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적은 지금 방심하고 있다. 게다가 데미지도 심해 움직임도 둔할 것이다. 아무리 백전노장이라고 할지라도 이 상황에서 날아오는 총탄은 피할 수 없을 터. 단 한 발만 맞추면 된다. 조급할 필요도 없다. 지금 숨은 은폐물에서 천천히 나와 그를 겨눈 후 셋을 세고 쏘기만 하면 된다. 자, 간다. 하나 둘 셋.

어찌된 일일까. 쓰러진 건 그가 아니라 나다. 내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그의 총알은 나를 관통했다. 분명 내가 유리했지만 실력 차가 너무 컸던 탓이다. 화면은 빠르게 움직이고 ‘다음 리스폰(캐릭터 환생)까지 10초 남았습니다’라는 익숙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곧 부활해 복수에 나서겠지만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 세상에서 ‘양민(평범한 사람)’ 또는 ‘발컨(발로 조작하는 것처럼 형편없이 못하는 사람)’이니까.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1)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1)

분하지 않은가? 이기고 싶지 않은가? 언제까지 “또 죽었네, 데헷”이라며 뒷머리만 긁을 것인가. 정말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패했다면 깔끔하게 인정하겠지만, 사실 백전노장으로 이름난 그는 당신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무엇이 다르냐고?

당신의 오른손이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를 보라. PC 살 때 덤으로 얹어준 싸구려 번들 마우스가 보인다면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미세한 움직임이 승부를 가르는 게임 속에서, 게이밍 마우스와 번들 마우스의 차이는 저격총과 딱총의 차이만큼이나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져도 재미있는 게 게임이라지만, 이기면 더 재미있는 것 역시 게임이다. 게임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면 주변기기에 조금 욕심을 내는 것도 괜찮다. 더구나 게이밍 주변 기기들은 다른 취미용품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법, 가격대 성능비 뛰어난 게이밍 주변기기를 소개한다.

보급형 게이밍 마우스의 신성, 스틸시리즈 킨주마우스

‘킨주’ 마우스는 글로벌 게임 주변기기 전문업체 스틸시리즈가 내놓은 보급형 게이밍 마우스다. 그동안 스틸시리즈의 제품은 프로게이머가 사용하는 값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일반 소비자들은 접근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킨주 마우스는 다르다. 한국 시장에만(특히 PC방 시장) 독점 판매되는 보급형 제품으로, 게이밍 마우스치고는 불과 26,000원(스틸시리즈 공식홈페이지 기준)에 불과하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예전 그대로다. 좌우 버튼과 휠 스크롤 외에 삼각형 모양의 CPI(Counts Per Inch, 마우스 해상도, 수치가 높을수록 마우스 커서가 민감하게 반응) 버튼을 갖췄다. 이 CPI 버튼은 사전에 저장해 놓은 CPI, 응답률, 감도를 원터치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최소 400에서 최대 3,200까지의 CPI와 최대 1,000Hz의 응답속도를 지원해 게이밍 마우스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 미세한 마우스 움직임이 필요한 FPS게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일체형 버튼으로 구성되어 PC방 등지에서 오랜 시간 사용해도 이물질이 침입하지 않아 내구성이높으며, 우레탄으로 처리한 표면은 땀으로 인한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좌우가 같은 대칭형 디자인이라 왼손잡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2)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2)

그동안 보급형 게이밍 마우스 시장은 로지텍의 'G1'이 독점하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G1의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 저렴한 가격대에서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킨주 마우스의 등장으로 보급형 마우스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에 스틸시리즈는 최근 인텔, 이엠텍과 함께 ‘수퍼 게이밍 PC방 프로젝트’ 행사를 런칭하고, PC방용 킨주 마우스를 19,000원 대에 보급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 지피전자큐센 GP-K4500 키보드

화려한 기능의 게이밍 전용 키보드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평범한 키보드를 쓰자니 ‘고스트 키(Ghost Key, 같은 행의 키를 2개 이상 누른 상태에서 다시 같은 행의 키를 누르면 누르지 않은 키가 반응하는 현상)’가 말썽이다. 이럴 때는 중저가의 게이밍 키보드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3)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3)

지피전자의 큐센 GP-K4500은 고스트 키 현상을 최소화한 보급형 게이밍 키보드다. 기존 히트상품인 GP-5000의 후속 제품으로, 기본적인 게임 성능은 갖추되 가격은 10,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고스트 키 방지에 효과적인데, 게임 중 3개의 키를 누르면 2개의 키만 누른 것으로 인식해 오동작을 막는다.

게임을 하다 보면 주로 쓰는 키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저가형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로 게임을 하다보면 특정 키 인쇄 문자가 지워지기 일쑤다. 하지만 큐센 GP-4500은 시인성이 뛰어난 폰트를 적용해 장기간 사용해도 문자가 잘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생활방수 기능을 접목해 키보드 표면에 물이 떨어져도 아래로 배출된다. 일체형 러버 돔(Rubber Dome, 고무 판막)을 채용해 키감이 고르고 부드러운 것도 장점이다.

땀이 차지 않는다, 소니 헤드셋 DR-GA100

장기간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귀에 땀이 차 불쾌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소니코리아가 출시한 보급형 헤드셋은 다공성이어패드를 탑재해 장시간 사용해도 습기가 차지 않는다. 또한 간단한 디자인과 구조는 오래 쓰고 있어도 무거움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소니만의 음향 시스템은 그대로 적용했다. 30mm 다이내믹 드라이버 스피커 유닛을 채용해 게임 사운드를 생생하고 풍부하게 전달한다. 또한 음소거 및 볼륨 조절 전용 버튼을 탑재해 게임 중 간편하고 즉각적인 음량 조절이 가능하며, 붐 마이크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어 게임 시 음성 대화에 편리하다.

무엇보다 이어폰, 헤드폰 분야에서 축적된 소니의 음향 기기를 5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적이다. 제품 색상은 블랙, 그린, 바이올렛 3가지다.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4)
'발컨'들 어여삐 여겨 저렴하게 강림하노라 (4)

등산이 취미인 사람들 중 등산화 한 켤레 없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음악 감상이 취미인 사람들은 번들 이어폰을 쓰지 않는다. 최고급품이 아니어도 좋다. 보급형 전문용품이라도 필수로 구비하는 것이 자신의 취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게임을 취미로 삼고 있다면, 또 만년 '발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게이밍 주변기기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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