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술에 배부를까? TG삼보 태빗(Tabit) A101

김영우 pengo@itdonga.com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로 인터넷을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태블릿 PC 자체가 '과연 인기를 끌 수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태블릿 PC로 인해 기존의 PC 시장이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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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최근엔 PC 전문 업체들도 태블릿 PC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그 예로 HP나 델, 아수스 등이 이미 태블릿 PC를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우리나라의 대표 PC 제조사인 TG삼보도 뒤질 수가 없었는지 지난 4월 말, 구글 안드로이드 2.2버전(프로요)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 PC '태빗(Tabit, 모델 번호 A101)'을 출시했다.

TG삼보는 태빗이 10.1인치의 넓은 화면과 테그라2 듀얼 코어 CPU를 탑재해 우수한 멀티미디어 성능을 발휘하며,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TG삼보가 태블릿 PC 시장에서 뜨려 하는 '첫술'이 얼마나 배부를지 살펴보도록 하자.

덩치 크지만 무게는 가벼운 편

TG삼보 태빗은 10.1인치의 큰 화면을 갖추고 있어서 아이패드(9.7인치)나 갤럭시탭(7인치)보다 다소 덩치가 큰 편이다. 큰 크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지 않을 것 같지만, 무게는 735g으로 가벼운 편이라 들고 다니는데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무게만 따지면 애플의 아이패드(와이파이+3G 모델)와 거의 같다. 그리고 태빗은 3G 통신을 지원하지 않고 와이파이만 지원하므로 야외에서 쓰기보다는 집안이나 사무실 내에서 쓰는일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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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상단에는 130만 화소의 카메라가 달려있다. 배치상 셀프카메라를 찍기에는 적합하지만, 후면에는 카메라가 없어서 셀프카메라 외에는 찍기가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여타의 안드로이드 기기와는 다른 생소한 버튼 구성

태빗의 외부를 좀 더 살펴보면 각종 버튼의 배치나 종류가 여타의 안드로이드 기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버튼은 전면이 아닌 상단 측면에 모여있는데, 여기에 전원 버튼과 화면 회전 잠금 스위치 그리고 뒤로 가기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별도의 홈 버튼이 없는 대신 전원 버튼이 홈 버튼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기기라면 대기 모드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짧게 누르면 화면이 복귀되고, 또 이 상태에서 또 한 번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면 대기 모드로 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홈 버튼을 누르면 홈 화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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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빗의 경우, 대기 모드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면 일반 안드로이드 기기처럼 화면이 복귀되는 것까지는 같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면 홈 화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전원 버튼이 홈 버튼의 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다시 대기 모드로 가려면 전원 버튼을 2초간 눌러 '휴대장치 옵션 화면'을 부른 후에 여기서 다시 'Suspend(대기 화면)'를 선택해야 한다. 태블릿 PC를 사용하다 보면 상당히 빈번하게 대기 모드를 사용하게 되는데, 태빗은 대기 모드로 가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번거롭다. 차라리 '설정'으로 들어가서 대기 모드로 자동 전환 되는 시간을 짧게 설정해 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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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태빗은 별도의 홈 버튼 외에 각종 설정을 조정하는 메뉴 버튼도 없다. 대신, 뒤로 가기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메뉴 버튼과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또한, 화면 상단의 상태 표시 줄에 홈, 메뉴, 뒤로 가기 버튼에 해당하는 아이콘이 항상 자리잡고 있으므로 이를 대신 사용해도 된다.

일반 규격의 HDMI와 USB 포트 탑재

태빗의 우측 면에는 볼륨 버튼 외에 각종 연결 장치가 위치하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외부 영상 기기로 화면을 출력할 때 쓰는 HDMI 포트와 PC와 연결해 데이터를 교환할 때 쓰는 USB 포트다. 일반적인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서는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규격의 포트를 주로 사용하지만, 태빗은 일반 규격의 HDMI 및 USB 포트가 달려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외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일반 PC용 키보드나 마우스를 꽂아서 태빗을 PC처럼 쓸 수 있다는 건 아니고(꽂아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좀 더 융통성 있게 주변기기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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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 메모리는 마이크로SD카드를 꽂아 쓴다. 최대 32GB까지 지원하며, 현재 TG삼보에서는 태빗의 구매 고객에게 16GB 마이크로SD카드를 증정하고 있으니 당분간 저장 용량이 부족해질 일은 없겠다.

3D 화면 모드 지원하지만 활용도는 낮을 듯

다음은 직접 태빗을 사용해볼 차례다. 태빗의 특징 중 하나라면 화면의 구성을 2D와 3D 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2D 화면 모드는 익히 잘 알려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화면이고, 3D 화면 모드는 위젯 및 각종 아이콘들이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3D 화면 모드에서는 하단에 인터넷, 메일, 음악 등 자주 사용하는 8개의 기능 아이콘이 배치되어있고 상단에는 날씨, 구글 검색, 그리고 RSS 뉴스로 구성된 3개의 입체 위젯이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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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3D 화면 모드에서는 위젯이나 기능 아이콘을 변경, 또는 추가할 수 없고, 바탕 화면에 별도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아이콘을 끌어다 배치할 수도 없는 등, 기능이 다소 제한적이다. 개인의 취향대로 이것 저것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은 2D 화면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고성능이지만 어플 활용은 제한적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설치된 어플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바로 이 점에서 태빗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웹브라우저나 계산기, 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안드로이드 기본 어플 외에는 전자책을 구매하고 볼 수 있는 '북큐브'와 음악 구매가 가능한 '벅스', 그리고 사전 어플인 '컬러딕트' 등 무료 어플 몇 개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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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새로운 어플을 내려 받아 설치하기가 쉽지도 않다. 태빗은 구글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용 어플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마켓' 자체를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태빗에 새로운 어플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각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직접 어플 설치 파일(apk 파일)을 내려 받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외부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어플은 종류와 수량이 적은 편이고, 구글 인증을 받지 못한 비공식 어플도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하다.

※참고사항

물론, 인터넷 상에 돌고 있는 비공식 파일을 이용, 태빗에 안드로이드 마켓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 해당 파일(Zip 형식)을 SD카드로 복사, 기기에 인식 시킨 뒤 설정 메뉴의 '소프트웨어도구'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들어가, 'Market'을 선택한 후에 기기를 다시 부팅하면 안드로이드 마켓이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후 구글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태빗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에 접속, 어플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모든 어플들의 정상적인 설치 및 구동을 보장하지 않고, 설치 후의 결과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자.

따라서 태빗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어플을 기대하기보다는 초기에 제공되는 기본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태블릿 PC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은 인터넷 서핑과 영화/음악 감상 정도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태빗에 탑재된 듀얼 코어 CPU ‘엔비디아 테그라2’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3D 게임을 내려 받아 즐기기가 어렵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풀 브라우징, 풀HD 동영상 구동도 가능

태빗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10.1인치의 넓은 화면을 갖췄다는 점이다. 해상도는 1,024x600으로 시중에 팔고 있는 넷북(미니 노트북)과 동일하다.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화면 크기와 해상도의 제한 때문에 인터넷 서핑 시 PC용 페이지가 아닌 모바일 전용 페이지를 주로 이용해야 하지만, 태빗은 PC와 동일한 풀 브라우징이 가능하다. 그리고 듀얼 코어 CPU의 성능 덕분에 인터넷 페이지가 열리는 속도 역시 상당히 빠르며, 동시에 음악을 듣는 등의 다른 작업(멀티태스킹 작업)을 하여도 느려짐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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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래시(flash)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서 인터넷 서핑을 할 때 플래시를 사용한 배너나 첨부 그림이 정상적으로 표시되지 않곤 한다. 다행히도 내장된 동영상 플레이어로는 플래시 동영상의 구동이 가능하므로 유튜브나 네이버 동영상 등은 전체 화면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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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화 감상이다. 태빗을 이용해 다양한 동영상을 구동해 봤는데, AVI, MP4, WMV, MKV 등의 다양한 규격의 동영상을 구동할 수 있었다. 특히 1080p(1920x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도 무리 없이 재생이 가능해, 고성능 CPU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TG삼보는 태빗이 총 15종에 달하는 동영상 코덱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AC3나 DTS 음성 코덱을 사용한 일부 동영상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상적인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HD TV와 동시 화면 출력 가능

동영상을 좀 더 즐겁게 감상하려면 아무래도 큰 화면이 낫다. 태빗의 특징 중 하나인 HDMI 출력 기능을 이용해 외부 HD TV와 연결했다. 여타의 제품과 달리 태빗은 일반 규격 HDMI 포트를 갖췄기 때문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HDMI 케이블만 있으면 간편하게 HDMI 포트를 가진 TV나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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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빗을 HD TV와 연결하니 별도의 설정이나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태빗의 화면이 HD TV에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HDMI의 특징이라면 화면뿐 아니라 음성도 동시 출력하는 것인데, 테빗의 HDMI 역시 정상적으로 음성이 출력된다. 그리고 몇몇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은 성능의 한계 때문에 본체와 TV의 동시 출력이 되지 않고 한쪽에만 화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보통 TV, 즉 연결한 기기에만 화면이 표시된다), 태빗은 (듀얼 코어의 성능 덕분인지) 문제 없이 동시 출력이 가능했다.

가격대비 성능은 높지만 다소의 마무리 부족 아쉬워

TG삼보의 태빗은 큰 화면과 고해상도, 그리고 듀얼 코어 CPU에 기반한 높은 기본 성능이 장점이다. 그리고 2011년 5월 현재의 인터넷 최저가가 40만 원 근처로, 다른 태블릿 PC보다 확실히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편에 속한다. 다만,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어 새로운 어플을 설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초기에 설치된 어플 수도 적어서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TG삼보는 태빗을 내놓으며 '한국형 태블릿 PC'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한국 시장에 특화된 기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일단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DMB 방송 수신기능이 없으며, RSS 뷰어 위젯이나 웹 브라우저 초기 북마크에도 한국 웹사이트(네이버, 네이트, 다음 등)의 목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용자가 직접 내용을 내려 받아 이용하는 사전 어플인 '컬러딕트'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 어플 내의 기본 다운로드 목록에 영-중, 영-독 사전은 있지만 정작 영-한 사전은 없다.

첫술에 배부를까? TG삼보 태빗(Tabit) A101 (2)
첫술에 배부를까? TG삼보 태빗(Tabit) A101 (2)

아무튼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성능은 분명 높다. 평소에 이런 기기들을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다루던 사용자라면 생각 이상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덜 다듬어졌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이런 기기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라면 제대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이 기기는 이 상태 그대로 일반 소비자 시장에 팔기에는 어중간하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성능은 높으니, 차라리 전반적인 구성(어플 등)을 특정 업무에 최적화시켜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이런 방면에서 TG삼보 특유의 기업 역량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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