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외우지 않는 영단어 암기장 - 깜빡이 학습기 VM-100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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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등 16년 이상을 외국어, 특히 영어와 씨름하며 지낸다. 장래 희망이나 적성, 전공 등을 불문하고 영어 학습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십 수년 동안 영어 공부를 지속하고 있으면서 정작 외국인 앞에 서면 아무 말 못하고 식은 땀만 흘리곤 한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어휘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학창시절, 취업준비 시절 연습장에 써가며 달달 외운 영단어/숙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잊혀져 가고, 그러다 보니 막상 영어로 말하려 하면 입에서만 뱅뱅 맴돌 뿐 터져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영어권 원어민이 일상에 사용하는 단어는 약 200여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학창시절에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영단어를 이미 배우고 익혔다. 다만 기억나지 않을 뿐이다. 국어도 마찬가지지만 영어에서도 어휘력은 문장 사용 수준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I’m a boy, You’re a girl’과 같은 0.5차원적 대화 수준을 극복하려면 가장 먼저 단어, 숙어 활용에 익숙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는 역시 ‘반복 학습’ 밖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하지만 무식한(?) 반복이 아닌 뭔가 효율적인 반복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행해왔던 단어 암기 방법은 어떠했는가? 모르는 단어 나오면 단어장에 기록하고 연습장에 써가며 강제로 머리 속에 우겨 넣는 형태였다. 이런 방법은 외우는 당시에는 선명하게 남을 지 몰라도 1시간, 2시간… 하루가 지나면 외웠던 단어의 절반 이상을 잊어 버리게 된다. 또한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암기하는 단어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시쳇말로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어 암기에는 집중 학습이 아닌 ‘반복 학습’이 절실하다. 등하교/출퇴근 시 순간순간 지나치는 간판이나 광고판의 문구를 잊어 버리지 않는 이유는 매일매일 지나치듯 복습하기 때문이다. 즉 잊을 만하면 다시 보고, 또 잊을 만하면 다시 보는 반복 학습, 그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영어 때문에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고뇌하는 이 땅의 많은 ‘루저(loser)’들을 위한 ‘첨단 학습기기’가 여기 있다. 보카마스터의 ‘깜빡이 학습기 VM-100’, 일명 ‘깜빡이영어’는 암기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반복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기다. 깜빡이 영어의 효과는 이미 입소문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어, 유사품까지도 인기리에 판매될 정도라 한다 깜빡이영어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기에 앞서, 제품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 잠깐 훑어보고 넘어가겠다. 깜빡이영어 본체는 얼마 전 ‘명텐도’로 유명해진 국산 포터블 게임기인 ‘GP2X’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이 GP2X는 원래 게임기이지만 오히려 PMP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깜빡이영어는 이를 영어 학습에 맞게 수정/보완하고 각종 영어 학습 콘텐츠(깜빡이 콘텐츠, 동아 프라임 전자사전)를 담은 일종의 멀티미디어 기기인 셈이다. 깜빡이영어 역시 GP2X에서 가능하던 부가 기능들을 대부분 지원한다. 동영상 시청, MP3 음악 청취, 사진 보기, 텍스트 e북 보기 등이 가능하지만 깜빡이영어는 어디까지나 ‘학습기’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단지 ‘부가 기능’일 뿐, 뛰어난 성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영상 재생 동영상 재생은 따로 사용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누구라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LCD 화질이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영어 학습을 위한 영상을 보기에는 그냥 저냥 무난한 수준이다(물론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정말 아쉬운 점은 동영상을 AVI 형식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 인터넷 또는 동영상 강의는 WMA나 WMV 또는 ASF 파일 형식이 주류이기 때문이다(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영어 회화 공부를 위한 미드(미국드라마) 역시 대부분 WMV 형식이라 AVI로 인코딩해야 볼 수 있다. MP3 재생 MP3도 재생 가능하다. 음악/음원 파일로는 MP3, OGG, WAV 파일 형식을 지원한다. 재생 방법은 동영상과 동일하다. 내장 또는 외장 메모리(SD)에 저장하고 MP3 메뉴를 통해 재생하면 된다. 음질은 개인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음악도 그렇고 MP3 어학 강의도 그렇고 무난히 들을 만한 수준. 이미지/텍스트 뷰어 사진 보기나 텍스트 보기 기능도 무난하다. 텍스트 보기에는 배경 이미지도 깔려 있어 나름대로 그럴 듯하다. 사진 보기는 1~3초까지 슬라이드 쇼 기능을 지원한다. 사진 화질 역시 동영상처럼 그리 뛰어난 품질은 아니다(깜빡이영어는 ‘학습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진은 확대/축소 보기와 돌려보기(rotate)가 가능하고 수정/편집 기능은 없다. 터치 스크린 기본적으로 스크린 터치가 가능하기에 단어 검색도 불편하지 않으며 검색 속도도 나름 빠른 편이다. 일반적인 전자사전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대부분 유사하게 탑재하고 있다. 문자 입력을 위한 키보드 화면도 크기가 전체 LCD의 절반 정도이므로, 내장된 스타일러스 펜이 아닌 손가락, 손톱으로 톡톡 터치해도 인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피커 또 하나의 장점은 외부 스피커 음량이다. 뒷면 양쪽에 위치한 소형 스피커는 크기에 비해 꽤 높은 출력을 들려주며, 음량을 최대로 높여도 소리는 찢어지지 않는다. 어학 학습기라면 응당 이 정도는 되어야 마땅하다. 내/외장 메모리 깜빡이영어는 내장 메모리로 1.3GB가 장착돼 있는데, 기본 콘텐츠가 약 300MB 정도 들어 있다. 외장 SD메모리도 끼워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 8GB까지만 지원한다. 리뷰에 사용한 SD메모리는 도시바 1GB 제품으로 이상 없이 작동했다. 자 부가기능은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이들 부가기능을 보고 깜빡이영어를 구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완벽하진 않지만 갖출 건 충실히 갖췄으니 10점 만점에 8점 준다. 직접 체험해본 깜빡이 학습법 본 리뷰어 역시 영어 학습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이에 곧 토익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입장으로 학습에 임할 것이다. 이미 이 깜빡이 학습법은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그 효율성이 입증된 바 있어 자못 기대가 된다. 또 그 동안 영어 대화 시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장벽을 수 없이 경험했던 터라 더욱 그러하다. 메인 메뉴에서 ‘깜빡이’를 선택하고 학습 모드에 들어갔다. 여러 콘텐츠가 있지만 우선 ‘토플  토플 실전’ 메뉴를 선택했다. 총 1,232개의 단어를 다루며, 학습 규칙으로 하루 50~200개의 단어를 7일~25일에 걸쳐 학습하도록 되어있다. 시간 단축을 위해 200개씩 7일 코스를 선택했다. 7일 투자에 1,232개의 80% 정도만 기억한다 해도 이 학습법은 대단히 효율적이라 하겠다(1,200여 개의 80%면 960개가 넘는다). 각 단어는 2초, 그 뜻은 1초간 표시되며, 원어민 발음에 맞춰 따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물론 아는 단어는 숨김으로 처리해 건너뛰었다. 학습은 3회 반복 진행된다. 한 단어당 3초, 200개 단어를 3회 반복하니 하루 학습에 30분이 걸리는 셈이다. 원어민 발음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발음 기호라도 표기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점심시간 30분간 이어폰을 끼고 ‘정말’ 충실히 학습했다(깜빡이 학습을 비롯해 이후 이어지는 학습 단계를 수행하는데 1시간은 족히 걸렸다). 깜빡이 학습이 완료되면 곧바로 사지선다 단어 시험이 이어졌는데, 그때는 그래도 학습한 기억이 남아 꽤 많은 답을 맞출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오답노트’를 통해 틀렸던 단어를 또 한번 반복 학습하도록 구성돼 있다. 또한 이미 아는 단어, 확실히 암기한 단어는 숨길 수 있어 회를 거듭할수록 학습시간은 조금씩 단축됐다. 2일차, 3일차, 4일차… 7일차까지 동일한 방식의 반복 학습을 ‘정말’ 꾸준히 수행했다. 사실 학습기간 동안 상당한 인내도 필요했다. 지겹도록 단순한 반복이기에 3일차 정도되니 도중에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든지 자신의 의지가 가장 확고해야 함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부분이다(어찌 보면 깜빡이영어는 스파르타식 암기법이다). 이렇게 하루 약 1시간씩 정확히 7일간 총 1,232개의 단어를 반복 학습했고, 테스트 결과를 따져보니 전체 단어 중 95% 이상을 암기할 수 있었다. 이 중 이미 알고 있던 단어가 약 300여 개 정도였으며, 단어를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았다. 그냥 시키는 대로 2~3초간 흘려 보면서 발음을 따라 했고, 확실히 암기된 단어는 그때그때 체크하여 건너 뛰었다(숨김 기능). 솔직히 처음에는 과연 이런 방법으로 단어가 외워질까 의아했지만, 하루하루 반복 학습할수록 신기할 정도로 암기 효율이 높아졌다. 그만큼 끈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간투자 대비 암기효과는 나름대로 인정할 만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효율적인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끈기와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한두 번 재미 삼아 체험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지하게 학습 단계를 거쳐야 하겠는데, 단순 반복 학습이기에 본인의 끈기와 의지가 없으면 금방 지치거나 싫증날 수 있다. 본체에 기본 내장된 콘텐츠만 충실히 학습해도 어지간한 영어 시험은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보카마스터 홈페이지(www.vocamaster.co.kr)에서는 깜빡이 학습용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컴퓨터와 연결하여 내장 또는 외장 메모리에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 이 깜빡이 학습법을 최초로 창안한 임형택 사장은 이를 통해 한 달에 7,500개의 단어를 암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인간의 기억은 최초 암기 직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혀지기 시작한다. 예빙하우스 교수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간은 학습 후 8시간 후에는 학습 내용의 절반을 잊어버린다 한다. 따라서 이 망각곡선에서 기억률이 급감하는 시간대, 즉 8시간이나 이틀 정도를 주기로 하여 반복 학습하면 그만큼 기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먹고 며칠간 학습해보니, 광고에서 말하던 ‘1시간 1,200단어 학습’이 적어도 ‘오버액션’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끔 괜찮은 효과를 냈다. 일반적인 방식에 비해 암기 효율성이 단연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본 리뷰어는 테스트가 아닌 실제 개인학습을 목적으로 ‘TEPS 실전’ 단계를 학습 중이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 ‘프로야구’나 ‘맞고’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깜빡이 학습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 자가 운전자라면 차량용 거치대를 이용해 운전하면서 듣고 따라 하며 학습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깜빡이영어는 효율적인 단어암기를 위해 고안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영어 콘텐츠가 내장돼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만 부수적임을 감안해야겠다. 즉 깜빡이영어를 갖고 있다 해서 무조건 영어 전반에 능통해지는 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 했다. 그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반복하는 것이 잘 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을 학습 전략 또한 필요하다. 그 학습 전략에 ‘깜빡이영어’가 분명 한몫 제대로 한다. 즉 구입해 놓고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는 그런 시시한 교재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깜빡이영어는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영단어 학습기이기에 사용해보면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여러 개 보였다. 단, 이 개선점이 단점은 아니다. 향후 개선되면 더욱 유용할 것이라는 개인적 소견일 뿐이지, 제품의 기본 목적에 어긋나는 부족함은 절대 아님을 인지하기 바란다. 아울러 아래의 소견에 대해 제조사인 보카마스터 측에 문의한 결과를 함께 게재한다. 1.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비스듬하게 세울 수 있는 스탠드가 없었다. 즉 책상에 놓고 학습하는 경우 바닥에 항상 무엇인가를 받쳐 사용해야 했다. 단 최근 출시되는 깜빡이영어는 스타일러스 팬을 꽂아 세울 수 있도록 변경됐으니 구입 전 확인이 필요하다. 2. 다른 콘텐츠는 이상 없으나 유독 ‘회화’ 콘텐츠 내 영어 발음은 실제 원어민이 아닌 기계음으로 되어 있어 단어/문장 액센트나 연음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계음은 발음 학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 점을 제조사 측에서도 확인, 적극 수정할 계획이라 전했다. 3. 멀티태스킹이 약간 미흡한 듯하다. MP3 음악을 들으며 e북을 읽거나 사진은 볼 수 있으나, 영화나 e북을 보면서 전자사전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즉 학습 관련 e북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e북을 종료하고 전자사전을 실행해 검색해야 하는 것이다. 4. 지원하는 동영상 파일 형식이 다양해야 하겠다. 현재 AVI 파일만 지원하는데, 실제로 AVI 파일은 용량이 커서 학습용 콘텐츠로는 제작되지 않는다. 솔직히 깜빡이영어로 영화 보려는 사람,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학습 동영상을 보려 할 텐데 이들 파일 대부분은 ASF나 WMV 형식이다. 따라서 깜빡이영어로 시청하려면 당연히 AVI로 인코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참고로 깜빡이영어 네이버 카페에서 간편한 인코딩 프로그램(유마일)을 기본 제공하며, 이를 통해 간단하게 ‘깜빡이’용으로 인코딩할 수 있다. 깜빡이영어 콘텐츠 홈페이지: www.vocamaster.com 공식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vocamaster (깜빡이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모임)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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