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엔스퍼트 천보문 사장 인터뷰

먹거리 거리에 가면 맛집들 사이의 ‘지역 최초’를 둔 한판 싸움이 볼 만하다. '원조 할매 국밥', '진짜 오래된 칼국수집', '제일 맛있는 횟집' 등 근거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그만큼 ‘최초’는 해당 분야의 독특한 상징성을 가지며 나아가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IT분야에서 '최초'의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내세울만한 장점이다. 특히 그 기업이 중소기업이라면 (그리고 요즘 대세라는 모바일 기기 중 태블릿 PC 제조 업체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초의 태블릿 PC' 하면 애플의 아이패드나 삼성의 갤럭시탭 등을 떠올리겠지만, 이 제품들이 국내 최초 제품은 아니다. 국내에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를 처음 선보인 업체는 엔스퍼트(Enspert)이다. 엔스퍼트는 작년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탭'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올 2월에는 중소기업으로는 처음 구글 인증도 획득할 정도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넷전화(mVoIP), 홈미디어폰, 자동차 네비게이션, 스마트교육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엔스퍼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천보문 사장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태블릿 PC 시장 진출은 도전이었다

천보문 사장은 현대전자와 노키아를 건너, 엔스퍼트에 정착했다. 눈코 틀새 없이 바쁜 그와의 인터뷰는 간단한 인사부터 시작됐다.

엔스퍼트는 2001년 DMB 사업부터 시작한 기업이다. 지난 2008년 상장 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면서 국내 최초로 아이덴티티 탭이라는 태블릿 PC를 내놓았다. 이 태블릿 PC는 KT를 통해 판매 되면서 'K패드'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아이덴티티 탭이라는 말이 쉽게 입에 붙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아이덴티티 탭으로 열게 된 태블릿 PC

태블릿 PC 전문기업도 아닌데다가 중소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어려움이 없진 않았을 터. 천 사장은 이에 대해서 '태블릿 PC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애플이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믿음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태블릿 PC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 자체가 높았기 때문이다. 엔스퍼트는 지난 2010년 아이덴티티 탭 판매 목표량을 10만 대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그 절반 가량인 5만 대 정도만 판매했을 뿐이다. 이에 실망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천 사장은 "대기업만 할 수 있다는 일을 우리들도 해냈다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얻었다"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아이덴티티 탭은 약정 물량 1만 대, 단품 1만 대,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1만 5천 대가 팔렸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얻은 성과도 없지 않았다. 지난 2월, 엔스퍼트는 구글 안드로이드 인증 획득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 중 세계 최초라고 한다. 구글 인증을 획득해야 안드로이드 마켓 이용이 가능하므로 이는 기기의 활용성 및 완성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천 사장은 "구글 인증 획득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은 물론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만의 핵심 기능인 안드로이드 마켁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게 됐다"라며, 특히 해외 시장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스퍼트는 아이덴티티 탭과 구글 인증에 힘입어 올 4월 신제품인 ‘아이덴티티 크론’을 발표했다. 아이덴티티 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 대 성능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비록 KT와의 협의 과정이 길어져서 출시일이 미뤄졌지만 천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삼성과 애플이라는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는 태블릿 PC 시장에서 엔스퍼트는 토종 태블릿 PC 제조사라는 입지를 단단히 굳히겠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 아직 공식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엔스퍼트의 새로운 태블릿 PC를 보여주기도 했다. 곧 출시될 이 제품은 명품 오토바이 업체인 두카티(Ducati)와 협약해 2세대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크론에 두카티만의 디자인을 입힌 제품이다(아수스의 람보르기니 노트북, LG전자의 듀퐁폰, 삼성전자의 아르마니폰 등과 같은 컨셉이다). 천 사장은 "이처럼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사장은 "앞으로 새로운 판매, 유통망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지금까지 엔스퍼트는 B2B 시장 공략을 우선시 해왔다. 아이덴티티 탭을 KT와 협력해 시장에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꼭 B2B 시장을 우선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일반 소비자들도 주요 타겟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지마켓이나 옥션과 같은 온라인 매장과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도 공략해 사용자와 직접 유통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해외 시장이다

엔스퍼트는 올해 들어 해외 태블릿 PC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성과를 가져오는 엔스퍼트의 전략은 무엇인지 물었다. 천 사장은 "제품 성능이나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태블릿 PC 분야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면 구글 인증은 필수적이며 또 중요한 경쟁 요소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경쟁력으로 제품 현지화 전략를 꼽았다. 그는 "같은 제품이더라도 유럽에 판매하는 제품에는 유렵형 DMB를 탑재하고, 필리핀에 판매하는 제품에는 전용 교육 어플을 탑재했다"라며, "이렇게 진출하는 해외 국가가 원하는 대로 그에 맞는 콘텐츠 및 제품 사양을 공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지화 전략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량 생산되는 업체에서는 불가능한 공략 방법이다. 즉, 엔스퍼트만의 효과적인 틈새 시장 공략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태블릿 PC만이 아니다, 태블릿 PC + 인터넷 전화 = 홈미디어폰

태블릿 PC뿐만 아니라 홈미디어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천 사장은 이번에 KT를 통해 출시한 홈미디어폰 '매직 앨범'에 대해서 "별도의 네트워크 칩 없이 영상통화는 물론 화상통화, 파일공유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또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홈미디어폰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다. 앞으로 홈미디어폰이 가정용 전화기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미 엔스퍼트의 홈미디어폰 '아이덴티티 허브(매직 앨범의 해외 이름)'는 캐나다와 터키 등에서 판매 중이다.

잠깐, 홈미디어폰이란?

여기서 언급한 홈미디어폰이란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와 인터넷 전화를 결합한 제품을 말한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 PC로 화상통화, 홈네트워크, 웹 서핑 및 어플 구동, N-스크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미래 준비

스마트교육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교과서 추진

엔스퍼트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스마트교육 사업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사실 스마트교육은 이전부터 정부 주도하에 이러닝(e-러닝),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 등으로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다. 천 사장은 스마트교육이 정부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투자 가치가 확실하고, 향후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추진되어 온 사업이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경쟁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천 사장은 "엔스퍼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성능과 원하는 기능을 갖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자교과서의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예정이다"라며, "더불어 동영상, 실시간 화상 토론, N-스크린, 클라우드 연동 등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엔스퍼트는 이미 영상통화 핵심 기술 특허를 취득한 바 있어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서 타 경쟁 업체와 달리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천 사장은 "스마트 교육 사업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정부 정책인지라, 과거에 만들어 두었던 교육용 콘텐츠양이 이미 방대하게 제작되어 있다. 디지털 교과서(예: 태블릿 PC)만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준비된 교육용 콘텐츠가 플래시 기반의 전자책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플래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플래시가 정상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PC'가 향후 디지털 교과서가 될 전망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디지털 교과서는 7인치 이하 크기의 태블릿 PC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7인치 크기는 좀 작다는 평이 많다. 때문에 엔스퍼트는 디지털 교과서용 10인치 크기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를 새롭게 제작 중이다. 앞으로 디지털 교과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스마트교육은 전자교육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최근 모바일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기기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이러닝이 전자적인 수단과 정보통신 및 전파 방송 기술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학습이라면 스마트교육은 학습자가 직접 교육을 선택할 수 있고 학습자, 교육자, 프로그램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화상교육이나 SNS기반의 협력학습 서비스는 스마트교육의 주된 특징이다. 엔스퍼트가 태블릿 PC 제작에 안주하지 않고 스마트교육 사업에도 진출한 것은 발전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도 태블릿 PC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네비게이션 시장은 천 사장의 기대가 큰 사업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출시되면서 PMP, MP3, 네비게이션 시장은 축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천 사장은 네비게이션 시장은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네비게이션은 기기의 기능보다 지도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성능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다.

천 사장의 네비게이션 사업 전략은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용 네비게이션용 제품을 개발한 뒤 성능 및 편의성이 검증된 전문회사의 지도 콘텐츠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네비게이션 사업은 파트너십이 불가피하다며 제휴를 통해 지도와 기기의 호환성 부분을 주도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사장이 고민하는 부분은 안정성이다. 특히 차량 순정형 네비게이션의 기기 검수는 꼼꼼하다고 알려져 있다. 차량의 특정 부품이 오작동을 일으키면 전량 리콜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같은 여름날 차량 내부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외에도 차량용 기기는 혹한, 방수, 진동 등 다양한 악조건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착탈식 네비게이션의 경우에는 배터리 발열이나 소모 문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천 사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신제품을 올 4/4분기에는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엔스퍼트의 도전, 또 다른 최초 탄생 예고하나

DMB부터 시작해 태블릿 PC, 인터넷전화, 스마트교육은 물론 네비게이션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엔스퍼트 천 사장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라며,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나아가서는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엔스퍼트가 또 다시 어떤 '최초 신화'를 만들어낼지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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