 이보다 빨리 창업한 국내 동영상 포털 업체가 있다. 바로 2004년 10월부터 서비스를 실시한 국내 동영상 포털 업체 판도라TV다.

얼마 전, 판도라TV는 김경익 창업주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최형우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 이후의 변화는 놀라웠다. 만년 적자에 머물렀던 경영수지가 지난 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회원 수도 600만 명에 달하고, 일본 회원 수도 90만 명에 달한다. 스마트 시대를 맞이해 발빠르게 변화에 성공하고 발전하고 있는 판도라TV 최형우 대표를 만나 보았다.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1)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1)

동영상 포털 사업, 고비용 저수익이라는 인식을 버려라

동영상 포털 사업은 고비용 저수익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저작권 문제, 네트워크/스토리지 비용, 비즈니스 모델의 불투명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될 숙제로 남아있다. 한 예로 고화질 동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 구축해야 하는 네트워크/스토리지 비용은 막대하다. 현실만 바라봐도 알 수 있다. 판도라TV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엠엔캐스트, 앤유(하나포스), 올팟(KT), 아우라 등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심지어 대형포털 업체인 네이버도 지난해 2월 ‘네이버 비디오(video.naver.com)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지금 생존해 있는 동영상 포털 업체도 적자 상태다.

최 대표는 이러한 실정을 기술로 극복해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 비용을 절감했다. 주 수익원인 광고를 비롯해 검색 관련 네트워크 광고, 자동 광고 시스템 등을 개발해 다양한 수익원을 늘렸다”라며,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일반적인 동영상포털 업체가 아니라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되고자 한다. 플랫폼 서비스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 제공 솔루션을 개인, 기업, 정부 등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2)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2)

판도라TV는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해 수익원을 늘리는 한편, 이제는 개발한 기술(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도라TV의 동영상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개인, 기업, 정부에게 제공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대기업이 어떤 신제품을 발표하거나, 정부가 정책 발표를 할 때 판도라TV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판도라TV는 이를 앞으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 시대, 동영상에 소셜 네트워크를 입힌다

최 대표는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개인에게 동영상을 전달하는 서비스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소셜 네트워크와 동영상 서비스의 만남’ 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동영상을 소유하고 있는 사용자가 판도라TV 플랫폼으로 다른 개인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공유하고 채팅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을 오픈 API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접목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요즘은 1가정 1PC 시대를 지나 1인 1PC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PC, 노트북 등, 이른바 ‘세컨드 PC’가 증가하는 추세도 여기에 기인한다. 최 대표는 이러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동영상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서 판도라TV의 역할은 단순하다. 동영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즉, 모든 동영상을 판도라TV가 소유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각 개인이 하나의 동영상 서버가 되고 방송국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부각될 수 있는 문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동영상을 공유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다. 하지만 여러 명과 같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최 대표의 의견이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자동 모니터링은 물론 침해 사례가 발견되는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시스템도 갖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대를 대비하다

최 대표는 이어서 판도라TV의 글로벌 선언을 언급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유투브와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판도라TV의 일본 반응이 뜨겁다. 아이폰용 앱을 배포한 이후 일주일 만에 한국, 미국, 일본에서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한국과 일본에는 무료 엔터테인먼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무료 앱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월정액 방식의 유료로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월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3)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3)

덧붙여 그는 “일본의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강하다. 이는 각 국가의 사용자 성향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인은 끊기지 않는 고화질의 동영상을 이용하는데 있어 프리미엄 월 정액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또한, 일본에서의 광고 단가는 국내보다 훨씬 높다. 여기서 1원 정도의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면, 일본에서는 5~6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수익률이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판도라TV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미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판도라TV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밑바탕을 그릴 수 있는 경험을 일본에서 찾았다고 자신했다. 또한, 최 대표는 글로벌화를 맞이하는데 있어 KM플레이어를 언급했다.

KM플레이어, 국내 동영상 플레이어의 저력

동영상 플레이어 중 하나인 KM플레이어(이하 KMP)는 순수 국내에서 제작된 동영상 플레이어로, 현재 판도라TV가 소유하고 있다. 이 KMP는 전 세계적으로 약 3천 500만 명이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보다 오히려 유럽, 러시아, 중국, 미주 대륙 등에서 그 인지도가 높다.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4)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 - 판도라TV 최형우 대표 (4)

최 대표는 “KMP를 글로벌 시대의 선봉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KMP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데, 패치 및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공유할 정도로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 KMP 사용자를 하나로 묶어 인적 네트워크로 사용할 수 있다”라며, “KMP로 인해 발생한 인적 자원은 그리드 기술(사용자 PC의 남는 자원을 하나로 묶어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 한때 이를 사용자 동의없이 이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동의’를 얻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을 적용해 네트워크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아까 언급했던 개인간의 공유 시스템을 KMP에서 구현하면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그리고 있는 판도라TV의 미래는 유투브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되는 것. 이를 위한 준비를 지금까지 착실히 해 왔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바로 ‘망 중립성’ 문제다.

망 중립성,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하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과금)되야 한다는 뜻이다(망 중립성에 대한 관련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6346/).

이에 망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 구글코리아(대표 이원진), 제이큐브 인터랙티브㈜(대표 박상순), 엔에이치엔㈜(대표 김상헌), 판도라TV(대표 최형우), 스카이프, 야후코리아(대표 김대선) 등 7개 ICP와 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주만), 인터넷콘텐츠협회(회장 이정민) 등이 ‘오픈인터넷 협의회(OIA, Open Internet Alliance)’를 결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OIA는 문호가 개방돼 있기 때문에 참여기업 및 단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최 대표는 “망 중립성 문제는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문제다”라며 난색을 표하다, 본인의 생각일 뿐이라며 입을 떼었다. 그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업체, 여기서 언급하는 ISP는 이동통신사이다) 업체나 ICP(Internet Content Provider, 인터넷 콘텐츠 제공 업체) 업체가 협의해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각 기업, 업체는 본인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ISP 사업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허가 사업이다. 사업을 하기 전에 국가가 허가를 내려준 것이기 때문에 공공 사업적인 역할이 존재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신고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사회적인 합의란 정부, 기업,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다. 이렇게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ISP가 투명성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투명성이 공개되고 나서야 현실적인 문제, 예를 들어 새로운 LTE 망을 도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분담하는 등 대책 협의가 될 수 있다”라며, “물론, 이러한 ISP의 투명성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익과 공공의 공익 문제 해결을 기업에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ICP 업체도 향후 망 투자 비용 등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진정 현실적인 문제라면, 충분히 그럴 생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 필요한 법이다”라고 망 중립성에 대한 의견을 끝맺었다. 최선의 결과가 공공성에 기인한 망 중립성이라면, 차선책은 현실적인 문제를 대입한 망 중립성이라는 뜻이다. 즉,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으니, 먼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젠 모든 것이 데이터이고, 곧 IT 산업이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제 모든 것은 대부분 IT 산업으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방송 산업, 통신 산업을 비롯해 PC, 노트북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 가전도 IT 산업의 범주에 들어왔다는 것. 더 넓게 생각하면 군수 산업도 IT 산업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기본 바탕은 정부나 공공 기관이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어필했다.

‘스마트 혁명’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수익 구조의 변화 등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의 행동과 생활 방식 등이 알게 모르게 계속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지금, 이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대책 및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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